파라소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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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social relationship; 파라소셜 관계
- 실제로는 서로 모르는 유명인·등장인물·AI에게 일방적으로 느끼는 친밀한 관계
파라소셜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 PSR)는 미디어로만 접하는 인물을 실제로 아는 사람처럼 느끼고 친구나 연인에게 품을 법한 감정을 쏟는 일방적 관계를 말한다. 상대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그를 잘 안다고 느낀다. 학계에서는 준사회적 관계, 의사사회적 관계, 유사사회적 관계로도 옮기며, 시청하는 순간의 경험을 가리키는 파라소셜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 PSI)과 구분해 쓰기도 한다.
1956년 미국 사회학자 도널드 호턴(Donald Horton)과 리처드 월(R. Richard Wohl)이 텔레비전·라디오 시청자를 설명하려고 만든 개념이다. 오랫동안 미디어 심리학·커뮤니케이션학 용어였으나 유튜버, 스트리머, 아이돌 팬 플랫폼, AI 챗봇으로 대상이 넓어지면서 일상어가 됐고, 케임브리지 사전은 형용사 parasocial을 2025년 올해의 단어로 골랐다.[1]
접두사 para-는 '곁의', '닮았으나 같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ship)를 닮았지만 상호성이 없다는 점을 담은 말이다.
호턴과 월은 학술지 《Psychiatry》 1956년 19권 3호에 낸 논문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에서, 방송 진행자가 카메라를 보며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형식이 마주 앉아 대화하는 듯한 착각을 만든다고 보고 이를 para-social interaction이라 불렀다.[2] 두 사람은 시카고 대학교 사회학자였다.[3]
이 개념은 1970년대 이용과 충족(uses and gratifications)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앨런 루빈(Alan M. Rubin)·엘리자베스 퍼스(Elizabeth M. Perse)·로버트 파월(Robert A. Powell)이 1985년 지역 TV 뉴스 시청자 329명을 조사하며 만든 PSI 척도는 이후 가장 널리 쓰이는 측정 도구가 됐다. 이 연구에서 외로움과 파라소셜 상호작용 사이에는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4]
연구자들은 PSI와 PSR을 자주 섞어 써 왔다. 2016년 디블(Dibble)·하르트만(Hartmann)·로젠(Rosaen)은 두 개념이 이론적으로 다르다고 정리했다. PSI는 시청 중에만 생기는 '서로 알아본다'는 착각이고, PSR은 시청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지속적 유대다. 이들은 실험에서 기존 PSI 척도가 PSI보다는 인물에 대한 호감에 가까운 것을 재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5]
| 구분 | 파라소셜 상호작용(PSI) | 파라소셜 관계(PSR) | 실제 사회적 관계 |
|---|---|---|---|
| 시간 범위 | 시청·청취하는 그 순간 | 시청 밖으로 이어지는 지속적 유대 | 지속적 |
| 상호성 | 착각된 상호성 | 일방적 | 쌍방 |
| 상대가 나를 아는가 | 모른다 | 모른다(라이브 방송에서는 일부 안다) | 안다 |
| 예 | 진행자가 "여러분" 하고 말할 때 대화하는 느낌 | 좋아하는 유튜버의 근황을 친구 소식처럼 챙김 | 친구, 동료 |
- 일방성: 감정과 시간은 팬 쪽에서만 들어가고, 상대는 대개 개인으로서의 팬을 모른다.
- 반복 노출: 같은 인물을 정해진 시간에 자주 보며 자기 노출(사생활, 속마음 이야기)을 접할수록 친밀감이 커진다.
- 통제 가능성: 실제 관계와 달리 언제든 끊거나 돌아갈 수 있고 갈등 비용이 없다.
- 보완 또는 대체: 호턴과 월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파라소셜 관계가 실제 관계를 보완한다고 봤지만, 일부는 실제 관계를 대신한다고 봤다.
텔레비전 시대의 파라소셜 관계는 화면 너머의 연예인을 향했다. 소셜 미디어와 라이브 스트리밍은 이 구조를 바꿨다. 크리에이터는 일상을 매일 올리고, 시청자 닉네임을 불러 주고, 채팅과 후원에 즉석에서 반응한다. 시청자는 '나를 알아봤다'는 경험을 실제로 하기 때문에 관계가 완전히 일방적이지는 않게 되고, 그만큼 친밀감도 빠르게 커진다.
- 라이브 스트리밍: 채팅, 후원, 유료 구독이 친밀감을 수익으로 바꾸는 장치가 된다. 정해진 방송 시간표는 TV 연속극처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만든다.
- 팬 플랫폼: 한국 연예 기획사들은 아티스트가 보낸 메시지를 팬이 1:1 채팅방처럼 받아 보는 월 구독형 서비스를 운영한다. 디어유의 버블이 대표적이다.[6]
- AI 챗봇: 케임브리지 사전은 2025년 올해의 단어를 발표하며 ChatGPT 같은 챗봇을 친구·연인처럼 대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을 선정 배경으로 들었고, 사전 정의에도 "인공지능"을 넣었다.[7]
- 정치: 정치인이 소셜 미디어로 사적인 모습을 보이면 지지자는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처럼 느낀다. 2006년 정치 후보 블로그 실험에서는 이용자가 느낀 상호작용성이 후보에 대한 태도와 투표 의향에 영향을 줬고, 그 효과는 파라소셜 상호작용을 거쳐 나타났다.[8]
케임브리지 사전은 2025년 11월 18일 parasocial을 올해의 단어로 발표했다. 사전의 정의는 "알지 못하는 유명인, 책·영화·드라마 속 인물, 또는 인공지능과 자신 사이에 느끼는 연결에 관한" 형용사다.[9]
사전이 든 2025년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10]
-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래비스 켈시의 약혼 발표에 세계 팬들이 마치 지인의 일처럼 기뻐한 일
- 6월 유튜브 스트리머 IShowSpeed가 자신을 "넘버원 파라소셜"이라 부른 팬을 차단한 일. 이때 사전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 가수 채플 론이 팬들의 선 넘는 행동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일
- 팟캐스트 진행자의 고백적이고 즉흥적인 말투가 친구 관계를 대신한다는 논의, AI 챗봇에 대한 정서적 의존 논쟁
케임브리지 대학교 실험사회심리학 교수 시모네 슈날(Simone Schnall)은 파라소셜 관계의 부상이 팬덤과 유명인 문화, 그리고 AI와 함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관계 맺는 방식을 바꿨다고 평했다. 사전 편집자 콜린 매킨토시(Colin McIntosh)는 전문 학술 용어였던 말이 주류 어휘가 된 예라고 설명했다.
이듬해 메리엄웹스터도 2026년 9월 사전 웹사이트에 새 단어 1,400여 개를 추가하면서 parasocial을 정식 표제어로 넣었다.[11]
- 소속감과 위안: 외롭거나 사회적 불안이 큰 사람에게 부담 없는 정서적 지지가 된다.
- 정체성 형성과 학습: 청소년은 좋아하는 인물을 본보기로 삼아 가치관과 행동을 배운다.
- 팬 공동체: 같은 인물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실제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 기대와 실망: 팬이 답장, 관심, 사적 정보를 당연하게 요구하다 기대가 꺾이면 분노나 공격으로 바뀐다. 스트리머를 향한 집착, 스토킹, 성희롱이 이 경로로 설명된다.
- 상업적 이용: 친밀감 자체가 상품이 되면서 유료 구독, 후원, 굿즈 구매로 이어진다. 광고 효과 연구에서는 크리에이터와의 파라소셜 관계가 광고 태도와 구매 의도를 높인다는 결과가 여러 번 나왔다(아래 한국 연구 참고).
- 왜곡된 기준: 외모나 생활 수준에 대한 비현실적 기준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좋아하던 인물이 방송에서 사라질 때 느끼는 상실감을 파라소셜 이별(parasocial breakup)이라 한다. 케렌 에얄(Keren Eyal)과 조너선 코언(Jonathan Cohen)은 미국 시트콤 《프렌즈》 최종화 방영 뒤 대학생 279명을 조사해, 가장 좋아한 인물과의 파라소셜 관계가 강할수록 이별의 괴로움이 컸다는 결과를 냈다.[12]
브래들리 본드(Bradley J. Bond)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성인 166명을 네 차례 추적 조사했다. 실제 친구 관계는 대체로 유지된 반면, 미디어 인물에 대한 파라소셜 친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고 특히 친구를 직접 만나는 일이 줄어든 사람에게서 크게 늘었다.[13] 파라소셜 관계가 부족한 실제 관계를 메운다는 '보상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 개념 | 뜻 | 파라소셜 관계와의 차이 |
|---|---|---|
| 동일시(identification) | 인물과 자신을 겹쳐 그 사람이 되고 싶어 함 | 파라소셜 관계는 그 인물을 '친구'로 대함. 동일시 없이도 생긴다. |
| 팬덤 | 특정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집단과 문화 | 팬덤은 집단 현상, 파라소셜 관계는 개인과 인물 사이의 심리 |
| 내적 친밀감 | 한국 인터넷에서 쓰는 말. 일방적으로 쌓인 친근감 | 파라소셜 관계의 결과로 생기는 감정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
| 사이버 사회적 관계 | 라이브 방송처럼 실시간 반응이 오가는 관계 | 실제 관계와 파라소셜 관계의 중간 |
한국 학계는 오랫동안 '의사사회적 상호작용', '준사회적 상호작용', '유사사회적 상호작용'을 섞어 썼다. 인터넷 개인방송과 유튜브가 커진 2010년대 후반부터 BJ·유튜버와 시청자의 관계, 인플루언서 광고 효과를 다룬 논문이 쏟아졌다. 예를 들어 김주란·강승묵의 2018년 논문은 10대 191명을 조사해 MCN 크리에이터와의 '파라소셜 관계'를 근접성·유사성·매력·만족 네 차원으로 나눴다.[14] 같은 시기 '준사회적 관계'라는 번역어로 청소년의 자아정체감을 다룬 연구도 나왔다.[15][16]
언론에서는 2025년 11월 케임브리지 사전 발표 이후 영어를 그대로 읽은 '파라소셜'이 자리 잡았다. 머니투데이, 세계일보, 여성신문 등이 일제히 "올해의 단어 '파라소셜'"을 다뤘다.[17][18][19] 그 이전에도 미주 한국일보가 2020년 칼럼에서 '준사회적 관계'를 소개한 적이 있다.[20]
한국 사례로는 K팝이 자주 거론된다. 기획사 팬 플랫폼과 유료 메시지 구독 서비스는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친밀감을 상품으로 설계한 예로 연구된다. 2026년 9월 메리엄웹스터가 parasocial을 표제어로 추가하자, 멕시코 매체 픽톨라인(Pictoline)이 이를 설명하는 인포그래픽에 방탄소년단 지민을 연상시키는 인물을 넣어 국내에서도 보도됐다.[21]
한국 인터넷에서 많이 쓰는 '내적 친밀감'은 파라소셜 관계와 뜻이 겹치지만, 관계 그 자체보다는 일방적으로 쌓인 친근감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 개념의 혼란: PSI와 PSR, 동일시, 호감을 연구마다 다르게 정의하고 측정해 결과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 친구 모델의 한계: 초기 연구는 파라소셜 관계를 '우정'으로만 봤다. 2010년 드라마 《로스트》 시청자 174명 조사에서는 좋아하는 인물에게서 가장 강했지만 중립적이거나 싫어하는 인물에게도 파라소셜 상호작용이 나타나, 관계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22]
- 병리화 논쟁: 파라소셜 관계를 외로움의 증상이나 중독으로만 보는 시각에 대해, 대다수 사람에게는 일상적이고 무해한 미디어 경험이라는 반론이 있다. 루빈 등의 1985년 연구에서도 외로움과 PSI 사이에 상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 AI 동반자: AI 챗봇과의 관계가 파라소셜 관계의 연장인지, 챗봇이 실제로 응답한다는 점에서 다른 범주인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 ↑ University of Cambridge, "Cambridge Dictionary reveals Word of the Year 2025", 2025-11-18
- ↑ Horton, D. & Wohl, R. R. (1956).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 Observations on Intimacy at a Distance. Psychiatry, 19(3), 215~229
- ↑ University of Cambridge, 2025-11-18
- ↑ Rubin, A. M., Perse, E. M. & Powell, R. A. (1985). Loneliness, Parasocial Interaction, and Local Television News Viewing.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12(2), 155~180
- ↑ Dibble, J. L., Hartmann, T. & Rosaen, S. F. (2016). Parasocial Interaction and Parasocial Relationship: Conceptual Clarification and a Critical Assessment of Measures.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42(1), 21~44
- ↑ DearU bubble 공식 스토어
- ↑ Cambridge University Press & Assessment, "'Parasocial' is Cambridge Dictionary's Word of the Year 2025"
- ↑ Thorson, K. S. & Rodgers, S. (2006). Relationships Between Blogs as eWOM and Interactivity, Perceived Interactivity, and Parasocial Interaction. Journal of Interactive Advertising, 6(2), 5~44
- ↑ University of Cambridge, 2025-11-18
- ↑ Cambridge University Press & Assessment
- ↑ NBC News, "Merriam-Webster gives its dictionary a 'glow-up' with 1,400 new words and definitions", 2026-09-16
- ↑ Eyal, K. & Cohen, J. (2006). When Good Friends Say Goodbye: A Parasocial Breakup Study. Journal of Broadcasting & Electronic Media, 50, 502~523
- ↑ Bond, B. J. (2021). Social and parasocial relationships during COVID-19 social distancing.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 38(8)
- ↑ 김주란·강승묵 (2018). 10대 청소년 소비자의 MCN 파라소셜 관계와 광고 효과 연구. 한국광고홍보학보, 20(1), 186~213
- ↑ 권유정·임지영 (2020). 청소년의 준사회적 상호작용이 자아정체감과 자아탄력성에 미치는 영향. 가정과삶의질연구
- ↑ 1인 미디어 인터넷 방송에서 의사사회적 상호작용이 브랜드 관여 및 구매의도에 미치는 영향, KCI
- ↑ 머니투데이, "AI와 결혼한다는 사람 많더니…올해의 단어 '파라소셜' 선정", 2025-11-18
- ↑ 세계일보, "테일러 스위프트와 일면식도 없는데…올해의 단어 '파라소셜' 무슨 뜻?", 2025-11-20
- ↑ 여성신문, "[트렌드 키워드 파라소셜", 2025-11-20]
- ↑ 미주 한국일보, "'준사회적 관계'", 2020-01-18
- ↑ 스타뉴스, "방탄소년단 지민이 '파라소셜' 단어 설명에 등장한 이유", 2026-09-26
- ↑ Tian, Q. & Hoffner, C. A. (2010). Parasocial Interaction With Liked, Neutral, and Disliked Characters on a Popular TV Series. Mass Communication and Society, 13(3), 250~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