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
더 많은 작업
거두절미(去頭截尾)는 머리와 꼬리를 잘라 버린다는 뜻으로, 앞뒤의 군더더기를 빼고 어떤 일의 요점만 간단히 말하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표준국어대사전은 이 말의 뜻을 둘로 나누어 「1」 머리와 꼬리를 잘라 버림, 「2」 어떤 일의 요점만 간단히 말함으로 풀이한다.[1] 오늘날에는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겠다”처럼, 서론이나 사정 설명을 생략하고 곧바로 핵심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쓴다. 한편 “발언을 거두절미해서 보도했다”처럼, 남의 말이나 글에서 앞뒤 맥락을 잘라 내고 일부만 떼어 쓴다는 부정적인 뜻으로도 쓰인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원나라 성정규(成廷珪)가 선물 받은 농어를 요리하는 장면을 읊은 시에서 “부엌 아낙에게 주어 머리를 떼고 꼬리를 잘라 손님들을 즐겁게 했다(給爨婦去頭截尾娛衆賓)”고 한 것처럼,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 쓴 예가 드물게 보일 뿐이고,[2] 성어로 굳어진 말은 아니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에는 비슷한 뜻의 ‘掐頭去尾’가 “머리와 꼬리 두 부분을 떼어 냄. 덜 중요한 부분을 없앤다는 뜻으로 넓혀 씀”이라는 풀이로 실려 있다.[3]
비유적인 뜻의 ‘去頭截尾’는 조선 후기 문헌에 집중해서 나타난다. 《승정원일기》에서는 정조 3년(1779) 4월 8일 기사가 가장 이르고, 정조·순조·철종 대에 6건이 있다.[4]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정조 대의 2건이 있다. 정조는 재위 5년(1781) 승정원의 각 방(房) 고사(故事)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을 두고 “끊어진 죽간과 남은 편처럼 머리와 꼬리가 잘려 나가 상고할 데가 없다(斷簡殘編,去頭截尾,無稽中之望)”고 질책했다.[5] 재위 22년(1798)에는 함경남도 병마절도사가 군사 훈련 결과를 보고하면서 어느 진영이 어디서 언제 훈련했는지 밝히지 않고 “당일 진영으로 돌아왔다”고만 적자, “머리를 없애고 꼬리를 잘라 모호하기 짝이 없다(去頭截尾,模糊矇曨)”며 그를 파직했다.[6]
정약용(丁若鏞)은 〈김 승지에게 답함(答金承旨)〉에서 “대개 비방을 꾸미는 사람은 반드시 남의 말과 글에서 머리를 없애고 꼬리를 잘라 그 말의 맥락을 바꾸어 놓는다(大抵造謗之人,必于人言語文字,去頭截尾,以變幻其語脈)”고 했다.[7] 이처럼 조선 문헌의 ‘거두절미’는 주로 앞뒤를 잘라 내어 전체 뜻을 알 수 없게 만들거나 왜곡하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었다. 김려(金鑢)의 《담정유고》에는 물고기를 손질하는 대목에서 글자 그대로 쓰인 예도 있다.[8]
현대 국역문에서는 원문에 이 말이 없는데도 번역어로 ‘거두절미’를 쓴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윤증(尹拯)의 《명재유고》 국역문에는 ‘거두절미한 것’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去頭截尾’가 나오는 곳은 정약용, 김려, 김평묵, 정재규의 글뿐이다.[9]
진(秦)나라 재상 이사(李斯)가 한비자(韓非子)의 법치 사상을 길게 설명하려 하자 진시황이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하라”고 한 데서 이 말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인터넷과 일부 언론 칼럼에 퍼져 있으며, 그 출처를 《사기》 〈진시황본기〉로 드는 경우도 있다.[10] 그러나 《사기》 〈진시황본기〉에는 그런 이야기도, ‘去頭截尾’라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 말의 비유적 용례는 18세기 조선 문헌에서부터 확인된다.
조선 후기의 ‘거두절미’는 말이나 글의 앞뒤를 잘라 내어 전체 맥락을 알 수 없게 하는 것을 나무라는 말이었다. 오늘날에는 이 뜻도 남아 있지만, 그보다는 “쓸데없는 말은 빼고 핵심만 말한다”는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뜻으로 더 많이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2」 뜻이 이것이다.[1]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去 | 거 | 가다, 없애다 | 없애다, 떼어 내다 |
| 頭 | 두 | 머리 | (말이나 글의) 앞부분 |
| 截 | 절 | 끊다 | 잘라 내다 |
| 尾 | 미 | 꼬리 | (말이나 글의) 뒷부분 |
- 중국어: 掐頭去尾(qiā tóu qù wěi). 앞뒤를 떼어 낸다는 뜻. 요점만 말한다는 뜻으로는 ‘開門見山(카이먼젠산)’, ‘直截了當(즈제랴오당)’을 쓴다. 맥락을 무시하고 일부만 떼어 쓴다는 뜻으로는 ‘斷章取義’가 가깝다.
- 일본어: ‘去頭截尾’는 일본어에서 쓰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요점만 말한다는 뜻으로는 ‘単刀直入(たんとうちょくにゅう)’을 흔히 쓴다.
-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면, 이번 장애의 원인은 만료된 인증서였습니다.
- 보고서는 거두절미하고 결론과 조치 사항만 첫 장에 적어 주세요.
- 인터뷰 가운데 한 문장만 거두절미해서 기사 제목으로 뽑는 바람에 발언 취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거두절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1%B0%EB%91%90%EC%A0%88%EB%AF%B8, 확인날짜=2026-09-27.
- ↑ 성정규(成廷珪), 〈사설파송요개지노어개지유가색차기운(謝雪坡送饒介之鱸魚介之有歌索次其韻)〉, 《거죽헌시집(居竹軒詩集)》 권1.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掐頭去尾”,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6548,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정조 3년 4월 8일 임술, https://sjw.history.go.kr/id/SJW-G03040080-02100,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11권, 정조 5년 3월 21일 갑오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0503021_002,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50권, 정조 22년 11월 23일 임오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2211023_003, 확인날짜=2026-09-27.
- ↑ 정약용(丁若鏞), 〈답김승지(答金承旨)〉,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1집 권18,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김려(金鑢), 《담정유고(藫庭遺藁)》 권8,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去頭截尾”(5건), 고전번역서 검색 “거두절미”,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참고: 조성권, “[이투데이 말투데이] 거두절미(去頭截尾)/카르텔”, 이투데이, 2023-10-18, https://www.etoday.co.kr/news/view/2293213,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