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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화가친(燈火可親)은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다는 뜻으로, 서늘한 가을밤은 등불을 가까이하여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등화가친은 더위가 물러가고 밤이 길어지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등화가친의 계절”,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처럼 쓰며, 가을철 도서관·출판계의 독서 권장 문구로도 흔히 보인다. 일본어에서도 ‘灯火親しむべし(とうかしたしむべし)’라는 형태로 같은 뜻으로 쓴다.

당나라 한유(韓愈)가 아들 부(符)에게 성남(城南)의 별장에서 공부하라고 권하며 지은 시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의 한 구절에서 나왔다.[2] 옛 주석은 이 시를 원화(元和) 11년(816) 가을에 지은 것으로 본다.

時秋積雨霽,新涼入郊墟。燈火稍可親,簡編可卷舒。

“때는 가을, 장맛비가 개고 새로운 서늘함이 교외 들판에 들어온다. 등불을 차츰 가까이할 만하니, 책을 펼쳤다 말았다 할 만하구나.” 원문은 ‘燈火稍可親’으로 ‘차츰(稍)’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으며, 여기서 ‘稍’를 빼고 네 글자로 줄인 것이 ‘등화가친’이다.

이 시는 배움이 사람의 운명을 가른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한유는 두 집안에 태어난 아이가 어려서는 “같은 무리의 물고기(同隊魚)”처럼 다를 바 없지만, 배우고 배우지 않음에 따라 서른이 되면 “하나는 용, 하나는 돼지(一龍一豬)”가 된다고 했다. 하나는 말 앞의 졸개가 되어 등에 채찍 자국이 나고, 하나는 공경과 재상이 되어 깊숙한 관저에 산다는 것이다. 또 “사람이 고금에 통하지 못하면 마소에 옷을 입힌 것과 같다(人不通古今,馬牛而襟裾)”는 구절도 이 시에서 나왔다. 그리고 가을이 되었으니 이제 등불 아래 책을 펴라고 권하며 시를 맺는다.

이 시는 후대에 평가가 엇갈렸다. 옛 주석에 실린 송나라 육당로(陸唐老)의 평은 한유가 어린 아들을 부귀영달의 미끼로 달래었다고 비판했고, 황정견(黃庭堅)은 이 시를 글씨로 쓰고 그 뒤에 붙인 발문에서 “한공의 말은 권면하는 공에서 길은 달라도 돌아가는 곳은 같다”며 변호했다.[3]

한국에서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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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도 이 구절은 ‘가을은 공부할 때’라는 뜻의 전고로 널리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중종 4년(1509) 8월 기사에서 대사간 강경서(姜景叙)는 성종이 더운 여름에는 경연을 쉬었다가 7월 보름 뒤가 되면 한유의 이 구절을 읊으며 “지금이 바로 글을 볼 때”라고 하고 경연에 나왔다고 회고하며, 가을이 깊었는데도 경연을 열지 않는 중종에게 속히 경연에 나올 것을 청했다.[4]

成宗傳曰:‘時秋積雨霽,新涼入郊墟。燈火稍可親,簡編可卷舒,此正閱書之時。’卽御經筵。

네 글자 ‘燈火可親’도 일찍부터 쓰였다. 고려 말·조선 초의 원천석(元天錫)은 제자들에게 준 시에서 “비 그치고 천지에 새 서늘함이 드니, 책을 펴 보기에 이때가 가장 좋다. 등불도 가까이할 만하고 사람도 함께할 만하니, 모두 부지런히 글 마당에 힘쓰라(燈火可親人可共,各須勤力踐文場)”고 읊었다.[5] 조선 후기 선비들의 편지에서는 “새 서늘함이 교외에 드니 등화가친할 때(新凉入郊,燈火可親)”가 가을 안부의 상투어처럼 쓰였다. 송환기(宋煥箕), 유한준(兪漢雋), 최익현(崔益鉉), 곽종석(郭鍾錫) 등의 편지에 이 말로 상대의 공부를 묻는 대목이 있고, 김도화(金道和)는 “이것이 창려자(한유)가 말한 등화가친의 계절(此昌黎子所謂燈火可親之節)”이라고 출전을 밝혀 썼다.[6]

중국과 일본에서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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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송나라 때부터 ‘燈火可親’이 가을·독서를 뜻하는 시어로 쓰였다. 여본중(呂本中)은 “삼 년 동안 책 읽어도 맛이 적었는데, 등불 가까이할 때에 병이 탈이 되었네(三年讀書少餘味,燈火可親病為祟)”라고 읊었다.[7]
  • 일본: 《일본국어대사전》은 ‘灯火親しむべし’의 첫 용례로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三四郎)》(1908)에 나오는 “등화친하다 할 만하다 따위의 한어까지 빌려 와 기뻐하게 되었다”는 대목을 들고, 출전으로 한유의 이 시를 적는다. 일본에서는 ‘灯火親しむ’가 가을의 계절어(季語)로 쓰인다.[8]

‘등화(燈火)’는 등불이라는 뜻이다. ‘등하(燈下, 등잔 아래)’로 잘못 쓰지 않도록 한다. 일본어 사전도 ‘灯下親しむべし’는 잘못된 표기라고 따로 적어 둔다.[9] 또 ‘가친(可親)’은 ‘가까이할 만하다’는 뜻으로, 남에게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가친(家親)’과는 다른 말이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燈 등 등 등잔
火 화 불 등잔불
可 가 옳다, ~할 만하다 ~할 만하다
親 친 친하다, 가깝다 가까이하다
  • 등화가친의 계절을 맞아 사내 기술 도서 스터디를 다시 열기로 했다.
  • 선선한 바람이 부는 등화가친의 계절, 도서관마다 독서 행사가 한창이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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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화가친지절(燈火可親之節): 등화가친의 계절, 곧 가을.
  • 신량입교(新涼入郊): 새 서늘함이 교외에 든다는 뜻의 구절로, 같은 시의 “新涼入郊墟”에서 나왔다. 조선 선비들의 가을 편지 인사말에 등화가친과 짝을 이루어 자주 쓰였다.
  • 독서삼매(讀書三昧): 다른 생각 없이 책 읽기에만 골몰하는 경지.
  • 삼경등화오경계(三更燈火五更雞): 한밤까지 등불을 켜고 새벽닭이 울 때 일어난다는 뜻으로, 밤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공부함. 《성어전》에 실린 속담이다.[10]
  •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앎.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등화가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93%B1%ED%99%94%EA%B0%80%EC%B9%9C, 확인날짜=2026-09-26.
  2. ↑ 한유(韓愈),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 《창려선생집(昌黎先生集)》.
  3. ↑ 한유, 〈부독서성남〉 주석(《창려선생집》 소재).
  4.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9권, 중종 4년 8월 3일 계해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0408003_002, 확인날짜=2026-09-26.
  5. ↑ 원천석, 《운곡행록(耘谷行錄)》 권4 〈시제생(示諸生)〉.
  6. ↑ 송환기, 《성담집(性潭集)》 권8 〈답안상집(答安相緝)〉; 최익현, 《면암집(勉菴集)》 권11 〈답정상칠(答鄭象七)〉; 김도화, 《척암집(拓菴集)》 권7 〈여임병추(與林秉錘)〉.
  7. ↑ 여본중(呂本中), 《동래시집(東萊詩集)》 권2 〈답무일혜서(答無逸惠書)〉.
  8.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灯火親しむべし”,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81%AF%E7%81%AB%E8%A6%AA%E3%81%97%E3%82%80%E3%81%B9%E3%81%97, 확인날짜=2026-09-26.
  9.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灯火親しむべし”,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81%AF%E7%81%AB%E8%A6%AA%E3%81%97%E3%82%80%E3%81%B9%E3%81%97, 확인날짜=2026-09-26.
  10.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三更燈火五更雞”,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116,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