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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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미건조(無味乾燥)는 재미나 멋이 없이 메마름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순서를 바꾼 ‘건조무미(乾燥無味)’도 같은 말이다.[1]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근대 일본에서 쓰이기 시작해 한국어에 들어온 말로 보인다. 중국 고전 원문, 《조선왕조실록》 원문,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無味乾燥’는 확인되지 않는다.[5]
《일본국어대사전》은 1887년 이마이 쓰네오(今井恒郎)가 옮긴 철학 개론서 《철학계제(哲学階梯)》의 “유사법은 추측식이나 귀납법처럼 그저 무미건조한 방법으로 오성에 작용할 뿐 아니라…”를 첫 용례로 든다.[3]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에서도 1888년 무렵부터 문학 비평, 지리·산수 교수법 책에 “무미건조한 교수”처럼 자주 쓰인 것이 확인된다.[6]
한국어 문헌에서는 1906년 12월 《대한자강회월보》 제6호에 실린 오가키 다케오(大垣丈夫)의 강술 〈일본자치제도〉가 이른 예이다. 그는 제도 강의와 법률 해석은 논쟁이나 곡절이 없어 “극히 무미건조하여(極히 無味乾燥ᄒᆞ야)” 독자가 지루해할까 염려된다고 서두를 열었다.[7] 1920년대에는 《개벽》 등의 잡지에서 “무미건조한 시간”, “무미건조한 수자(數字)”처럼 흔히 쓰였다.[8]
나무위키 등에는 이 말의 출전을 《노자》(도덕경)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노자》에는 ‘無味乾燥’라는 말이 없다. 《노자》 제35장의 “도가 입으로 나오면 담담하여 맛이 없다(道之出口,淡乎其無味)”는 ‘무미’를 도의 담백함으로 높이는 말이어서, 지루하고 메마르다는 무미건조와는 뜻이 다르다.[9]
‘乾燥無味(건조무미)’라는 글자 조합 자체는 옛 요리책에 글자 그대로의 뜻으로 보인다.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 권2는 명나라 책 《신은(神隱)》을 인용해, 사슴 고기를 찬물에 넣어 칠팔 분만 익혀야 하며 “지나치게 삶으면 말라서 맛이 없다(煮過則乾燥無味)”고 적었다.[10] 고기가 ‘메말라 맛이 없다’는 이 말이, 근대에 와서 글이나 생활이 ‘재미없고 딱딱하다’는 비유로 쓰이게 된 셈이다.
- 한국고전종합DB의 번역문에는 ‘무미건조’가 45건 나오지만 원문에는 ‘無味乾燥’가 한 건도 없다. 이색(李穡)의 시 “말은 애당초 무미건조하거니와”는 원문이 “言詞初少味”, 서거정의 글 “언어를 무미건조하게 하는 것”은 원문이 “語言無味”로, 번역자가 고른 말이다.[11]
- 오류 메시지를 무미건조한 코드 번호만 보여 주지 말고 해결 방법까지 안내하자.
- 보안 교육이 무미건조한 규정 낭독에 그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 그의 문장은 정확했지만 무미건조했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미건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C%B4%EB%AF%B8%EA%B1%B4%EC%A1%B0, 확인날짜=2026-10-11.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무미건조하다”,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B%AC%B4%EB%AF%B8%EA%B1%B4%EC%A1%B0, 확인날짜=2026-10-11.
- ↑ 3.0 3.1 3.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無味乾燥”,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84%A1%E5%91%B3%E4%B9%BE%E7%87%A5, 확인날짜=2026-10-11.
- ↑ 4.0 4.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枯燥無味”,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981, 확인날짜=2026-10-1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無味乾燥”;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 검색, “無味乾燥”, https://db.itkc.or.kr/; CBETA,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 ↑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전문 검색, “無味乾燥”: 鈴木力 著, 《護国之鉄壁》(1888); コムペーレ 著·三刀谷扶綱 訳, 《実用教授論》(1891); 松島剛 著, 《新地理学》(1895), https://dl.ndl.go.jp/, 확인날짜=2026-10-11.
- ↑ 大垣丈夫 講述, 〈日本自治制度〉, 《대한자강회월보》 제6호, 1906-12-25,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modern/level.do?levelId=ma_001_0060_0070, 확인날짜=2026-10-11.
-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근현대잡지 검색, “無味乾燥”: 《개벽》 제13호·제17호 등,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1.
- ↑ 《노자(老子)》 제35장.
- ↑ 홍만선, 《산림경제(山林經濟)》 권2, 《신은(神隱)》 인용 부분.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번역문 검색, “무미건조”: 이색, 《목은집》 〈스스로 읊다〉; 서거정, 《사가집》 〈우중(雨中)〉,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