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곡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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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문곡직(不問曲直)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아니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순서를 바꾸어 ‘곡직불문(曲直不問)’이라고도 한다.[1][2]
‘곡직(曲直)’은 굽음과 곧음이라는 뜻으로, 사리의 옳고 그름을 이른다.[3] 불문곡직은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을 가리키며, “불문곡직하고 화부터 냈다”처럼 ‘불문곡직하고’ 꼴로 부사처럼 많이 쓴다. 흔히 말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와 같은 뜻이다.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지만, 네 글자 그대로 일찍부터 쓰였다. 《후한서(後漢書)》 〈노공전(魯恭傳)〉에 실린 노공(魯恭)의 의주(議奏)가 이른 예이다. 장제(章帝) 때 사형 판결을 동지 전에 마치도록 법을 고치자, 하급 관리들이 기한에 쫓겨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죄수를 처형하는 폐단이 생겼다. 노공은 이를 이렇게 비판했다.[4]
小吏不與國同心者,率入十一月得死罪賊,不問曲直,便即格殺,雖有疑罪,不復讞正。
“나라와 마음을 같이하지 않는 하급 관리들은 대개 11월에 들어 사형죄에 해당하는 도적을 잡으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곧바로 쳐 죽이며, 의심스러운 죄가 있어도 다시 심리하지 않는다.” 노공은 이어 “한 사람이 탄식해도 왕도가 이지러지는데 하물며 여러 사람이겠는가”라며, 의심스러운 죄는 자세히 살피고 사형은 겨울이 끝날 때까지 판결하게 하자고 건의했다.[4] 불전에서도 《불설장자법지처경(佛說長者法志妻經)》에 장자의 아내가 “종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곡직을 묻지 않고 매질하며 괴롭혔다(撾捶苦毒不問曲直)”는 대목이 있다.[5]
이처럼 원래는 재판이나 처벌에서 사실을 가리지 않는 잘못을 꾸짖는 말로 많이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不問曲直이 8건 있다(원문 기준). 가장 이른 것은 성종 21년(1490) 11월 11일 노비 소송의 제소 기한을 정하자는 논의에서 노사신(盧思愼)이 반대한 의견이다. 그는 권세 있는 집안이 남의 노비를 빼앗은 일이 많은데 기한을 정하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원망이 하늘에 사무칠 것이라며 “어찌 곡직을 묻지 않고 시비를 따지지 않은 채 당시의 점유만으로 기한을 세울 수 있겠는가(豈可不問曲直,不論是非,以其時執而立限乎)”라고 했고, 성종은 기한을 정하지 말라고 했다.[6] 중종 12년(1517) 기준(奇遵)은 상소에서 “지금의 병폐는 구차하게 고식에만 힘써 곡직을 묻지 않고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를 가리지 않고 함께 거두어 쓰는 데 있다(徒務苟且姑息,而不問曲直、不擇賢愚,同收竝用)”고 했다.[7]
한편 따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처사로 그려진 예도 있다. 최립(崔岦)이 쓴 이제신(李濟臣)의 신도비명에는, 이제신이 고을을 다스릴 때 재산을 두고 다투는 형제가 있자 “곡직을 묻지 않고 곧바로 우애의 도리로 타일러(公不問曲直。直諭以友愛之理)” 그 자리에서 다툼을 그치게 했다는 일화가 실려 있다.[8]
- 중국어: 不問曲直을 그대로 쓰며, 비슷한 뜻으로 ‘불분청홍조백(不分青紅皂白)’을 흔히 쓴다. 《성어전》은 이를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경솔하게 행동함”으로 풀이한다.[9]
- 일본어: 같은 자리에 ‘문답무용(問答無用, もんどうむよう)’을 쓰는 경우가 많다. ‘더 따지고 의논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10] 1932년 5·15 사건 때 총리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가 “말하면 알 것이다(話せばわかる)”라고 하자 해군 장교 야마기시 히로시(山岸宏)가 “문답무용, 쏴라(問答無用、撃て)”라고 외쳤다는 일화로 유명하다.[11] 다만 불문곡직이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음’ 자체를 말한다면, 문답무용은 ‘이미 결론이 났으니 말할 필요가 없다’는 쪽에 무게가 있다.
- 경보가 울리자 담당자는 불문곡직하고 해당 계정부터 잠갔다가, 정상 사용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과해야 했다.
- 아이가 늦게 들어오자 아버지는 불문곡직 야단부터 쳤다.
- 곡직불문(曲直不問): 같은 뜻이다.
- 시비곡직(是非曲直): 옳고 그르고 굽고 곧음.
- 다짜고짜: 일의 앞뒤 상황이나 사정 따위를 미리 알아보지 아니하고 단박에 들이덤벼서.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불문곡직”,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8%EB%AC%B8%EA%B3%A1%EC%A7%81, 확인날짜=2026-10-03.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곡직불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3%A1%EC%A7%81%EB%B6%88%EB%AC%B8, 확인날짜=2026-10-03.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곡직”,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3%A1%EC%A7%81, 확인날짜=2026-10-03.
- ↑ 4.0 4.1 범엽, 《후한서》 권25 〈노공전(魯恭傳)〉.
- ↑ 《불설장자법지처경(佛說長者法志妻經)》(역자 미상).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247권, 성종 21년 11월 11일 기축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ia_12111011_002, 확인날짜=2026-10-03.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30권, 중종 12년 10월 30일 임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1210030_001, 확인날짜=2026-10-03.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최립, 《간이집(簡易集)》 〈증영의정 행북병사 이공 신도비명(贈領議政行北兵使李公神道碑銘)〉, 자료ID ITKC_MO_0215A_0030_010_007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215A_0030_010_0070, 확인날짜=2026-10-03.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不分青紅皂白”,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812, 확인날짜=2026-10-03.
-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問答無用”,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5%8F%E7%AD%94%E7%84%A1%E7%94%A8, 확인날짜=2026-10-03.
- ↑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레퍼런스 협동 데이터베이스, “五・一五事件での犬養毅首相と将校のやりとりが載っている本”, https://crd.ndl.go.jp/reference/entry/index.php?id=1000149623&page=ref_view, 확인날짜=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