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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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후생(利用厚生)은 기구를 편리하게 쓰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넉넉하게 하여 백성의 생활을 나아지게 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의 “正德、利用、厚生”에서 나온 말이다.[2]
순(舜) 임금 앞에서 우(禹)가 나라 다스리는 요체를 아뢴 말이다.
禹曰:「於!帝念哉!德惟善政,政在養民。水、火、金、木、土、穀,惟修;正德、利用、厚生、惟和。九功惟敘,九敘惟歌。」
“아, 임금께서는 유념하소서. 덕은 정치를 잘하는 데 있고, 정치는 백성을 기르는 데 있습니다. 물·불·쇠·나무·흙·곡식을 잘 다스리고, 덕을 바로잡고(正德) 쓰임을 이롭게 하며(利用) 삶을 넉넉하게 하는 일(厚生)을 조화롭게 해야 합니다. 이 아홉 가지 일이 차례를 얻으면 백성이 이를 노래할 것입니다.”
다스려야 할 여섯 재물(水火金木土穀)을 ‘육부(六府)’, 정덕·이용·후생을 ‘삼사(三事)’라 하고, 둘을 합쳐 ‘구공(九功)’이라 한다. 〈대우모〉는 이른바 위고문(僞古文) 《상서》에 속하는 편이지만, 같은 내용이 《춘추좌씨전》 문공(文公) 7년 조에 진(晉)나라 극결(郤缺)이 《하서(夏書)》를 인용하며 풀이한 말로 이미 보인다.
九功之德,皆可歌也,謂之九歌。六府三事,謂之九功。水、火、金、木、土、穀、謂之六府。正德、利用、厚生,謂之三事。
공안국(孔安國)의 전(傳)이라 전해지는 옛 주석은 “덕을 바로잡아 아랫사람을 이끌고, 쓰임을 이롭게 하여 재물을 풍족하게 하고, 삶을 넉넉하게 하여 백성을 기른다(正德以率下,利用以阜財,厚生以養民)”고 풀었다.[5]
조선에서도 일찍부터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22건이 보이며, 1553년(명종 8) 사간원이 황해도 백성의 살 방도를 말하며 “그 이용후생의 방도를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其利用厚生之道,在所當急)”고 아뢴 것이 이른 예이다.[6] 1778년(정조 2) 정조는 대고(大誥)에서 “공업과 상업은 말단의 일이지만 백성이 이에 힘입어 입고 먹는 것을 넉넉히 하니 오히려 이용후생의 바탕이 된다(工商,末務也,民賴以裕衣食,則猶爲利用厚生之資)”고 했다.[7]
같은 해 박제가는 《북학의(北學議)》 자서(自序)에서 “이용과 후생은 하나라도 닦이지 않으면 위로 정덕을 해친다(夫利用厚生,一有不修,則上侵於正德)”고 했다.[8] 박지원은 1780년 연행 길에 쓴 《열하일기(熱河日記)》 〈도강록(渡江錄)〉 6월 27일 조에서, 청나라 시골 가게의 소 우리와 돼지우리, 땔나무 더미까지 반듯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고 이렇게 적었다.
嗟乎。如此然後始可謂之利用矣。利用然後可以厚生。厚生然後正其德矣。不能利其用而能厚其生。鮮矣。生旣不足以自厚。則亦惡能正其德乎。
“아, 이렇게 된 뒤에야 비로소 쓰임을 이롭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쓰임이 이로워진 뒤에야 삶을 넉넉하게 할 수 있고, 삶이 넉넉해진 뒤에야 덕을 바로잡을 수 있다. 쓰임을 이롭게 하지 못하면서 삶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삶이 스스로 넉넉하지 못한데 어찌 덕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서경》은 정덕·이용·후생의 순서로 말했지만, 박지원은 이를 거꾸로 세워 물질적 기반이 먼저 갖추어져야 도덕도 바로 선다고 보았다. 이용후생이 북학파의 구호처럼 여겨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오픈 소스 공공 소프트웨어는 이용후생의 정신을 디지털 시대에 구현한 사례라 할 만하다.
- 신기술 도입의 목적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용후생, 곧 사람들의 일과 삶을 실제로 편하게 만드는 데 있다.
- 북학파 실학자들은 수레와 벽돌 같은 청나라의 기술을 들여와 이용후생을 꾀하자고 주장했다.
- 일본의 후생성(厚生省, 지금의 후생노동성)이라는 이름은 《서경》의 ‘正德利用厚生’에서 따온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후생’이 채침(蔡沈)의 《서경집전》 풀이처럼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넉넉히 하여 백성의 삶을 풍족하게 한다는 뜻이라고 소개한다.[11] 한국어의 ‘후생 복지’, ‘복리 후생’의 ‘후생’도 같은 말이다.
-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용후생”,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4%EC%9A%A9%ED%9B%84%EC%83%9D, 확인날짜=2026-10-01.
-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利用厚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7739, 확인날짜=2026-10-01.
- ↑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문공(文公) 7년.
- ↑ 《상서(尙書)》 〈대우모〉 공안국 전(傳).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15권, 명종 8년 8월 14일 무자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ma_10808014_002,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5권, 정조 2년 6월 4일 임진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0206004_001, 확인날짜=2026-10-01.
- ↑ 박제가(朴齊家), 《북학의(北學議)》 서(序).
- ↑ 박지원(朴趾源), 《열하일기(熱河日記)》 권1 〈도강록(渡江錄)〉 6월 27일 갑술.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디지털 다이지센》·《세계대백과사전(世界大百科事典)》, “利用厚生”,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8%A9%E7%94%A8%E5%8E%9A%E7%94%9F, 확인날짜=2026-10-01.
- ↑ 일본 후생노동성, 〈厚生労働省の沿革〉, https://www.mhlw.go.jp/kouseiroudoushou/shigoto/dl/p03.pdf,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