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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實事求是)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공허한 이론을 떠나 정확한 고증과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학문 태도를 가리키며, 청나라 고증학의 표어로 쓰였고 조선 후기 실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1]

‘실제의 일(實事)에서 옳음(是)을 구한다(求)’는 뜻이다. 처음에는 한나라 하간헌왕(河間獻王) 유덕(劉德)의 학문 태도를 기린 말이었고, 청나라 고증학자들이 경서의 본뜻을 문헌 증거로 밝히려는 학풍의 구호로 내세웠다. 한국에서는 김정희(金正喜)의 〈실사구시설(實事求是說)〉 등을 통해 실학을 대표하는 말이 되었고, 중국에서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중국공산당의 사상 노선을 나타내는 표어로 삼았다.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학문뿐 아니라 정책·경영·외교 등에서 이념이나 명분보다 현실과 실익을 따지자는 뜻으로 널리 쓴다. 중국어(實事求是, shí shì qiú shì)와 일본어(実事求是, じつじきゅうぜ)에서도 같은 형태로 쓴다.[2][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實 실 열매, 참되다 실제의, 사실에 맞는
事 사 일 일, 사실
求 구 구하다 찾다, 탐구하다
是 시 옳다, 이것 옳음, 참된 것

‘實事’에 근거하여 ‘是’를 ‘求’한다는 짜임이다. ‘是’를 ‘이것’이 아니라 ‘옳음’으로 읽는 것이 핵심이다.

《한서》 하간헌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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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한 반고(班固)의 《한서》 〈경십삼왕전(景十三王傳)〉에서 한 경제(景帝)의 아들 하간헌왕 유덕을 소개하는 첫머리에 나온다.

河間獻王德以孝景前二年立,修學好古,實事求是。從民得善書,必為好寫與之,留其真,加金帛賜以招之。

[4]

“하간헌왕 덕은 효경제 전원(前元) 2년에 왕이 되었다. 학문을 닦고 옛것을 좋아했으며, 실제의 일에서 옳음을 구했다. 백성에게서 좋은 책을 얻으면 반드시 잘 베껴 그 사본을 돌려주고 원본은 남겨 두었으며, 금과 비단을 더해 주어 책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진시황의 분서 이후 사라진 옛 책들을 모으던 유덕은 원본을 확보하고 사본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선진 시대의 옛 문헌을 많이 모았다. 그가 얻은 책은 《주관(周官)》·《상서》·《예기》·《맹자》·《노자》 등 모두 고문으로 된 선진 시대의 책이었다고 한다. 당나라 안사고(顏師古)는 이 대목에 “사실을 확실히 얻는 데 힘쓰고, 늘 참된 옳음을 구했다(務得事實,每求真是也)”라고 주를 달았다.[2]

이 말은 청나라 건륭·가경 연간(1736~1820)에 고증학의 학풍을 나타내는 표어가 되었다. 혜동(惠棟)·전대흔(錢大昕)·대진(戴震)·단옥재(段玉裁)·왕념손(王念孫) 같은 학자들은 문자·음운·훈고의 증거를 하나하나 모아 경서의 본뜻을 밝히려 했고, 이런 방법을 ‘실사구시’라 불렀다.[3] 《성어전》은 청나라 강번(江藩)의 《한학사승기(漢學師承記)》가 소진함(邵晉涵)의 저술을 “모두 실사구시한 것으로 배우는 이에게 유익한 책”이라 평한 예 등을 용례로 든다.[2]

한국에서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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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는 실학 이전부터 이 말이 쓰였다. 이이(李珥)는 성혼(成渾)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떤 사람을 두고 “학문에 실사구시의 뜻과 절문근사(切問近思)의 공부가 부족하다”라고 했다.[5]

1729년(영조 5) 소대(召對)에서 종부시 정 양득중(梁得中)은 근래 허위가 풍속을 이루었다고 하면서 “하간왕 덕은 한나라 때의 어진 공족이었는데, 그의 말에 ‘실사구시’라 하였으니 참으로 격언입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러자 영조는 승지에게 ‘실사구시’ 네 글자를 써서 들이라고 명했다.[6]

19세기에는 청대 고증학의 영향을 받은 학자들이 이 말을 학문의 원칙으로 삼았다. 김정희는 〈실사구시설〉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漢書河間獻王傳云實事求是。此語乃學問最要之道。若不實以事而但以空疎之術爲便。不求其是而但以先入之言爲主。其于聖賢之道。未有不背而馳者矣。

[7]

“《한서》 〈하간헌왕전〉에 ‘실사구시’라 했는데, 이 말은 학문의 가장 중요한 길이다. 만약 일을 사실대로 하지 않고 공허하고 엉성한 방법만 편하게 여기며, 옳음을 구하지 않고 먼저 들은 말만 주로 삼는다면, 성현의 도와 등지고 달리지 않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김정희는 훈고를 집의 문과 길에, 성현의 도를 당(堂)과 방에 비유하며, 훈고를 정밀하게 하는 것은 당과 방에 잘못 들지 않기 위함이지 훈고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했다. 같은 시기 홍석주(洪奭周)도 같은 제목의 글을 남겼다.[8]

현대 중국의 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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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毛澤東)은 1938년 10월 중국공산당 제6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 보고에서 “공산당원은 실사구시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9] 1941년 〈우리의 학습을 개조하자(改造我們的學習)〉에서는 이 말을 새로 풀이했다.

“實事”就是客觀存在着的一切事物,“是”就是客觀事物的內部聯繫,即規律性,“求”就是我們去研究。

[10]

“‘실사’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고, ‘시’란 객관적 사물의 내부 연관, 곧 법칙성이며, ‘구’란 우리가 연구하는 것이다.” 원래 문헌 고증의 방법을 가리키던 말이 현실 분석과 실천의 원칙으로 바뀐 것이다.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12월 13일 중앙공작회의 폐막 연설 〈사상을 해방하고 실사구시하며 일치단결하여 앞을 보자(解放思想,實事求是,團結一致向前看)〉에서 이 말을 개혁·개방 노선의 기치로 내세웠다.[11]

  • 보안 정책은 유행하는 구호보다 실제 침해 사고 기록을 분석해 세우는 실사구시의 태도가 필요하다.
  • 장애 회고에서는 누구의 잘못인지보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실사구시로 따져야 한다.
  • 그는 실사구시의 학풍을 강조하며 제자들에게 원전 대조를 거듭 요구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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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즉사궁리(即事窮理), 각답실지(腳踏實地): 일에 나아가 이치를 궁구함, 착실하게 일함. 《성어전》이 드는 근의어.[2]
  • 이용후생(利用厚生): 기구를 편리하게 쓰고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넉넉하게 하여 생활을 나아지게 함. 실학의 다른 표어.
  • 경세치용(經世致用): 학문은 세상을 다스리는 데 실질적인 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학문 태도.
  • 반대: 농허작가(弄虛作假): 거짓으로 꾸며 속임. 《성어전》이 드는 반의어.[2] 공리공론(空理空論): 실천이 따르지 않는 헛된 이론이나 논의. 탁상공론(卓上空論): 현실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실사구시”,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B%A4%EC%82%AC%EA%B5%AC%EC%8B%9C, 확인날짜=2026-10-01.
  2. ↑ 2.0 2.1 2.2 2.3 2.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實事求是”,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196, 확인날짜=2026-10-01.
  3. ↑ 3.0 3.1 《개정신판 세계대백과사전(改訂新版 世界大百科事典)》, “実事求是”,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E%9F%E4%BA%8B%E6%B1%82%E6%98%AF, 확인날짜=2026-10-01.
  4. ↑ 반고(班固), 《한서(漢書)》 권53 〈경십삼왕전(景十三王傳)〉.
  5. ↑ 이이(李珥), 〈답성호원(答成浩原)〉, 《율곡전서(栗谷全書)》,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21권, 영조 5년 2월 6일 신사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0502006_001, 확인날짜=2026-10-01.
  7. ↑ 김정희(金正喜), 〈실사구시설(實事求是說)〉, 《완당전집(阮堂全集)》 권1,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ITKC_MO_0614A_0020_020_005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614A_0020_020_0050, 확인날짜=2026-10-01.
  8. ↑ 홍석주(洪奭周), 〈실사구시설(實事求是說)〉, 《연천집(淵泉集)》 권25,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9. ↑ 毛泽东, 〈中国共产党在民族战争中的地位〉(1938-10-14), 中文马克思主义文库, https://www.marxists.org/chinese/maozedong/marxist.org-chinese-mao-19381014.htm, 확인날짜=2026-10-01.
  10. ↑ 毛泽东, 〈改造我们的学习〉(1941-05-19), 中文马克思主义文库, https://www.marxists.org/chinese/maozedong/marxist.org-chinese-mao-19410519.htm, 확인날짜=2026-10-01.
  11. ↑ “1978年12月13日:邓小平在中共中央工作会议闭幕会上的讲话录音(节录)”, 人民网 邓小平纪念网, http://cpc.people.com.cn/n/2014/0512/c69113-25005295.html,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