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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언반구(一言半句)는 한 마디 말과 반 구절이라는 뜻으로, 아주 짧은 말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일언반구도 없이”,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처럼 주로 부정하는 말과 함께 써서, 마땅히 있어야 할 말이 조금도 없었음을 강조한다. 상의나 통보 없이 일이 처리되었을 때, 사과나 해명을 한마디도 하지 않을 때 흔히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같은 뜻의 말로 ‘일언반사(一言半辭)’를 함께 싣고 있다.[1][2]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一言半句를 “말이 아주 적음”으로 풀고, ‘一言半字’, ‘一言半語’라고도 한다고 적었다.[3] 일본어에서는 ‘いちごんはんく’로 읽으며, 《일본국어대사전》은 “多く否定文に用いる(주로 부정문에 쓴다)”고 설명해 한국어의 쓰임과 같다.[4]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一 일 하나 한
言 언 말, 말하다 마디 말
半 반 절반 반
句 구 글귀, 구절 구절

‘한 마디 말(一言)’과 ‘반 구절(半句)’을 나란히 놓아 말의 양이 지극히 적음을 나타낸 짜임이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지만, 같은 뜻의 ‘일언반사(一言半辭)’는 이미 《사기(史記)》에 보인다.

《사기》의 ‘일언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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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공자열전(魏公子列傳)〉에서 위나라 공자 신릉군(信陵君) 무기(無忌)는 진(秦)나라에 포위된 조(趙)나라를 구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수레와 기병 백여 승을 마련해 식객들과 함께 진나라 군대에 뛰어들어 죽으려 한다. 떠나기 전 그는 평소 극진히 모신 문지기 노인 후영(侯嬴)을 찾아갔으나, 후영은 “공자께서는 힘쓰십시오. 늙은 신은 따라가지 못합니다”라고만 했다.

公子行數里,心不快,曰:「吾所以待侯生者備矣,天下莫不聞,今吾且死而侯生曾無一言半辭送我,我豈有所失哉?」復引車還,問侯生。

[5]

“공자는 몇 리를 가다가 마음이 언짢아 말했다. ‘내가 후생을 대접한 것은 빈틈이 없어 천하에 모르는 이가 없다. 이제 내가 죽으러 가는데 후생은 한 마디 반 마디 말도 없이 나를 보내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그러고는 수레를 돌려 돌아가 후생에게 물었다.” 후영은 웃으며 공자가 돌아올 줄 알았다고 하고, 위왕의 침실에 있는 병부(兵符)를 여희(如姬)에게 훔쳐 내게 하라는 계책을 일러 준다. 신릉군이 병부를 얻어 진비(晉鄙)의 군대를 빼앗고 조나라를 구한 이야기의 첫머리이다. 이 대목은 《태평어람(太平御覽)》 권325에 인용되었고, 명나라 소설 《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 제100회에도 “侯生無一言半辭為我謀”라는 말로 옮겨졌다.

‘일언반구’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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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言半句’라는 네 글자는 당말·오대 무렵의 선종 문헌부터 보인다. 운문종을 연 운문 문언(雲門文偃, 864~949)은 제자들에게 “옛사람이 그대들을 어찌할 수 없어 일언반구를 드리워 들어갈 길을 터 준 것(所以垂一言半句通爾入路)”이라고 했다.[6] 송나라 원오 극근(圜悟克勤)의 《벽암록(碧巖錄)》 권1에도 “옛사람이 어찌 일언반구로 평생을 삼았겠는가(豈以一言半句以當平生)”라는 말이 있다.

《성어전》은 주희(朱熹)의 말을 엮은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1 〈독서법 하(讀書法下)〉를 용례로 든다.[3]

近來學者,有一種則舍去冊子,卻欲於一言半句上便要見道理;又有一種,則一向汎濫不知歸著處,此皆非知學者。

[7]

“요즘 배우는 이들 가운데 한 부류는 책을 버려두고 일언반구에서 곧바로 도리를 보려 하고, 다른 한 부류는 넓게 떠돌기만 하여 돌아가 닿을 곳을 모른다. 이는 모두 배움을 아는 자가 아니다.” 여기서 일언반구는 ‘짧은 한두 마디 말’이라는 뜻으로, 부정문에 묶여 있지는 않았다.

조선 문집에서는 이황(李滉)이 황준량(黃俊良)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갓 일언반구만 믿고 얻는 것이 있기를 바란다면(徒恃其一言半句。而欲有得焉)” 헛된 생각에 빠지게 된다고 한 대목 등이 보인다.[8] 다만 조선 조정 기록에서는 ‘일언반사’가 훨씬 많이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一言半句’가 한 건도 없고 ‘一言半辭’가 64건 나온다. 그 가운데 이른 예는 1602년(선조 35) 경상 감사의 재이 보고에 붙은 사관의 논평으로, 승정원이 먼저 아뢰면서도 “조정과 임금의 몸에 미치는 일은 한 마디 반 마디도 없이(曾無一言半辭) 바깥 도적만 말했다”고 꼬집었다.[9]

  • 운영팀은 서버 점검 일정을 바꾸면서 고객에게 일언반구 공지도 하지 않아 항의를 받았다.
  • 보안 사고가 알려진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회사 측은 일언반구 해명이 없었다.
  • 그는 친구의 결혼 소식을 일언반구도 듣지 못했다며 서운해했다.
  • 《조선왕조실록》 국역문에서는 ‘일언반구’가 28건 쓰였지만, 원문에는 ‘一言半句’가 없고 대개 ‘一言半辭’를 옮긴 것이다.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일언반사’보다 ‘일언반구’가 훨씬 익숙해, 번역자들이 원문의 一言半辭를 일언반구로 풀어 쓴 셈이다.[10]
  • 일본에서 가장 이른 용례로 《일본국어대사전》은 17세기 초 문헌으로 전하는 무사 가훈 《소운지도노 21개조(早雲寺殿廿一箇条)》의 “윗사람 아랫사람 모두에게 일언반구라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을 든다.[4]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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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언반사(一言半辭): 일언반구와 같은 말. 《사기》에 나오는 형태이다.[1]
  • 일언반어(一言半語), 일언반자(一言半字): 《성어전》이 드는 같은 뜻의 말. 남송 양만리(楊萬里)의 시에 “一言半語到金石”이 있다.[11]
  • 편언척자(片言隻字): 한두 마디의 짧은 말이나 글.[12]
  • 일언지하(一言之下): 한 마디로 잘라 말함.
  • 반대 의미: 장광설(長廣舌): 길고 줄기차게 늘어놓는 말.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일언반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C%EC%96%B8%EB%B0%98%EA%B5%AC, 확인날짜=2026-10-01.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일언반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C%EC%96%B8%EB%B0%98%EC%82%AC, 확인날짜=2026-10-01.
  3.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一言半句”,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5142, 확인날짜=2026-10-01.
  4. ↑ 4.0 4.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一言半句”,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8%80%E8%A8%80%E5%8D%8A%E5%8F%A5, 확인날짜=2026-10-01.
  5. ↑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권77 〈위공자열전(魏公子列傳)〉.
  6. ↑ 《운문광진선사광록(雲門匡真禪師廣錄)》 권상, CBETA T1988.
  7. ↑ 여정덕(黎靖德) 편, 《주자어류(朱子語類)》 권11 〈학5(學五)·독서법 하(讀書法下)〉.
  8. ↑ 이황(李滉), 〈답황중거논백록동규집해(答黃仲擧論白鹿洞規集解)〉, 《퇴계집(退溪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ITKC_MO_0144A_0190_010_021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144A_0190_010_0210, 확인날짜=2026-10-01.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156권, 선조 35년 11월 9일 병인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3511009_003, 확인날짜=2026-10-01.
  10.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검색, “一言半辭”(원문 64건)·“일언반구”(국역 28건), https://sillok.history.go.kr/search/searchResultList.do?topSearchWord=%E4%B8%80%E8%A8%80%E5%8D%8A%E8%BE%AD&type=w&sillokType=S, 확인날짜=2026-10-01.
  11.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一言半語”,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206, 확인날짜=2026-10-01.
  1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片言隻字”,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835,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