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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언지하(一言之下)는 한 마디로 잘라 말함, 또는 두말할 나위 없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우리말샘은 이 말이 주로 ‘일언지하에’ 꼴로 쓰인다고 밝힌다.[2]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일언지하에 잘라 말했다”처럼 상대의 부탁이나 제안을 더 따져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딱 잘라 물리칠 때 가장 흔히 쓴다.

글자 그대로는 ‘한 마디 말 아래’, 곧 ‘한 마디 말이 떨어지자마자’라는 뜻이다. 옛 한문에서는 주로 스승의 한 마디에 곧바로 깨닫거나 의문이 풀린다는 좋은 뜻으로 썼고, 거절의 뜻으로 굳은 것은 근래 한국어의 쓰임이다(아래 ‘뜻의 변화’).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一 일 하나 한
言 언 말, 말하다 마디 말
之 지 가다, ~의 ~의
下 하 아래 (말이 떨어진) 바로 그때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며, 당나라 불교 문헌에서부터 쓰였다.

불교 문헌의 ‘한 마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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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종 제2조 지엄(智儼, 602~668)은 《화엄경내장문등잡공목장(華嚴經內章門等雜孔目章)》 권4에서 《화엄경》이 믿음이라는 한 마디로 신위(信位)를 이루고 그 안에 온갖 법문을 머금는 성인의 교묘함을 두고 “이에 따르면 한 마디 말 아래 깊고 또 깊다(據斯聖巧,一言之下玄復玄耳)”라고 했다.[3]

화엄종과 하택종을 함께 이은 규봉 종밀(圭峯宗密, 780~841)은 《원각경약소(圓覺經略疏)》 서문에서 자신이 스승을 만나 《원각경》을 얻은 일을 이렇게 적었다.

幸於涪上,針芥相投,禪遇南宗,教逢斯典。一言之下,心地開通;一軸之中,義天朗耀。

[4]

“다행히 부수(涪水) 가에서 바늘과 겨자씨가 서로 맞듯 인연이 닿아, 선(禪)으로는 남종을 만나고 교(敎)로는 이 경전을 만났다. 한 마디 말에 마음 바탕이 열리고, 한 두루마리 안에서 뜻의 하늘이 환히 밝아졌다.” 이후 송대 선종 문헌과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등에서도 ‘일언지하에 깨닫다’는 표현이 이어졌다.

조선 문헌에서도 같은 뜻으로 썼다. 성리학자 남한조(南漢朝)는 편지에서 상대에게 《주역》 건괘 구삼효의 본뜻을 처음부터 곧바로 말해 주어 “한 마디 말에 깨닫게 해 달라(使之領會於一言之下)”고 청했고,[5] 전우(田愚)는 “내가 어찌 한 마디 말에 문득 깨칠 수 있겠는가(今亦何能頓悟於一言之下耶)”라고 썼다.[6]

한편 조정 기록에서는 ‘한 마디 말로 곧바로 결판나다’라는 쓰임도 보인다. 1792년(정조 16) 한 신하는 상소에서, 어떤 이가 자신과 편지로 상의했다고 한 말을 반박하며 “편지로 의논했는지 만나서 의논했는지, 그것이 언제였는지 한 번 물어보면 한 마디 말에 바로잡을 수 있다(一言之下,可以卞正)”고 했다.[7]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一言之下’는 이 한 건뿐이다. 《승정원일기》에는 1744년(영조 20) 김장생(金長生)의 문묘 종사를 두고 “40년 동안의 온 나라 공론이 한 마디 말에 펴지게 되었다(使四十年一國公議,獲伸於一言之下)”고 한 대목이 있다.[8]

옛 용례에서 일언지하는 ‘한 마디 말이 떨어지자 곧바로’라는 때를 나타내는 말이었고, 뒤에는 ‘깨닫다’, ‘풀리다’, ‘가려지다’ 같은 말이 따랐다. 깨달음이나 결판이 그만큼 빠르고 분명하다는 뜻이었다.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거절하다’, ‘잘라 말하다’와 짝을 이루어, 상대의 말을 더 들어 보지 않고 단번에 물리친다는 차가운 어감이 강해졌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 “한 마디로 잘라 말함”도 이 쓰임을 반영한 것이다.[1]

다른 언어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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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言下(げんか·ごんか)’를 쓴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이를 “말을 끝내자마자, 한 마디 말 아래, 그 자리에서 곧”으로 풀고, 도겐(道元)의 《정법안장(正法眼蔵)》에 나오는 “이 말을 듣고 언하에 크게 깨달았다(言下大悟す)”를 가장 이른 용례로 든다.[9] 선종에서 ‘言下’와 ‘一言之下’가 같은 자리에 쓰인 것이다.

  • 보안팀은 운영 서버에 원격 접속 권한을 달라는 외주 업체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 협상 테이블에서 그는 상대의 수정안을 일언지하에 물리쳤다.
  • 스승의 한 마디에 막혔던 생각이 일언지하에 풀렸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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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언반구(一言半句): 아주 짧은 말.
  • 일도양단(一刀兩斷): 한 칼로 쳐서 두 동강을 낸다는 뜻으로, 머뭇거리지 않고 선뜻 결정함.
  • 단도직입(單刀直入): 여러 말을 늘어놓지 않고 바로 요점을 말함.
  • 언하(言下):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일언지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C%EC%96%B8%EC%A7%80%ED%95%98, 확인날짜=2026-10-01.
  2.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일언지하”,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C%9D%BC%EC%96%B8%EC%A7%80%ED%95%98, 확인날짜=2026-10-01.
  3. ↑ 지엄(智儼), 《화엄경내장문등잡공목장(華嚴經內章門等雜孔目章)》 권4, CBETA T1870.
  4. ↑ 종밀(宗密),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약소서(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略疏序)〉, 《전당문(全唐文)》 권920.
  5. ↑ 남한조(南漢朝), 〈답정사앙별지(答鄭士仰別紙)〉, 《손재집(損齋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ITKC_MO_1120A_0030_010_004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1120A_0030_010_0040, 확인날짜=2026-10-01.
  6. ↑ 전우(田愚), 〈답최모(答崔某)〉, 《간재집(艮齋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ITKC_MO_0653A_0470_010_1520, https://db.itkc.or.kr/dir/node?dataId=ITKC_MO_0653A_0470_010_1520, 확인날짜=2026-10-01.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34권, 정조 16년 2월 17일 병진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1602017_004, 확인날짜=2026-10-01.
  8.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영조 20년 12월 29일 임신, https://sjw.history.go.kr/id/SJW-F20120290-02400, 확인날짜=2026-10-01.
  9.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言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A8%80%E4%B8%8B,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