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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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自家撞着)은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서로 맞지 않고 모순됨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자가(自家)’는 자기 자신, ‘당착(撞着)’은 맞부딪침을 뜻하여, 글자대로는 ‘자기가 자기와 부딪침’이라는 말이다.
‘자기 자신과 부딪친다’는 표현은 송나라 선승들의 게송에 나온다. 원(元)나라 도태(道泰)가 엮은 《선림유취(禪林類聚)》 권8에는 남당 원정(南堂元靜)의 게송이 실려 있다.[4]
須彌山高不見巔,大海水深不見底。簸土揚塵無處尋,回頭撞著自家底。
“수미산은 높아 꼭대기가 보이지 않고, 큰 바다는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네. 흙을 까부르고 먼지를 날리며 찾아도 찾을 곳이 없더니, 고개를 돌리자 제 자신과 딱 부딪쳤네.” 남당 원정은 팽주(彭州) 대수산(大隨山)에 머문 선승으로 뒤에 이름을 도흥(道興)으로 고쳤으며, 오조 법연(五祖法演)에게 배웠다.[5] 같은 게송을 실은 《선종송고연주통집(禪宗頌古聯珠通集)》이 지은이를 ‘남당 흥(南堂興)’으로 적은 것은 이 때문이다.[6]
이보다 앞서 스승 오조 법연의 어록에도 거의 같은 구절이 있다. 법연은 방 거사가 마조에게 “만법과 짝하지 않는 자는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마조가 “네가 한 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시면 말해 주마”라고 답한 공안을 들어 이렇게 읊었다.[7]
一口吸盡西江水,洛陽牡丹新吐蘂。簸土颺塵勿處尋,擡頭撞著自家底。
“한 입에 서강의 물을 다 마시니, 낙양의 모란이 새로 꽃술을 토하네. 흙을 까부르고 먼지를 날려도 찾을 데가 없더니, 머리를 드는 순간 제 자신과 부딪쳤네.”
두 게송에서 ‘撞著自家’는 밖에서 애써 찾던 진리가 결국 자기 안에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을 말한다. 자기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오늘날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나무위키 등에서는 남당 원정의 게송을 자가당착의 유래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 게송은 스승 법연의 구절을 이어받은 것이고 뜻도 ‘모순’이 아니다. 또한 ‘自家撞著’라는 네 글자 형태는 불교 경전과 한문 전적에서 확인되지 않는다.[8]
‘모순’이라는 뜻의 ‘自家撞着’은 근대 일본어에서 먼저 확인된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1879년 일본 〈교육령 제정 이유(教育令制定理由)〉 포고안의 “일정불변의 학령을 늘이고 줄일 수 있다고 한다면 자가당착을 면하지 못한다(一定不易の学齢を伸縮すべしと為さば自家撞著を免かれざればなり)”를 든다. 1912년 시가 나오야(志賀直哉)의 소설 〈클로디어스의 일기〉에도 “너무나 명백한 자가당착”이라는 표현이 보인다.[2] 《일본국어대사전》은 여기서 ‘撞着’을 ‘부딪침’으로 풀이하고, 《디지털 대사천》은 유의어로 ‘矛盾’과 함께 ‘撞着’ 한 단어를 든다.[2]
조선 문헌에서는 ‘撞着’이 ‘마주치다, 맞닥뜨리다’라는 뜻으로 쓰였고, 《조선왕조실록》과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自家撞着’은 검색되지 않는다.[9] 오늘날 한국어의 자가당착은 근대에 일본어를 거쳐 들어온 말로 보인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自 | 자 | 스스로 | 자기 |
| 家 | 가 | 집 | (自家로) 자기 자신 |
| 撞 | 당 | 치다, 부딪치다 | 부딪치다 |
| 着 | 착 | 붙다, 닿다 | (撞着으로) 맞부딪침, 어긋남 |
‘撞’은 ‘칠 당’으로 읽는다. ‘着’은 ‘著’의 속자로, 선종 문헌에는 ‘撞著’으로 적혀 있다.
- 규제를 풀자면서 새 인증 절차를 추가하자는 주장은 자가당착이다.
- 최소 권한 원칙을 강조하던 팀이 정작 자기 서비스 계정에는 관리자 권한을 준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 그는 앞선 발언을 뒤집는 해명을 내놓아 자가당착에 빠졌다.
- 모순당착(矛盾撞着): 같은 뜻.[1]
- 모순(矛盾): 창과 방패. 《한비자》의 고사에서 나온 말.
- 자상모순(自相矛盾): 스스로 모순됨. 중국어에서 쓰는 형태.[3]
- 모순어법(矛盾語法):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을 일부러 이어 붙이는 수사법(oxymoron). 일본어로는 ‘撞着語法(どうちゃくごほう)’이라 하여 ‘撞着’이 여기에도 쓰인다. 자가당착이 앞뒤가 맞지 않는 잘못을 탓하는 말이라면, 모순어법은 일부러 쓰는 표현 기법이다.[12]
- 이율배반(二律背反): 서로 모순되는 두 명제가 똑같이 타당하게 주장되는 일.
- 자승자박(自繩自縛): 제 줄로 제 몸을 묶음. 자기 말과 행동에 스스로 얽매임.
-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속담도 자기 말과 행동이 자기를 옭아맨다는 점에서 통한다.
-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자가당착”,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E%90%EA%B0%80%EB%8B%B9%EC%B0%A9,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自家撞着”,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87%AA%E5%AE%B6%E6%92%9E%E7%9D%80,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自相矛盾”,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9, 확인날짜=2026-09-27.
- ↑ 도태(道泰) 편, 《선림유취(禪林類聚)》 권8.
- ↑ 보제(普濟), 《오등회원(五燈會元)》 권19.
- ↑ 법응(法應)·보회(普會), 《선종송고연주통집(禪宗頌古聯珠通集)》 권29.
- ↑ 재량(才良) 등 편, 《법연선사어록(法演禪師語錄)》 권중.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 권21에도 실려 있다.
- ↑ CBETA 중화전자불전협회 전문 검색 “自家撞著”·“撞著自家”,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종합DB, 한국문집총간 원문 검색 “自家撞着”·“撞着”,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 ↑ “[금주 개봉작] MB 정권 풍자 코미디 ‘자가당착’ 10일 개봉”, 서울신문, 2015-09-08, https://www.seoul.co.kr/news/life/2015/09/08/20150908500060, 확인날짜=2026-09-27.
- ↑ “5년 만에 심의통과…문제작 ‘자가당착’ 어떤 영화이기에”, 노컷뉴스, https://www.nocutnews.co.kr/news/4454537, 확인날짜=2026-09-27.
- ↑ 《세계대백과사전(世界大百科事典)》(구판), “撞着語法”,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2%9E%E7%9D%80%E8%AA%9E%E6%B3%95,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