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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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賊反荷杖)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나무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거나, 잘못을 지적한 사람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울 때 쓴다. 흔히 “적반하장도 유분수(有分數)지”라는 말로 쓰는데, 뻔뻔함에도 정도가 있다는 뜻이다. ‘하장(荷杖)’은 몽둥이를 멘다는 말로, 주인에게 붙잡혀 매를 맞아야 할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들고 주인에게 덤빈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한국 속담 “도둑이 매를 든다”를 한자로 옮긴 말로, 중국 고전에서 나온 성어가 아니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이 네 글자를 쓰지 않고 다른 표현을 쓴다(아래 ‘다른 언어의 표현’).
조선 후기 홍만종(洪萬宗)이 엮은 《순오지(旬五志)》에 우리 속담을 한문으로 옮겨 풀이한 대목이 있는데, 적반하장도 여기에 실려 이치에 어긋난 사람이 도리어 남을 업신여기는 것에 비유한다고 풀이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조선 문인들은 이 말을 쓸 때 “속담에 이르는(諺所謂)”, “민간에서 이르는(俚所謂)” 같은 말을 앞에 붙이는 일이 많았는데, 이 말이 널리 알려진 속담이었음을 보여 준다.
나무위키 등에는 적반하장이 《순오지》(1678)에서 처음 나오는 표현이라는 설명이 보이지만, 원문을 확인해 보면 그보다 이른 예가 있다. 《광해군일기》 광해군 10년(1618) 1월 20일 기사에서 정언 박종주(朴宗胄)는 자신을 역적을 감싸는 사람으로 몰아붙인 유시영을 두고 “이번의 시영도 원궤(元簋)와 같은 무리로, 적반하장 격으로 신을 역적을 비호한다고 지목하니 신은 가슴이 아픕니다(賊反荷杖,指臣爲護逆,臣竊痛焉)”라고 했다.[3]
- 송시열(宋時烈)은 1687년(정묘) 손자 송주석(宋疇錫)에게 보낸 편지에서 “요즘 일은 민간에서 이르는 적반하장이니 더 무슨 말을 하겠느냐(近事俚所謂賊反荷杖者。尙何言哉)”라고 했다.[4]
- 《경종실록》 경종 2년(1722) 4월 13일 기사에 실린 임인옥사의 공초에도 “또 적반하장이 될까 두려워(又恐賊反荷杖)” 동정을 엿보러 갔다는 진술이 나온다.[5]
- 정조(正祖)는 살인 사건을 심리하며 내린 판결문에서 이 말을 여러 번 썼다. 주인이 꾸짖자 도리어 성을 내며 대든 사건을 두고 “적반하장은 옛 속담에도 있다(賊反荷杖。亦有古諺)”고 했고,[6] 다른 사건에서는 “참으로 도둑이 주인을 미워하는 격이요 적반하장이다(眞是盜憎主人。賊反荷杖者也)”라고 하여 중국 고전의 ‘도증주인(盜憎主人)’과 나란히 썼다.[7]
- 정약용(丁若鏞)은 《흠흠신서(欽欽新書)》에서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을 거꾸로 죽이는 ‘반살(反殺)’을 설명하며 “반살이라고 하는 것은 민간에서 이르는 적반하장의 ‘반(反)’과 같다”고 했다.[8]
이처럼 적반하장은 조선 후기 공문서와 판결문, 편지에 두루 쓰였지만 중국 문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만들어져 한국에서 쓰이는 성어이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賊 | 적 | 도둑, 해치다 | 도둑 |
| 反 | 반 | 돌이키다, 도리어 | 도리어 |
| 荷 | 하 | 연꽃, 메다 | 메다, 들다 |
| 杖 | 장 | 지팡이, 몽둥이 | 매, 몽둥이 |
‘荷’는 흔히 ‘연꽃 하’로 알려져 있지만 여기서는 ‘짐을 메다’라는 뜻으로 쓰였다.
- 중국어: 비슷한 뜻으로 ‘도타일파(倒打一耙)’를 쓴다. 《서유기》에서 저팔계가 쇠스랑을 들고 달아나는 척하다가 쫓아온 적을 돌아서서 치는 데서 나온 말로, 《성어전》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드러내거나 비판한 사람을 모함함을 비유한다고 풀이한다.[9] 죄를 벗으려고 도둑이 오히려 “도둑 잡아라”를 외친다는 ‘적함착적(賊喊捉賊)’도 있다.[10]
- 중국 고전: ‘도증주인(盜憎主人)’은 도둑이 자기를 막는 주인을 미워한다는 뜻으로, 간사한 사람이 바른 사람을 원망함을 비유한다. 《춘추좌씨전》 성공(成公) 15년에 나온다.[11]
- 일본어: ‘盗人猛々しい(ぬすっとたけだけしい)’라고 한다. 나쁜 짓을 하고 들켜도 태연하거나 도리어 대드는 모습을 이른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에도 시대 인정본 《춘색연백파(春色恋白波)》(1839~41)를 첫 용례로 든다.[12]
- 보안 점검에서 취약점을 알려 준 연구자를 오히려 해킹 혐의로 고소하겠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 약속 시간에 한 시간이나 늦게 와 놓고 왜 먼저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에게 도리어 소리를 지르는 적반하장식 태도가 공분을 샀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적반하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1%EB%B0%98%ED%95%98%EC%9E%A5, 확인날짜=2026-09-26.
- ↑ 참고: 신동열,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賊反荷杖 적반하장”, 생글생글(한국경제),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23010661661,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중초본] 43권, 광해 10년 1월 20일 경진 8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oa_11001020_008,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송시열, 《송자대전(宋子大全)》 권127 〈기주석(寄疇錫) 정묘사월(丁卯四月)〉,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367A_1290_010_0530,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경종실록》 7권, 경종 2년 4월 13일 정묘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ta_10204013_002,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조, 《홍재전서(弘齋全書)》 권140 〈심리록(審理錄)〉,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84A_1400_010_005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조, 《홍재전서(弘齋全書)》 권141 〈심리록(審理錄)〉,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84A_1410_010_041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약용,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제5집 제30권 《흠흠신서》 〈구수천살지의(仇讎擅殺之義)〉,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97A_1350_020_0070,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倒打一耙”,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0896,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賊喊捉賊”,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3983,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盜憎主人”,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826, 확인날짜=2026-09-26.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속담을 아는 사전(ことわざを知る辞典)》, “盗人猛猛しい”,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9B%97%E4%BA%BA%E7%8C%9B%E3%80%85%E3%81%97%E3%81%84,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되술래잡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90%98%EC%88%A0%EB%9E%98%EC%9E%A1%EB%8B%A4,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