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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무치(厚顔無恥)는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후안(厚顔)’은 얼굴 가죽이 두껍다는 말로, 우리말의 “낯가죽이 두껍다”, “얼굴이 두껍다”와 같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거나,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태연하게 구는 사람을 비판할 때 쓴다. 정치 논평이나 사설에서 상대의 몰염치를 꾸짖는 말로 특히 자주 쓰인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낯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름”으로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는 ‘こうがんむち’라고 읽으며, 앞뒤를 바꾼 ‘무치후안(無恥厚顔)’이라는 형태도 사전에 올라 있다.[3]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고전에서 ‘얼굴이 두껍다’는 표현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과 이어지면서 네 글자로 굳은 말이다.

《시경》 〈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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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이 두껍다’는 표현은 《시경(詩經)》 〈소아(小雅)·교언(巧言)〉에 나온다. 임금이 참소하는 자들의 달콤한 말을 믿어 나라가 어지러워진 것을 한탄한 시로, 제5장에 다음 구절이 있다.[4]

蛇蛇碩言,出自口矣。巧言如簧,顏之厚矣。

“이리저리 둘러대는 큰소리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요, 생황처럼 듣기 좋은 교묘한 말은 낯이 두꺼워서 하는 것이로다.” 옛 주석인 《모전(毛傳)》은 이 구절을 “말을 거짓되게 하면서도 남에게 부끄러운 줄 모른다(出言虛僞,而不知慚於人)”로 풀었다.[5] 청나라 전대흔(錢大昕)도 《십가재양신록(十駕齋養新錄)》 권18 〈염치(廉恥)〉에서 “‘巧言如簧,顏之厚矣’는 부끄러움이 없는 것(無恥)”이라고 하여 이 구절을 곧바로 ‘무치’와 연결했다.[6]

《서경》 〈오자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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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顏厚’라는 말은 《서경(書經)》 〈오자지가(五子之歌)〉에도 나온다. 하(夏)나라 태강(太康)이 사냥에 빠져 나라를 잃자 그 다섯 아우가 지었다는 노래의 마지막 장에 “아, 답답하구나 내 마음이여, 낯이 뜨겁고 마음이 부끄럽구나(鬱陶乎予心,顏厚有忸怩)”라는 구절이 있다.[7] 여기서 ‘顏厚’는 뻔뻔함이 아니다. 공안국(孔安國) 전은 이를 “낯빛이 부끄러워함(色愧)”으로 풀었다.[8] 같은 ‘顏厚’가 〈교언〉에서는 뻔뻔함, 〈오자지가〉에서는 부끄러움을 나타낸 셈이다. 다만 〈오자지가〉는 청나라 염약거(閻若璩)가 《상서고문소증(尚書古文疏證)》에서 후대에 지어 넣은 글로 논증한 이른바 ‘위고문(僞古文)’ 편에 속한다.[9]

‘후안’과 ‘무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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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조 제(齊)나라 공치규(孔稚珪)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는 은거하던 산을 버리고 벼슬길에 나섰다가 다시 산으로 돌아오려는 사람을 풍자하며 “어찌 향기로운 풀에게 낯을 두껍게 하고, 벽려(薜荔) 덩굴에게 부끄러움을 모르게 할 수 있겠는가(豈可使芳杜厚顏,薜荔無恥)”라는 구절이 있다.[10] 《문선》에 실린 이 글에서 ‘厚顏’과 ‘無恥’가 짝을 이루어 쓰였다. 다른 판본에는 ‘無恥’가 ‘蒙恥’로 되어 있기도 하다.

네 글자 ‘厚顏無恥’는 명나라 문헌에 보인다. 엄종간(嚴從簡)의 《수역주자록(殊域周咨錄)》 권20에는 대동(大同)의 군사 반란을 진압하러 갔다가 공 없이 돌아온 시랑 호찬(胡瓚)을 탄핵한 어사 소일중(蕭一中)의 상소가 실려 있는데, “신이 보기에 호찬이 후안무치하여 임금을 속임이 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臣意瓚之厚顏無恥,欺罔君上,一至此也)”는 구절이 있다.[11] 척계광(戚繼光)의 《연병실기(練兵實紀)》 〈잡기(雜紀)〉 권4에도 큰 적을 만나면 수가 모자란다는 핑계를 대는 장수들을 두고 “후안무치하게도 제 몸과 집안은 보전할 수 있다(厚顔無恥尚可保全身家)”고 꼬집는 대목이 있다.[12]

한국의 옛 문헌에서는 ‘厚顔’만 따로 쓴 예가 고려 이규보(李奎報)와 이색(李穡)의 시 등에 흔하지만, 네 글자 ‘厚顔無恥’는 《조선왕조실록》과 조선 문집 원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일본국어대사전》이 드는 첫 용례는 미야타케 가이코쓰(宮武外骨)의 1920년 글이다.[3] 네 글자 성어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근대 이후로 보인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厚 후 두텁다 두껍다
顔 안 얼굴 낯, 낯가죽
無 무 없다 없다
恥 치 부끄러움 부끄러워하는 마음
  • 남의 오픈소스 코드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라이선스 표기까지 지운 채 자체 개발이라고 홍보한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다.
  •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몇 달이나 숨기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회사의 태도는 후안무치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 약속을 번번이 어기고도 오히려 큰소리치는 그의 후안무치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 1994년 중국 CCTV 드라마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제갈량이 위나라 왕랑(王朗)을 꾸짖으며 외치는 “나는 이토록 후안무치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我從未見過有如此厚顏無恥之人)”는 대사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대사는 원작 소설 제93회의 해당 장면에는 없고, 드라마에서 새로 넣은 것이다.[13][14][15]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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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면피(鐵面皮):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염치를 모르고 뻔뻔스러운 사람.
  • 안하무인(眼下無人): 방자하고 교만하여 남을 업신여김.
  • 파렴치(破廉恥): 염치를 모르고 뻔뻔스러움.
  • 무치후안(無恥厚顔): 일본어 사전에 오른 같은 뜻의 형태.[3]
  • 반대 의미: 염치(廉恥), 행기유치(行己有恥):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앎(《논어》 〈자로〉).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후안무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B%84%EC%95%88%EB%AC%B4%EC%B9%98, 확인날짜=2026-09-26.
  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厚顏無恥”,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342, 확인날짜=2026-09-26.
  3. ↑ 3.0 3.1 3.2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厚顔無恥”,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E%9A%E9%A1%94%E7%84%A1%E6%81%A5, 확인날짜=2026-09-26.
  4. ↑ 《시경(詩經)》 〈소아(小雅)·교언(巧言)〉.
  5. ↑ 《강희자전(康熙字典)》 〈공부(工部)·2획〉 ‘巧’ 자 항목에 인용된 《모전(毛傳)》.
  6. ↑ 전대흔(錢大昕), 《십가재양신록(十駕齋養新錄)》 권18 〈염치(廉恥)〉.
  7. ↑ 《서경(書經)》 〈하서(夏書)·오자지가(五子之歌)〉.
  8. ↑ 《상서정의(尚書正義)》 권7 〈오자지가〉 공안국 전.
  9. ↑ 염약거(閻若璩), 《상서고문소증(尚書古文疏證)》 권1.
  10. ↑ 공치규(孔稚珪), 〈북산이문(北山移文)〉, 《문선(文選)》 권43.
  11. ↑ 엄종간(嚴從簡), 《수역주자록(殊域周咨錄)》 권20.
  12. ↑ 척계광(戚繼光), 《연병실기(練兵實紀)》 〈잡기(雜紀)〉 권4.
  13. ↑ 나관중,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93회.
  14. ↑ 참고: “从‘骂死王朗’一节看94版电视剧《三国演义》有多经典”, 더우반(豆瓣), https://m.douban.com/movie/review/14485021/, 확인날짜=2026-09-26.
  15. ↑ 참고: “《三国演义》诸葛亮骂王朗的台词:我从未见过有如此厚颜无耻之人”, 즈후(知乎), https://zhuanlan.zhihu.com/p/626109298,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