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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불고(廉恥不顧)는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을 뜻하는 말로, 주로 ‘염치 불고하고’ 꼴로 써서 체면이 서지 않는 줄 알면서도 무릅쓰고 무엇을 한다는 뜻을 나타낸다.[1] ‘염치불구’, ‘염치 불구하고’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으나 ‘염치 불고’가 바른 표현이다.[2]

남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거나 신세를 질 때, 또는 체면을 따질 처지가 아닐 때 쓴다. “염치 불고하고 부탁드립니다”, “염치 불고하고 하룻밤 묵어 가겠다고 했다”처럼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불고하다(不顧하다)’ 항목에 “운양은 아예 아래로 내려와 염치 불고하고 이 판서 옆에 비집고 누웠다(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라는 용례를 싣고 있다.[1] 다소 문어적이고 의례적인 표현이어서, 일상 대화에서는 ‘염치없지만’, ‘염치없는 줄 압니다만’이 더 자연스럽다는 지적도 있다.[3]

표제어와 띄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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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불고’나 ‘염치 불고’는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에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4] 이 말은 명사 ‘염치(廉恥)’와 동사 ‘불고하다(不顧하다)’가 이어진 구(句)이므로, 한글 맞춤법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에 따라 ‘염치 불고하고’처럼 띄어 쓴다.[5] 표준국어대사전의 용례와 국립국어원의 상담 답변도 모두 ‘염치 불고’로 띄어 적는다.[1][2]

같은 뜻으로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는 말은 순서가 반대인 ‘불고염치(不顧廉恥)’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불고염치를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으로 풀이하고 “불고염치로 간청하다”라는 용례를 든다. 이 말은 한 단어이므로 붙여 쓰고, 동사 ‘불고염치하다’도 있다.[6] 한문 어순을 따르면 ‘불고염치’, 우리말 어순(목적어 + 동사)을 따르면 ‘염치 불고하다’가 된다.

한자 음 기본 의미 말 안의 의미
廉 렴(염) 청렴하다, 모서리 청렴함, 곧음
恥 치 부끄러워하다 부끄러움을 앎
不 불 아니다 아니함
顧 고 돌아보다, 돌보다 돌아봄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7] ‘불고(不顧)’는 ‘돌아보지 아니함’ 또는 ‘돌보지 아니함’이다.[1] ‘廉’의 본음은 ‘렴’이지만 단어 첫머리에서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염’으로 적는다.

‘불고(不顧)’와 ‘불구(不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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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은 소리가 비슷하지만 한자도 뜻도 다르다.

말 한자 뜻 쓰는 꼴
불고하다 不顧 돌아보지 아니하다. 돌보지 아니하다 ‘염치(를) 불고하고’, ‘체면을 불고하다’, ‘처자식을 불고하다’
불구하다 不拘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 ‘-에도/-음에도 불구하고’, ‘-ㄴ데도 불구하고’

‘불고하다’는 ‘…을’을 목적어로 받는 동사로, “체면을 불고하다”, “처자식을 불고하다”처럼 쓴다.[1] 반면 ‘불구하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에도/음에도 불구하고’ 구성으로 쓰여”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함을 나타낸다고 되어 있다. “몸살에도 불구하고 출근하다”가 대표적인 예이다.[8]

‘염치불구’가 틀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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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은 ‘염치 불고’와 ‘염치 불구’ 가운데 ‘염치 불고’가 바른 표현이라고 답한다. ‘불구’는 ‘얽매여 거리끼지 아니하다’를 뜻하는 동사 ‘불구하다’의 어근이고 ‘불고’는 ‘돌아보지 아니함’을 뜻하는 명사인데,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인 ‘염치’는 뜻으로 보아 ‘돌아보지 아니함’과 더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것이다.[2]

문법으로 보아도 ‘불구하고’는 앞에 ‘-에도’, ‘-음에도’, ‘-ㄴ데도’가 와야 하므로 “염치 불구하고”처럼 명사 바로 뒤에 붙지 않는다. ‘염치불구’는 자주 쓰는 ‘~에도 불구하고’가 떠올라 잘못 퍼진 말로 보는 설명이 있다.[3] 이 혼동은 오래되었다. 1927년 《별건곤》 제7호에 실린 기자 신형철(申瑩澈)의 회고에 이미 “염치불구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뽕나무 열매를 한 박아지 따먹엇지요”라는 문장이 보인다.[9]

  • 체면 불고: ‘체면 불구하고’가 아니라 ‘체면(을) 불고하고’로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불고하다’ 용례가 “체면을 불고하다”이다.[1]
  • 불고가사(不顧家事): 집안일을 돌보지 아니함. ‘불고’가 들어간 말이다.[10]
  • 몰염치와 파렴치: ‘몰염치(沒廉恥)’는 접두사처럼 쓰이는 ‘몰-’ 뒤에서도 두음 법칙을 적용해 ‘염’으로 적고, 더 쪼개지지 않는 ‘파렴치(破廉恥)’는 본음대로 ‘렴’으로 적는다. 한글 맞춤법 제11항 [붙임 1]과 [붙임 4]에 따른 것이다.[11]

유래와 한문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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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한문 구절이 그대로 굳은 말이다.

‘不顧廉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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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에서는 주로 ‘不顧廉恥(불고염치)’의 순서로 썼다. 이른 예로 한나라 조조(鼂錯)가 문제(文帝)에게 올린 글이 있다. 《한서(漢書)》 〈식화지(食貨志) 상〉에 실려 있고, 흔히 〈논귀속소(論貴粟疏)〉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夫寒之於衣,不待輕煖;飢之於食,不待甘旨;飢寒至身,不顧廉恥。

추운 사람은 옷을 고를 때 가볍고 따뜻한 것을 기다리지 않고, 굶주린 사람은 음식을 고를 때 달고 맛있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굶주림과 추위가 몸에 닥치면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

[12]

조선에서도 같은 순서로 썼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不顧廉恥’는 75건이 검색된다.[13] 1417년(태종 17) 사헌부는 제주 목사로 임명된 박초를 두고 “천성이 본래 탐욕스럽고 더러워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性本貪汚,不顧廉恥)”며 임명을 거두게 했다.[14]

‘廉恥不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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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어순과 같은 ‘廉恥不顧’도 한문에 없지는 않다. 명나라 《태종실록》 영락 9년(1411) 4월 갑인 조에는 교지(交阯) 좌참정 유본(劉本)이 올린 글에 “심한 자는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甚者廉恥不顧)”와 “염치를 돌아보지 않는다(不顧廉恥)”가 한 문단 안에 함께 나온다.[15] 《승정원일기》 1867년(고종 4) 7월 21일 기사에도 경산의 전 현령 조병위(趙秉瑋)를 두고 “이익 앞에서는 염치를 돌아보지 않았다(於利則廉恥不顧)”고 한 대목이 있다.[16]

근대 잡지에서는 1921년 《개벽》 제7호의 “訓長의 頑固가 넘우도 非時代的이길래 廉恥不顧하고”처럼 한자로 쓴 예와,[17] 1925년 《개벽》 제57호의 “그들은 염치불고하고 가난한 일가ㅅ집에 맛기여 놋코”처럼 한글로 쓴 예가 보인다.[18] 당시에는 붙여 쓰는 일이 흔했지만, 오늘날 규범으로는 ‘염치 불고하고’로 띄어 쓴다.

  • 장애 복구가 밤새 이어지자 그는 염치 불고하고 다른 팀 엔지니어에게 도움을 청했다.
  • 마감이 코앞이라 염치 불고하고 선배에게 코드 검토를 한 번 더 부탁했다.
  • 여비가 떨어진 나그네는 염치 불고하고 낯선 집 대문을 두드렸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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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고염치(不顧廉恥): 염치를 돌아보지 아니함.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는 말.[6]
  • 염치없다: 체면을 차릴 줄 알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없다.
  • 몰염치(沒廉恥): 염치가 없음.
  • 파렴치(破廉恥): 염치를 모르고 뻔뻔스러움.
  • 후안무치(厚顔無恥):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
  • 철면피(鐵面皮): 쇠로 만든 낯가죽이라는 뜻으로, 염치가 없고 뻔뻔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과렴선치(寡廉鮮恥): 청렴함이 적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드묾. 중국어 성어로, 한나라 사마상여의 〈유파촉격(喻巴蜀檄)〉에서 나왔다.[19]
  1. ↑ 1.0 1.1 1.2 1.3 1.4 1.5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불고하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8%EA%B3%A0%ED%95%98%EB%8B%A4, 확인날짜=2026-10-12.
  2. ↑ 2.0 2.1 2.2 국립국어원 상담 사례 모음, “‘염치 불고하고’, ‘염치 불구하고’의 표현”, 2019-12-06,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217&mcfaq_seq=5606, 확인날짜=2026-10-12.
  3. ↑ 3.0 3.1 홍성호,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염치불구 부탁하면 안된다”, 한국경제 생글생글, 2006-10-23,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06101923041, 확인날짜=2026-10-12.
  4.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검색 “염치불고”(등록되지 않음),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C%97%BC%EC%B9%98%EB%B6%88%EA%B3%A0, 확인날짜=2026-10-12.
  5. ↑ 국립국어원, 《한글 맞춤법》 제1장 총칙 제2항, https://korean.go.kr/kornorms/regltn/regltnView.do?regltn_code=0001, 확인날짜=2026-10-12.
  6. ↑ 6.0 6.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불고염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8%EA%B3%A0%EC%97%BC%EC%B9%98, 확인날짜=2026-10-12.
  7.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염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7%BC%EC%B9%98, 확인날짜=2026-10-12.
  8.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불구하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8%EA%B5%AC%ED%95%98%EB%8B%A4, 확인날짜=2026-10-12.
  9.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신형철(申瑩澈), “編輯局員總出 내가 第一 창피하얏든 일, 記者 1人 1話, 先生님 行色”, 《별건곤》 제7호, 1927년 7월 1일, https://db.history.go.kr/id/ma_015_0070_0400, 확인날짜=2026-10-12.
  10.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불고가사”,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B%B6%88%EA%B3%A0%EA%B0%80%EC%82%AC, 확인날짜=2026-10-12.
  11. ↑ 국립국어원 상담 사례 모음, “‘몰염치’와 ‘파렴치’의 표기”, 2020-01-16, https://www.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217&mcfaq_seq=9070, 확인날짜=2026-10-12.
  12. ↑ 반고(班固), 《한서(漢書)》 권24 상 〈식화지(食貨志) 상〉.
  13.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不顧廉恥”(75건), “廉恥不顧”(0건),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2.
  14.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33권, 태종 17년 2월 27일 갑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1702027_001, 확인날짜=2026-10-12.
  15. ↑ 《명태종실록(明太宗實錄)》, 영락 9년 4월 갑인 조.
  16.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고종 4년 7월 21일 임신, https://sjw.history.go.kr/id/SJW-K04070210-04000, 확인날짜=2026-10-12.
  17.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박춘파(朴春坡), “겨을의 農村生活을 들어써, (編輯室에 게신 H형에게...)”, 《개벽》 제7호, 1921, https://db.history.go.kr/id/ma_013_0070_0200, 확인날짜=2026-10-12.
  18.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포석(抱石), “땅속으로”, 《개벽》 제57호, 1925년 3월 1일, https://db.history.go.kr/id/ma_013_0560_0200, 확인날짜=2026-10-12.
  19.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寡廉鮮恥”,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609, 확인날짜=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