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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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리망의(見利忘義)는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는다는 뜻의 한자성어이다.[1] 후한의 반고(班固)가 《한서(漢書)》에서 친구를 속인 역기(酈寄)에 대한 세간의 평을 논하며 쓴 “친구를 판다는 것은 이익을 보고 의리를 잊는 것을 말한다(夫賣友者,謂見利而忘義也)”에서 나왔다.
한 고조의 공신 역상(酈商)의 아들 역기는 여태후의 조카 여록(呂祿)과 가까운 사이였다. 여태후가 죽은 뒤 대신들이 여씨 일족을 없애려 했으나, 여록이 북군(北軍)을 거느리고 있어 태위 주발(周勃)이 군영에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들은 역상을 붙잡아 두고 그 아들 역기에게 여록을 속여 데리고 나오게 했다. 여록은 역기를 믿고 함께 놀러 나갔고, 그 틈에 주발이 북군을 차지해 여씨들을 주살했다. 《한서》는 이 일에 이어 “천하 사람들이 역황(酈況)이 친구를 팔았다고 일컬었다(天下稱酈況賣友)”고 적었다. 況은 역기의 자(字)이다.[3][2] 이보다 앞선 사마천의 《사기》 〈번역등관열전(樊酈滕灌列傳)〉에는 같은 평이 “천하 사람들이 역황이 사귐을 팔았다고 일컬었다(天下稱酈況賣交也)”로 적혀 있다.[4]
반고는 이 전(傳)의 끝에 붙인 찬(贊)에서 역기를 두고 다음과 같이 논했다.
贊曰:仲尼稱「犁牛之子騂且角,雖欲勿用,山川其舍諸?」言士不繫於世類也。語曰「雖有茲基,不如逢時」,信矣!樊噲、夏侯嬰、灌嬰之徒,方其鼓刀僕御販繒之時,豈自知附驥之尾,勤功帝籍,慶流子孫哉?當孝文時,天下以酈寄為賣友。夫賣友者,謂見利而忘義也。若寄父為功臣而又執劫,雖摧呂祿,以安社稷,誼存君親,可也。
“공자는 ‘얼룩소의 새끼라도 털이 붉고 뿔이 반듯하면, 사람이 쓰지 않으려 한들 산천의 신이 그냥 두겠는가’라고 했으니, 선비는 집안의 내력에 매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속담에 ‘호미가 있어도 때를 만나는 것만 못하다’고 했는데, 참으로 옳다. 번쾌(樊噲)·하후영(夏侯嬰)·관영(灌嬰) 같은 이들이 개를 잡고, 수레를 몰고, 비단을 팔던 시절에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황실의 공신 명부에 공을 새기고 경사가 자손에게 이어지리라는 것을 어찌 스스로 알았겠는가. 효문제 때 천하 사람들은 역기가 친구를 팔았다고 했다. 친구를 판다는 것은 이익을 보고 의리를 잊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역기는 아버지가 공신이면서 붙잡혀 협박을 받는 처지였으니, 비록 여록을 무너뜨렸어도 그로써 사직을 편안히 했고 그 의리가 임금과 어버이에게 있었으니 괜찮다.”
곧 반고가 이 말을 쓴 것은 역기를 ‘견리망의’로 몰아세운 세간의 평이 지나치다고 변호하기 위해서였다. 《성어전》도 역기의 행동이 아버지를 구하고 나라를 안정시키려는 것이었으므로 친구를 팔았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반고의 뜻이라고 풀이한다.[2] 원문의 ‘勤功帝籍’을 《성어전》은 ‘勒功帝籍’으로 바로잡아 인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황실의 기록에 공을 새긴다’는 뜻이 된다.[2] 나무위키 등에는 이 구절을 “항우를 황제로 만드는 일에 힘썼다”로 옮긴 번역이 보이지만, 원문의 帝籍은 한나라 황실의 공신 기록을 가리키며 항우와는 관계가 없다. 번쾌 등은 오히려 한 고조를 도와 항우와 싸운 사람들이다.[3]
네 글자로 줄어든 見利忘義는 당나라 때 편찬된 《진서(晉書)》 권129 〈저거몽손재기(沮渠蒙遜載記)〉의 사신(史臣) 논평에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고 화를 품어 친족을 멸했다(見利忘義,苞禍滅親)”로 보이고, 불교 유서 《법원주림(法苑珠林)》 권74, 당나라 왕발(王勃)의 〈송겁부태학서(送劼赴太學序)〉에도 쓰였다.[2] 이후 《서유기》·《홍루몽》 같은 소설에서도 흔히 쓰였다.[2]
《장자(莊子)》 〈산목(山木)〉에서 장주가 사마귀를 노리는 까치를 보고 “이익을 보고 제 참모습을 잊었다(見利而忘其真)”고 한 구절이 견리망의의 출전으로 소개되기도 하지만, 이 구절은 義가 아니라 眞(참모습)을 잊는다는 말이다.[5]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見利忘義가 24건 보인다.[6] 가장 이른 것은 1402년(태종 2) 충청도 도관찰사 함부림(咸傅霖)이 병마도절제사 김남수(金南秀)를 “용맹을 좋아하나 꾀가 없고,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으며, 욕심을 부려 백성을 소란케 한다(好勇無謀,見利忘義,逞欲擾民)”는 등 여덟 조목으로 탄핵한 일이다. 김남수는 파직되어 장단에 안치되었다.[7] 1422년(세종 4)에는 사간원이 강원도 감사로 임명된 유사눌(柳思訥)을 두고 “근신으로 있으면서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고 임금을 속여 사사로움을 행했다”며 임명을 거두기를 청했다.[8]
이이(李珥)는 《성학집요(聖學輯要)》 〈정가(正家)〉에서 외척에게 정사를 맡기는 것을 경계하며 “소인은 이익을 보면 의리를 잊어 부자 사이에도 틈이 없을 수 없는데, 하물며 외척이겠는가(小人見利忘義,雖父子之閒,尙不能無隙,況於外族乎)”라고 썼다.[9]
- 협력사의 기술 자료를 빼돌려 경쟁 입찰에 쓴 것은 견리망의의 전형이다.
- 고객 정보를 몰래 팔아넘긴 내부자는 견리망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을 이익 앞에서 모른 척한다면 견리망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교수신문은 2023년 전국 대학교수 1,315명에게 설문한 결과 견리망의가 30.1%를 얻어 그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고 발표했다.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는 정치인들이 자기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세태를 추천 이유로 들었다.[10]
- 반대 의미: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먼저 생각함. 《논어》 〈헌문〉. 《성어전》은 이 밖에 장의소재(仗義疏財), 경재호의(輕財好義), 임재불구(臨財不苟)를 반의어로 든다.[2]
- 이령지혼(利令智昏): 이익에 눈이 멀어 사리 판단을 그르침. 《성어전》은 이익 때문에 잘못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같지만, 이령지혼은 판단이 흐려지는 쪽에, 견리망의는 도의를 저버리는 쪽에 무게가 있다고 구별한다.[2]
- 호리망의(好利忘義), 매리망의(昧利忘義): 견리망의와 같은 뜻으로 쓰인 형태.[2]
- 배은망덕(背恩忘德): 남에게 입은 은덕을 저버림.
- 사생취의(捨生取義): 목숨을 버리고 의로움을 좇음.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견리망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2%AC%EB%A6%AC%EB%A7%9D%EC%9D%98, 확인날짜=2026-09-28.
- ↑ 2.0 2.1 2.2 2.3 2.4 2.5 2.6 2.7 2.8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見利忘義”,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60, 확인날짜=2026-09-28.
- ↑ 3.0 3.1 3.2 반고(班固), 《한서(漢書)》 권41 〈번역등관부근주전(樊酈滕灌傅靳周傳)〉.
- ↑ 사마천, 《사기(史記)》 권95 〈번역등관열전(樊酈滕灌列傳)〉.
- ↑ 《장자(莊子)》 〈산목(山木)〉.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見利忘義”,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3권, 태종 2년 6월 11일 계해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0206011_004,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15권, 세종 4년 2월 25일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da_10402025_004, 확인날짜=2026-09-28.
- ↑ 이이(李珥), 《성학집요(聖學輯要)》 〈정가(正家)〉, 《율곡전서(栗谷全書)》 권23,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01A_0240_010_0010, 확인날짜=2026-09-28.
- ↑ 경향신문, “교수 선정 ‘올해의 사자성어’ 견리망의”, 2023-12-10, https://www.khan.co.kr/article/202312102140025,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