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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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사구팽(兔死狗烹)은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쓸모가 없어져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필요할 때는 요긴하게 쓰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야박하게 버리는 경우를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토사구팽은 큰일을 이룬 뒤 그 일에 힘을 다한 사람을 내치는 경우를 비판할 때 쓴다. 역사에서는 나라를 세우거나 전쟁에 이긴 뒤 공신을 숙청하는 일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였고, 오늘날에는 회사·정당·단체에서 쓸모가 다했다고 사람을 버리는 경우에도 널리 쓴다.
글자 풀이는 ‘토끼(兔)가 죽으면(死) 개(狗)가 삶긴다(烹)’이다. 狗는 삶는 행위의 목적어가 아니라 삶기는 쪽을 가리키므로, ‘개를 삶는다’보다 ‘개가 삶긴다’로 새기는 것이 원문의 짜임에 맞는다. 원래 표현은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가 삶긴다(狡兔死,走狗烹)’이며, 흔히 ‘높이 나는 새가 다 없어지면 좋은 활은 창고에 넣어 둔다(蜚鳥盡,良弓藏)’와 짝을 이룬다.
중국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쓰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일이 이루어진 뒤 공 있는 사람이 죽임을 당하거나 버림받는 운명”을 비유한다고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는 ‘狡兎死して走狗烹らる(こうとししてそうくにらる)’라는 문장 형태로 쓴다.[3]
널리 알려진 출전은 《사기(史記)》 권41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이다. 춘추 시대 말 월나라 왕 구천(句踐)은 범려(范蠡)와 대부 문종(文種)의 도움으로 오나라를 멸하고 패자가 되었다. 그러자 범려는 월나라를 떠나 제나라로 가서 문종에게 편지를 보냈다.[4]
范蠡遂去,自齊遺大夫種書曰:「蜚鳥盡,良弓藏;狡兔死,走狗烹。越王為人長頸鳥喙,可與共患難,不可與共樂。子何不去?」種見書,稱病不朝。
“날던 새가 다 없어지면 좋은 활은 감추어지고,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는 삶긴다. 월왕은 사람됨이 목이 길고 입이 새부리처럼 뾰족하여,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어도 즐거움은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대는 어찌 떠나지 않는가?”
문종은 편지를 보고 병을 핑계로 조회에 나가지 않았지만 끝내 떠나지는 않았다. 얼마 뒤 누군가 문종이 난을 일으키려 한다고 모함하자, 구천은 문종에게 칼을 내리며 “그대가 과인에게 오나라를 칠 일곱 가지 방책을 가르쳐 주어 과인은 그중 셋을 써서 오나라를 깨뜨렸다. 나머지 넷은 그대에게 있으니, 나를 위해 선왕을 따라가서 시험해 보라”고 했고, 문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4]
같은 말이 《사기》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도 나온다.[5]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뒤 초왕(楚王)이 된 한신(韓信)은 모반을 꾀한다는 고발을 당했다. 한 고조 유방(劉邦)은 운몽(雲夢)에 놀러 간다며 제후들을 진(陳)으로 불러 모았고, 한신은 자기를 찾던 항우의 옛 장수 종리매(鍾離眛)의 목을 베어 들고 나아갔다가 그 자리에서 결박당했다. 이때 한신이 탄식했다.
信曰:「果若人言,『狡兔死,良狗亨;高鳥盡,良弓藏;敵國破,謀臣亡。』天下已定,我固當亨!」
“과연 사람들 말과 같구나.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좋은 개는 삶기고, 높이 나는 새가 다 없어지면 좋은 활은 감추어지며, 적국이 깨지면 꾀를 내던 신하는 망한다.’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나도 마땅히 삶기겠구나!”
여기서 ‘亨’은 ‘烹(삶다)’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 한신은 풀려났지만 회음후(淮陰侯)로 강등되었고, 뒤에 진희(陳豨)의 반란에 호응하려 했다는 혐의로 여후(呂后)에게 죽임을 당했다.[5] 앞서 제나라를 평정한 한신에게 괴통(蒯通)이 독립을 권하며 “대부 문종과 범려는 망해 가던 월나라를 보존하고 구천을 패자로 만들어 공을 세우고 이름을 떨쳤지만 자신은 죽고 말았습니다. 들짐승이 다 없어지면 사냥개는 삶기는 법입니다(野獸已盡而獵狗亨)”라고 경고한 대목도 같은 열전에 있다.[5]
《성어전》은 이 말의 근원(語本)으로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의 “교활한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가 삶기고, 높이 나는 새가 다 없어지면 센 쇠뇌는 감추어진다(狡兔得而獵犬烹,高鳥盡而強弩藏)”를 들고, 비슷한 대목이 《문자(文子)》 〈상덕(上德)〉과 《사기》 〈월왕구천세가〉에도 보인다고 적는다.[2] 《한비자(韓非子)》 〈내저설 하(內儲說下)〉에는 오나라의 태재 백비(伯嚭)가 월나라 대부 문종에게 보낸 글로 “교활한 토끼가 다하면 좋은 개가 삶기고, 적국이 멸망하면 꾀를 내던 신하가 망한다(狡兔盡則良犬烹,敵國滅則謀臣亡)”는 말이 실려 있다.[6] 후한 때의 《오월춘추(吳越春秋)》 〈부차내전(夫差內傳)〉에서는 패망 직전의 오왕 부차(夫差)가 화살에 글을 매어 문종과 범려의 진영에 쏘아 보내며 “내가 듣기로 교활한 토끼가 죽으면 좋은 개는 삶기고, 적국이 멸망하면 꾀를 내던 신하는 반드시 망한다(吾聞狡兔以死,良犬就烹,敵國如滅,謀臣必亡)”고 경고한다.[7] 이처럼 이 말은 여러 문헌에 조금씩 다른 형태로, 여러 사람의 입을 빌려 전하는 옛 속담이었다.
네 글자 ‘兔死狗烹’은 뒤의 문헌에서 굳었다. 《성어전》은 《서유기》 제27회에서 삼장법사에게 쫓겨나게 된 손오공이 “이게 바로 새가 다하면 활을 감추고, 토끼가 죽으면 개를 삶는다는 것(鳥盡弓藏,兔死狗烹)”이라고 한탄하는 대목 등을 용례로 든다.[2] 비슷한 뜻의 ‘조진궁장(鳥盡弓藏)’도 《성어전》에 따로 올라 있다.[8]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兔 | 토 | 토끼 | 사냥감인 토끼. 이룰 목표를 비유함 |
| 死 | 사 | 죽다 | (사냥감이) 다 잡히다 |
| 狗 | 구 | 개 | 사냥개. 공을 세운 사람을 비유함 |
| 烹 | 팽 | 삶다 | 삶기다, 버림받아 죽다 |
‘兔’는 ‘兎’로도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兔死狗烹’으로 적는다.
- 신규 시스템 구축이 끝나자마자 프로젝트를 이끈 외주 인력과의 계약을 모두 끊은 것을 두고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 선거가 끝나자 캠프에서 일한 사람들을 외면한 것은 전형적인 토사구팽이다.
- 일상에서는 ‘팽’만 떼어 “팽당했다”처럼 쓰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은 온라인가나다 답변에서 ‘팽’에 ‘-하다’, ‘-당하다’를 붙여 ‘팽하다’, ‘팽당하다’로 쓸 수 있다고 안내했다.[11]
- 서양에도 비슷한 비유가 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볼테르를 두고 “오렌지는 즙을 짜고 나면 껍질을 버린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하며, 이 말을 전해 들은 볼테르가 “오렌지는 이미 짜였으니 껍질이라도 건질 궁리를 해야겠다”고 편지에 썼다고 한다.[12]
- 2014년 1월 26일 방송된 KBS 2TV 《1박 2일》의 사자성어 이어 말하기에서 배우 김주혁이 ‘토사’ 뒤에 ‘구팽’ 대신 ‘구탱’이라고 답해, ‘구탱이 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13]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토사구팽”,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86%A0%EC%82%AC%EA%B5%AC%ED%8C%BD, 확인날짜=2026-09-26.
- ↑ 2.0 2.1 2.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兔死狗烹”,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5, 확인날짜=2026-09-26.
-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狡兎死して走狗烹ら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8B%A1%E5%85%8E%E6%AD%BB%E3%81%97%E3%81%A6%E8%B5%B0%E7%8B%97%E7%83%B9%E3%82%89%E3%82%8B, 확인날짜=2026-09-26.
- ↑ 4.0 4.1 사마천, 《사기》 권41 〈월왕구천세가(越王句踐世家)〉.
- ↑ 5.0 5.1 5.2 사마천, 《사기》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 ↑ 《한비자(韓非子)》 〈내저설 하(內儲說下)〉.
- ↑ 조엽(趙曄), 《오월춘추(吳越春秋)》 〈부차내전(夫差內傳)〉.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鳥盡弓藏”,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88,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행, 《용재집》 외집 〈장단(將壇)〉,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109A_0160_010_018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오운, 《죽유집》 권4 〈부 유시남 여사제강 범례(附兪市南麗史提綱凡例)〉,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702A_0050_050_0090,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참여(사자성어+하다, 당하다)”, 2025-02-28 답변,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0063&pageIndex=1, 확인날짜=2026-09-26.
- ↑ 참고: “Qui a dit quoi de Qui ? (Siècle des Lumières)”, L'Histoire en Citations, https://histoire-en-citations.fr/WP/qui-a-dit-quoi-de-qui-siecle-des-lumieres/, 확인날짜=2026-09-26.
- ↑ “1박2일, 김주혁 새 별명 '구탱'… 귀여운 허당 매력”, 전자신문, 2014-01-27, https://www.etnews.com/201401270299,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