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천려일실(千慮一失)은 천 번 생각에 한 번 실수라는 뜻으로, 아무리 슬기로운 사람이라도 많은 생각 가운데 하나쯤은 잘못이 있을 수 있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천려일실은 뛰어난 사람이나 치밀하게 준비한 일에서 뜻밖의 실수가 나왔을 때 쓴다. 대개 상대를 심하게 나무라기보다 “그만한 사람도 실수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어감을 띤다. 짝이 되는 말로 어리석은 사람도 많이 생각하다 보면 쓸 만한 것 하나는 얻는다는 ‘천려일득(千慮一得)’이 있다.

중국어에서도 같은 한자로 쓰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총명한 사람도 두루 생각하지만 실수가 없을 수 없다”로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는 ‘千慮の一失(せんりょのいっしつ)’이라고 한다.[3]

광무군 이좌거의 말

편집 원본 편집

널리 알려진 출전은 《사기(史記)》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이다.[4] 한신(韓信)은 정형(井陘) 전투에서 배수진을 쳐 조나라를 깨뜨린 뒤, 조나라의 모사였던 광무군(廣武君) 이좌거(李左車)를 사로잡았다. 한신은 그의 결박을 풀어 스승의 예로 대하고 북쪽의 연나라와 동쪽의 제나라를 칠 방책을 물었다. 이좌거는 처음에 “싸움에 진 장수는 용맹을 말할 수 없고, 망한 나라의 대부는 나라를 보존할 일을 꾀할 수 없다”며 사양했으나, 한신이 거듭 청하자 이렇게 말했다.

廣武君曰:「臣聞智者千慮,必有一失;愚者千慮,必有一得。故曰『狂夫之言,聖人擇焉』。顧恐臣計未必足用,願效愚忠。」

“제가 듣기로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실수가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얻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친 사람의 말도 성인은 가려 듣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제 계책이 반드시 쓸 만하지는 않겠지만, 어리석은 충정을 다해 보겠습니다.”

곧 이 말은 원래 패장인 이좌거가 자신을 ‘어리석은 사람’에 두고 의견을 내기 전에 몸을 낮춘 겸사였다. 이어서 이좌거는 한신의 군사가 이미 지쳤으니 무리하게 연나라를 치지 말고, 군사를 쉬게 하면서 사신을 보내 위세로 항복을 받아 내라고 권했고, 한신은 그 계책을 따라 연나라를 굴복시켰다.[4]

더 이른 형태: 《안자춘추》

편집 원본 편집

《성어전》은 이 말의 근원(語本)을 《안자춘추(晏子春秋)》 〈내편 잡하(內篇雜下)〉로 본다.[2] 제나라 경공(景公)이 안자(晏子)의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다며 천금을 내리자 안자는 끝내 받지 않았다. 경공이 옛날 관중(管仲)은 환공이 내린 봉읍을 사양하지 않았다고 하자 안자는 이렇게 답했다.

嬰聞之,聖人千慮,必有一失;愚人千慮,必有一得。意者管仲之失,而嬰之得者耶?

“제가 듣기로 성인도 천 번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잃는 것이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반드시 한 번은 얻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그것이 관중의 실수이고, 저의 얻음이 아니겠습니까?”[5]

두 대목 모두 “~라고 들었다(聞之)”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이 말은 당시 이미 널리 쓰이던 격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네 글자 형태

편집 원본 편집

네 글자로 줄인 ‘千慮一失’은 당나라 때 문헌에 보인다. 《당회요(唐會要)》 권13에 실린 상원(上元) 3년(676) 태상예원(太常禮院)의 제사 의론에는 옛 학자의 해석을 비판하며 “대개 천려일실은 이름난 학자도 피하지 못하는 가림이다(蓋千慮一失,通儒之蔽也)”라는 구절이 있다.[6] 이관(李觀)의 〈조한엄몰호중문(弔韓弇沒胡中文)〉에도 “천려일실은 성인도 있는 일이다(千慮一失,聖人也)”라는 구절이 있고,[2] 《송사(宋史)》 권272 〈양업전(楊業傳)〉의 논찬도 명장 양업의 패배를 두고 “늘 이기는 집안에도 천려일실이 있다(常勝之家,千慮一失)”고 평했다.[2]

한국 문헌의 용례

편집 원본 편집
  • 《조선왕조실록》 태종 6년(1406) 8월 26일 기사에서, 태종이 세자에게 왕위를 넘기겠다고 하자 공신과 문무백관이 반대하며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에 반드시 한 번 잃음이 있고, 어리석은 사람도 천 번 생각에 반드시 한 번 얻음이 있습니다. 신들이 비록 지극히 어리석으나 어찌 한 번 얻은 소견이 없겠습니까(臣等雖至愚,豈無一得之見乎)”라고 아뢰었다. 태종은 이날 전위 명령을 거두었다.[7] 이좌거처럼 신하가 자신을 ‘어리석은 사람’에 두고 간언하는 방식으로 쓴 예이다.
  • 네 글자 ‘千慮一失’은 실록 원문에 순조 30년(1830) 대사헌 권비응(權丕應)의 상소 한 건이 있다.[8] 문집에서는 채제공, 서유구, 최익현 등의 글에 쓰였다.[9]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千 천 일천 천 번, 매우 많음
慮 려 생각하다, 염려하다 헤아림, 생각
一 일 하나 한 번
失 실 잃다, 잘못 실수, 잘못
  • 일본어 사전 《디지털 대사천》은 ‘千慮の一失’을 ‘浅慮の一失(얕은 생각의 실수)’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고 덧붙인다.[3] 천려(千慮)는 ‘얕은 생각’이 아니라 ‘많은 생각’이다.
  •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은 원래 문맥대로라면 남, 특히 뛰어난 사람의 판단 착오를 두고 쓰는 것이 본래 용법이지만, 요즘은 자기 실수를 가리켜 쓰는 예도 흔하다고 설명한다.[3]
  • 이중화까지 해 둔 설계였지만 두 장비가 같은 전원 회로를 쓰고 있었다는 점을 놓친 것은 천려일실이었다.
  • 명망 높은 학자의 논문에서 인용 오류가 나온 것을 두고 천려일실이라며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 같은 이좌거의 말에서 “싸움에 진 장수는 용맹을 말하지 않는다(敗軍之將,不可以言勇)”는 말도 나왔다. 일본에서는 이것이 ‘敗軍の将は兵を語らず’라는 격언으로 널리 쓰인다.[3]
  • 일본 소설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우미인초(虞美人草)》(1907)에 “千慮の一失か”라는 대사가 쓰인 예가 사전 용례로 실려 있다.[3]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천려일득(千慮一得): 어리석은 사람도 많이 생각하다 보면 한 가지쯤은 쓸 만한 것을 얻음. 흔히 자기 의견을 낮추어 말할 때 쓴다. 《성어전》 참고어 목록은 이것이 《안자춘추》에서 나왔다고 본다.
  • 지자천려 필유일실(智者千慮 必有一失): 천려일실의 원형.
  •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닭도 홰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는 속담도 잘하는 사람도 실수할 때가 있다는 점에서 통한다.
  • 영어의 ‘Even Homer sometimes nods(호메로스도 때로는 존다)’도 같은 취지의 격언이다.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천려일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B2%9C%EB%A0%A4%EC%9D%BC%EC%8B%A4, 확인날짜=2026-09-26.
  2.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千慮一失”,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714, 확인날짜=2026-09-26.
  3. ↑ 3.0 3.1 3.2 3.3 3.4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千慮の一失”,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D%83%E6%85%AE%E3%81%AE%E4%B8%80%E5%A4%B1, 확인날짜=2026-09-26.
  4. ↑ 4.0 4.1 사마천, 《사기》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5. ↑ 《안자춘추(晏子春秋)》 〈내편 잡하(內篇雜下)〉.
  6. ↑ 《당회요(唐會要)》 권13.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12권, 태종 6년 8월 26일 임자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0608026_001, 확인날짜=2026-09-26.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순조실록》 31권, 순조 30년 6월 21일 정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wa_13006021_001, 확인날짜=2026-09-26.
  9.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최익현, 《면암집》 권7 〈여조판서(與趙判書)〉,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47A_0070_010_0130,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