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중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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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지병(畫中之餅)은 그림 속의 떡이라는 뜻으로, 보기만 했지 실제로 쓰거나 가질 수 없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우리말 속담 ‘그림의 떡’과 같은 말이며, 줄여서 ‘화병(畫餅)’이라고도 한다.[1][2]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손에 넣거나 누릴 수 없는 것, 또는 겉모양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것을 가리킨다. 비싸서 살 수 없는 물건, 자격이 안 되어 받을 수 없는 혜택, 서류로만 있고 실행되지 않는 계획 등을 두고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를 ‘畫中之餠’으로 적는데, ‘餠’은 ‘餅’의 다른 꼴이다.
중국어에서는 네 글자 ‘畫中之餅’보다 ‘화병충기(畫餅充飢, 그림의 떡으로 허기를 채운다)’를 주로 쓰고, 일본어에서는 ‘絵に描いた餅(그림에 그린 떡)’, ‘画餅(がべい)’이라고 한다.
‘그림의 떡’이라는 비유는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 권22 《위서(魏書)》 〈노육전(盧毓傳)〉에 나온다.[3] 위나라 명제(明帝)는 제갈탄(諸葛誕)·등양(鄧颺) 등이 이름만 날리며 ‘사총팔달(四聰八達)’이라 불리는 것을 미워했다. 마침 중서랑(中書郎)을 뽑게 되자, 명제는 이부상서 노육(盧毓)에게 조서를 내렸다.
詔曰:「得其人與否,在盧生耳。選舉莫取有名,名如畫地作餅,不可啖也。」毓對曰:「名不足以致異人,而可以得常士。常士畏教慕善,然後有名,非所當疾也。」
“알맞은 사람을 얻고 못 얻고는 노 선생에게 달렸소. 사람을 뽑을 때 이름난 자를 취하지 마시오. 명성이란 땅에 그린 떡과 같아서 먹을 수가 없소.” 노육은 이렇게 답했다. “명성으로 특출한 인물을 얻을 수는 없지만 보통의 인재는 얻을 수 있습니다. 보통의 선비는 가르침을 두려워하고 선을 사모한 뒤에 이름이 나는 것이니, 미워할 일이 아닙니다.”[3] 노육은 이어 지금은 실적을 따지는 법이 없어지고 평판만으로 사람을 쓰기 때문에 참과 거짓이 뒤섞인다고 지적했고, 명제는 이를 받아들여 관리의 성적을 평가하는 고과법(考課法)을 만들게 했다.
원문의 표현은 ‘땅에 그린 떡(畫地作餅)’이다. 나무위키 등에는 〈노육전〉 원문에 ‘畫中之餠’이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된 경우가 있으나, 원문에는 이 네 글자가 없다. 일본의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은 이 말을 문제(文帝)의 말이라고 설명하지만,[4] 〈노육전〉에서 이 조서는 노육이 청룡(青龍) 연간에 시중이 된 뒤 이부상서로 옮긴 다음의 일이므로 명제의 말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이 대목을 ‘畫餅充飢’의 어원으로 들고, 당나라 풍용지(馮用之)의 〈권론(權論)〉에 나오는 “예의가 그림의 떡으로 허기를 채우는 것과 같다(禮義如畫餅充飢矣)”를 첫 서증으로 든다.[5] 선종에서는 향엄 지한(香嚴智閑)이 위산(潙山)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자, 모아 둔 글을 뒤져도 맞는 말이 없어 “그림의 떡으로는 허기를 채울 수 없다(畫餅不可充飢)”고 탄식하며 글을 모두 불태웠다는 이야기가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1에 실려 유명해졌다.[6]
조선에서는 주로 ‘화병(畫餠)’으로 썼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 ‘畫餠’은 11건 있고, 이른 예로 중종 7년(1512) 11월 23일 기사에 “그림 속 용은 비를 부를 수 없고, 그림 속 떡은 굶주림을 고칠 수 없다(畫龍不足以致雨,畫餠不足以療飢). 이름만 있고 실상이 없으면 나랏일이 날로 그릇될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7]
네 글자 ‘畫中之餠’은 실록 원문에는 없고, 《승정원일기》 정조 22년(1798) 12월의 두 건이 확인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곡식이 많은 고을이 너무 멀어 백성과 곡식을 옮길 수 없는 형편을 두고 “그림 속의 떡이라 허기를 채울 수 없다(畫中之餠,無以充飢)”고 했다.[8] 네 글자 형태는 한국에서 ‘그림의 떡’을 한문으로 옮겨 쓰며 굳은 것으로 보인다.
- 일본어: ‘絵に描いた餅(えにかいたもち)’는 아무 쓸모 없는 것, 실물이 아니면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디지털 대사천》은 “그림에 그린 듯한 떡(絵に描いたような餅)”이라고 하는 것은 ‘絵に描いたよう(그림 같은)’와 섞인 잘못이라고 덧붙인다.[9] 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画餅に帰す(그림의 떡으로 돌아가다)’라고 하며,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은 소메자키 노부후사(染崎延房)의 《근세기문(近世紀聞)》(1875~1881)을 첫 용례로 든다.[10] 한국어 ‘그림의 떡’이 주로 ‘가질 수 없음’에 무게를 둔다면, 일본어 ‘絵に描いた餅’은 ‘실현되지 않는 쓸모없는 계획’이라는 뜻으로 많이 쓴다.
- 중국어: ‘畫餅充飢’는 이름뿐이고 실속이 없음, 또는 헛된 공상으로 스스로를 달램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망매지갈(望梅止渴)’이 있다.[11]
- 영어: ‘pie in the sky(하늘의 파이)’가 실현될 가망이 없는 헛된 약속이나 계획을 가리킨다.
- 사양이 맞지 않는 구형 노트북 사용자에게 새 운영체제의 기능은 화중지병이다.
- 청약 가점이 낮은 신혼부부에게 도심의 새 아파트는 화중지병일 뿐이다.
- 예산 없이 발표된 재해 복구 계획은 화중지병에 그쳤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화중지병”,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9%94%EC%A4%91%EC%A7%80%EB%B3%91, 확인날짜=2026-10-0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화병”,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9%94%EB%B3%91, 확인날짜=2026-10-01.
- ↑ 3.0 3.1 진수(陳壽), 《삼국지(三國志)》 권22 《위서(魏書)》 〈환이진서위노전(桓二陳徐衛盧傳)〉 중 〈노육전(盧毓傳)〉.
- ↑ 《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画餅に帰す”,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94%BB%E9%A4%85%E3%81%AB%E5%B8%B0%E3%81%99, 확인날짜=2026-10-01.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畫餅充飢”,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55, 확인날짜=2026-10-01.
- ↑ 도원(道原),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1 〈향엄지한(香嚴智閑)〉.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17권, 중종 7년 11월 23일 계사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0711023_003,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정조 22년 12월 7일 병신, https://sjw.history.go.kr/id/SJW-G22120070-03300, 확인날짜=2026-10-01.
-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絵に描いた餅”,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B5%B5%E3%81%AB%E6%8F%8F%E3%81%84%E3%81%9F%E9%A4%85, 확인날짜=2026-10-01.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画餠に帰す”,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94%BB%E9%A4%85%E3%81%AB%E5%B8%B0%E3%81%99, 확인날짜=2026-10-01.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畫餅充飢”,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55, 확인날짜=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