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구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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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구검(刻舟求劍)은 배에 표시를 새겨 두고 칼을 찾는다는 뜻으로, 형편이 바뀐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낡은 생각만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각선구검(刻船求劍)’이라고도 한다.[1]
《여씨춘추(呂氏春秋)》 권15 〈신대람(愼大覽)·찰금(察今)〉에 나오는 이야기이다.[5]
楚人有涉江者,其劍自舟中墜於水,遽契其舟,曰:「是吾劍之所從墜。」舟止,從其所契者入水求之。舟已行矣,而劍不行,求劍若此,不亦惑乎?以此故法為其國與此同。時已徙矣,而法不徙,以此為治,豈不難哉?
“초나라 사람 가운데 강을 건너는 이가 있었는데, 그의 칼이 배에서 물속으로 떨어졌다. 그는 얼른 뱃전에 표시를 새기고 ‘여기가 내 칼이 떨어진 곳이다’라고 했다. 배가 멈추자 표시해 둔 곳에서 물에 들어가 칼을 찾았다. 배는 이미 움직였지만 칼은 움직이지 않았으니, 칼을 이렇게 찾는다면 어리석지 않은가. 옛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이와 같다. 때는 이미 옮겨 갔는데 법은 옮겨 가지 않으니, 이것으로 다스리려 한다면 어찌 어렵지 않겠는가.”
원문에서 쓴 글자는 ‘새기다(刻)’가 아니라 같은 뜻의 ‘契(계)’이다. 〈찰금〉 편은 ‘지금을 살핀다’는 편명 그대로, 선왕의 법이라도 시대가 바뀌면 고쳐야 한다는 변법(變法)의 논리를 편다. 이 칼 이야기 앞에는 초나라 군대가 옹수(澭水)의 물이 불어난 것을 모르고 전에 세워 둔 표지만 따라 밤에 강을 건너다 천여 명이 빠져 죽은 이야기가, 뒤에는 아버지가 헤엄을 잘 친다는 이유로 어린아이를 강물에 던지려는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5] 세 이야기 모두 ‘조건이 바뀌었는데 예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잘못’을 비유한 것이다.
《성어전》은 《경덕전등록》·《오등회원》 등 송대 선종 문헌과 황정견·육유의 시문을 네 글자 형태의 용례로 든다.[2] 이보다 앞서 북제(北齊)의 유주(劉晝)가 지은 것으로 전하는 《유자(劉子)》 〈법술(法術)〉에 “한 시대의 법을 쥐고 백 세대의 사람에게 전하려는 것은 옷 한 벌로 추위와 더위를 다 견디려는 것과 같다. …… 이는 각주구검이요 수주대토이다(是刻舟求劍,守株而待兔)”라는 구절이 있다.[6] 당나라 유지기(劉知幾)는 《사통(史通)》 〈인습(因習)〉에서 “일은 바뀌었는데 말은 고치지 않으니, 이른바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이고 거문고를 타며 배에 새기고 칼을 찾는 것(膠柱而調瑟,刻船以求劍)”이라고 했고, 《후한서》 〈장형전〉에는 ‘契船求劍’이라는 형태도 보인다.[2]
고려의 이규보(李奎報)는 승려를 대신해 지은 사표(謝表)에서 “배에 새겨 칼을 찾는 격이라 성품이 시속을 따를 줄 모른다(刻舟求劍。性不解於徇時)”고 겸손하게 말했다.[7] 임진왜란 중인 1597년 유성룡(柳成龍)은 〈산성설(山城說)〉에서 적의 강약과 싸움의 형세가 옛날과 달라졌으니 옛사람이 쌓은 산성을 그대로 고쳐 쓰려 해서는 안 된다며, 옛것만 따르는 것은 “각주구검과 다름없다”고 했다.[8]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선조 29년(1596) 홍문관 차자가 복수의 의리를 논하며 “의리는 때에 따라 변하는 것이어서 여름에는 갈포, 겨울에는 갖옷을 입는 것과 같다. …… 그렇지 않으면 배에 새기고 그루터기를 지키는 꼴이 되지 않을 이가 드물 것(其不爲刻舟而守株者,幾希矣)”이라고 했다.[9] 실록 원문에 ‘刻舟求劍’ 네 글자가 그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刻 | 각 | 새기다 | 표시를 새기다 |
| 舟 | 주 | 배 | 타고 있는 배 |
| 求 | 구 | 구하다 | 찾다 |
| 劍 | 검 | 칼 | 물에 떨어뜨린 칼 |
- 트래픽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3년 전 부하 테스트 결과로 서버 증설 계획을 세우는 것은 각주구검이다.
- 공격 기법은 해마다 달라지는데 예전 점검 항목만 반복해서 확인하는 보안 감사는 각주구검에 그치기 쉽다.
- 시장이 바뀐 줄 모르고 옛 성공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각주구검의 우를 범하게 된다.
- 《연산군일기》에는 이 성어가 글자 그대로의 뜻과 겹쳐 쓰인 대목이 있다. 1502년 삼포(三浦)의 왜인 배에 표시를 새기고 옻칠을 하게 하자는 논의가 나오자, 성준(成俊)·이극균(李克均)은 “왜인이 도적질하다 다행히 붙잡힌다면 배에 새기지 않은들 무슨 해가 있으며, 사람을 붙잡아 달아난다면 배에 새긴들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雖不刻舟何害……雖刻舟何益)”라며 반대했다.[1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각주구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81%EC%A3%BC%EA%B5%AC%EA%B2%80,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2.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刻舟求劍”,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43, 확인날짜=2026-09-27.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刻舟”,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8%BB%E8%88%9F, 확인날짜=2026-09-27.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 “剣を落として舟を刻む”,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9%A3%E3%82%92%E8%90%BD%E3%81%A8%E3%81%97%E3%81%A6%E8%88%9F%E3%82%92%E5%88%BB%E3%82%80, 확인날짜=2026-09-27.
- ↑ 5.0 5.1 《여씨춘추(呂氏春秋)》 권15 〈신대람(愼大覽)·찰금(察今)〉.
- ↑ 《유자(劉子)》 〈법술(法術)〉.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규보,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삼도사표(三度謝表)〉,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04A_0320_020_0020,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유성룡, 《서애집(西厓集)》 〈산성설(山城說)〉,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24A_0150_010_0090,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77권, 선조 29년 7월 6일 신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2907006_001,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47권, 연산 8년 11월 3일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ja_10811003_002, 확인날짜=2026-09-27.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각선구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81%EC%84%A0%EA%B5%AC%EA%B2%8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