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대토
더 많은 작업
수주대토(守株待兔)는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에만 얽매여 융통성 없이 발전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줄여서 ‘수주(守株)’, ‘주수(株守)’라고도 한다.[1] ‘守株待兎’로도 적는다.
중국 송(宋)나라의 한 농부가 밭 가운데 그루터기에 토끼가 부딪혀 죽은 것을 우연히 얻은 뒤, 농사일을 그만두고 그루터기만 지키며 또 토끼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1] 한 번 우연히 얻은 행운이나 한때 통하던 방법이 언제나 통할 것이라고 믿고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꼬집는 말이다.
중국어에서도 ‘守株待兔’를 그대로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은 “옛 방법을 그대로 따라 나무 곁을 지키며 나무에 부딪혀 죽는 토끼를 기다리다 끝내 아무것도 얻지 못함. 틀에 매여 지키기만 함을 비유한다”고 풀고, 뒤에는 “노력 없이 얻기를 바라거나 목표가 제 발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도 비유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2] 일본어에서는 ‘株(くいぜ)を守る’, ‘守株(しゅしゅ)’라고 한다.[3]
전국 시대 말 법가 사상가 한비(韓非)의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蠹)〉에 나온다. 한비는 먼저 옛날 유소씨(有巢氏)가 나무를 얽어 집을 짓고 수인씨(燧人氏)가 부싯돌로 불을 얻어 백성의 사랑을 받았지만, 하나라 때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禹)에게 비웃음을 살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요·순·탕·무의 도를 찬미하는 사람은 새 시대의 성인에게 비웃음을 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4]
是以聖人不期脩古,不法常可,論世之事,因爲之備。宋人有耕田者,田中有株,兔走觸株,折頸而死,因釋其耒而守株,冀復得兔,兔不可復得,而身爲宋國笑。今欲以先王之政,治當世之民,皆守株之類也。
“그러므로 성인은 옛것을 닦기를 바라지 않고, 늘 옳다고 여겨지는 것을 본받지 않으며, 그 시대의 일을 따져서 그에 맞게 대비한다. 송나라 사람 가운데 밭을 가는 자가 있었는데, 밭 가운데 그루터기가 있었다. 토끼가 달려가다 그루터기에 부딪혀 목이 부러져 죽었다. 그러자 그는 쟁기를 내던지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다시 토끼를 얻기를 바랐다. 토끼는 다시 얻을 수 없었고 그 자신은 송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지금 옛 임금들의 정치로 오늘의 백성을 다스리려 하는 것은 모두 그루터기를 지키는 부류이다.”
이 이야기에서 한비가 비판한 대상은 게으른 농부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옛 성왕의 제도를 되살리자고 주장하는 유가와 묵가였다. 〈오두〉의 ‘다섯 좀벌레’ 가운데 첫째가 바로 옛 성왕의 도를 칭송하며 법을 어지럽히는 학자들이다. 원래는 ‘낡은 제도에 매달리는 정치’를 겨눈 비유였던 셈이다. 나무위키 등 일부 매체에는 농부가 뒤늦게 밭에 가 보니 잡초가 우거져 한 해 농사를 망쳤다는 줄거리가 덧붙어 있기도 하나, 원문은 ‘송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로 끝난다.
네 글자 ‘守株待兔’는 후한 왕충(王充)의 《논형(論衡)》 〈선한(宣漢)〉에서 이미 보인다. 왕충은 옛 성왕 때 나타났던 상서로운 조짐이 지금도 똑같이 나타나야 태평성대라고 보는 견해를 두고 “이미 나타났던 상서로 앞으로 올 조응을 따지는 것은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는 길과 같다(以已至之瑞,效方來之應,猶守株待兔之蹊)”고 했다.[5] 《후한서(後漢書)》 〈장형전(張衡傳)〉에는 ‘배에 표시하고 칼을 찾고,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엿본다(契船而求劍,守株而伺兔)’는 표현이 있어 각주구검과 나란히 쓰였다.[2] 송나라 때의 선종 어록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7에는 흠산 문수(欽山文邃) 선사가 말문이 막힌 승려에게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리니 헛되이 마음을 쓰는구나(守株待兎,枉用心神)”라고 한 대목이 있다.[6]
이처럼 옛 문헌에서는 주로 ‘시대가 바뀐 것을 모르고 옛 방식을 고집한다’는 뜻으로 쓰였고,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도 이 계열이다.[1] 반면 오늘날 중국어에서는 ‘노력 없이 요행을 바란다’, ‘가만히 앉아 기회가 오기만 기다린다’는 뜻으로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성어전》도 이 두 번째 뜻을 따로 들어 둔다.[2]
선진 시대 우언에는 어리석은 인물로 송나라 사람이 자주 나온다.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곡식 싹이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싹을 뽑아 올린 사람(알묘조장, 揠苗助長)도 송나라 사람이다.[7] 송나라는 주나라에 멸망한 상(은)나라의 후손을 봉한 나라였다. 청대에 엮은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의 귀덕부(歸德府, 옛 송나라 땅) 대목에는 “귀덕은 옛 송나라이다. 송나라는 예로부터 어리석음으로 천하에 일컬어졌으니, 이른바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 ‘돌을 싸서 옥으로 여긴다’는 것이 모두 그것이다(歸德,故宋也。宋自昔以愚稱天下,如所謂守株待兔,襲石為玉皆是也)”라는 글이 실려 있다.[8]
고려 말 이색(李穡)은 시 〈연아(演雅)〉에서 “그루터기 지켜 토끼 기다린다는 옛말을 들었고, 나무에 올라 물고기 구하니 뒤탈이 없구나(守株待兔聞前語,緣木求魚絶後災)”라고 연목구어와 짝지어 썼다.[9] 이이(李珥)는 《성학집요(聖學輯要)》 〈위정(爲政)〉에서 폐단 많은 제도를 고치지 않는 세태를 두고 “인정은 옛 풍속에 편안해하고 세상의 습속은 앞선 규정에 빠져 있어,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이고 거문고를 타며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膠柱鼓瑟,守株待兔)”고 했다.[10] 한비가 말한 원래 뜻 그대로 ‘변법을 거부하는 태도’를 비판한 용례이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네 글자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1596년(선조 29년) 홍문관 차자의 국역문에 “각주구검(刻舟求劍)이나 수주대토(守株待兎)가 되지 않는 경우가 거의 드물 것”이라는 문장이 있지만, 원문은 “배에 표시하고 그루터기를 지키는 자가 되지 않을 이가 드물다(其不爲刻舟而守株者,幾希矣)”로 두 성어를 줄여 쓴 것이다.[11]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守 | 수 | 지키다 | 지키다 |
| 株 | 주 | 그루, 그루터기 | 나무 그루터기 |
| 待 | 대 | 기다리다 | 기다리다 |
| 兔 | 토 | 토끼 | 토끼 |
- 한 번 성공한 마케팅 방식만 되풀이하며 시장이 바뀐 것을 외면하는 것은 수주대토나 다름없다.
- 보안 정책을 10년 전 기준 그대로 두고 사고가 나지 않기만 바라는 것은 수주대토식 운영이다.
- 공부는 하지 않고 운 좋게 시험 문제가 겹치기만 기다리는 것은 수주대토이다.
- 일본에는 이 고사를 노래로 만든 창가 〈마치보케(待ちぼうけ)〉가 있다.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가 작사하고 야마다 고사쿠(山田耕筰)가 작곡해 1923년에 발표했다.[13]
- 수주(守株), 주수(株守): 같은 말.[1]
- 각주구검(刻舟求劍): 배에 표시해 두었다가 그 자리에서 칼을 찾음. 시세의 변천을 모르고 낡은 것만 고집함.
- 교주고슬(膠柱鼓瑟): 기러기발을 아교로 붙여 놓고 거문고를 탐. 융통성이 없음.
-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를 구함.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함.
- 감나무 밑에 누워서 홍시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아무 노력 없이 좋은 결과만 바라는 태도를 이르는 우리 속담.
- 반대 의미: 《성어전》은 ‘見機行事(형편을 보아 일을 처리함)’, ‘隨機應變(임기응변)’, ‘通權達變’ 등을 든다.[2]
- ↑ 1.0 1.1 1.2 1.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수주대토”,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8%98%EC%A3%BC%EB%8C%80%ED%86%A0, 확인날짜=2026-09-27.
- ↑ 2.0 2.1 2.2 2.3 2.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守株待兔”,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39,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守株”,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E%88%E6%A0%AA, 확인날짜=2026-09-27.
- ↑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蠹)〉.
- ↑ 왕충(王充), 《논형(論衡)》 〈선한(宣漢)〉.
- ↑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7 〈흠산 문수 선사(欽山文邃禪師)〉.
- ↑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
- ↑ 《흠정고금도서집성(欽定古今圖書集成)》 〈방여휘편·직방전(職方典)〉 권398.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색, 《목은고(牧隱藁)》 〈연아(演雅)〉,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이, 《율곡전서(栗谷全書)》 〈성학집요·위정 하(爲政第四下)〉,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77권, 선조 29년 7월 6일 신미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2907006_001, 확인날짜=2026-09-27.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 “株を守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A0%AA%E3%82%92%E5%AE%88%E3%82%8B, 확인날짜=2026-09-27.
- ↑ 《디지털 대사천 플러스(デジタル大辞泉プラス)》, “待ちぼうけ”,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BE%85%E3%81%A1%E3%81%BC%E3%81%86%E3%81%91,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