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식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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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식지계(姑息之計)는 근본적인 해결은 미루고 우선 당장 편한 쪽만 택하는 임시변통의 꾀를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고식책(姑息策)’이라고도 한다.[1]
‘고식(姑息)’은 ‘잠시 숨을 돌린다’는 뜻으로, 우선 당장 탈 없이 편안하게 지내는 것을 비유한다.[2] 고식지계는 한때의 안정을 얻으려고 임시로 둘러맞추는 대책을 비판할 때 쓰이며, 뒷날 더 큰 문제를 부른다는 뜻이 함께 담기는 경우가 많다.
‘고식’은 《예기(禮記)》 〈단궁 상(檀弓上)〉에 실린 증자(曾子)의 임종 이야기에 나온다.[3]
曾子寢疾,病。樂正子春坐於床下,曾元、曾申坐於足,童子隅坐而執燭。童子曰:「華而睆,大夫之簀與?」……曾子曰:「然,斯季孫之賜也,我未之能易也。元,起易簀。」曾元曰:「夫子之病革矣,不可以變。幸而至於旦,請敬易之。」曾子曰:「爾之愛我也不如彼。君子之愛人也以德,細人之愛人也以姑息。吾何求哉?吾得正而斃焉,斯已矣。」舉扶而易之,反席未安而沒。
증자가 위독할 때, 촛불을 들고 있던 어린 종이 “화려하고 반들거리니 대부가 쓰는 대자리가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증자는 그것이 대부 계손씨(季孫氏)에게서 받은 것이어서 대부가 아닌 자신이 깔고 죽을 수는 없다며 아들 증원(曾元)에게 바꾸라고 했다. 증원이 “병이 위중하시니 옮길 수 없습니다.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바꾸겠습니다”라고 하자, 증자는 “네가 나를 아끼는 것이 저 아이만 못하구나. 군자는 덕으로 사람을 아끼고, 소인은 고식으로 아낀다. 내가 무엇을 바라겠느냐. 바른 도리를 얻고 죽으면 그만이다”라고 했다. 자리를 바꾸어 눕히자 채 편안해지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이 이야기에서 ‘역책(易簀, 대자리를 바꿈)’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나라 정현(鄭玄)은 이 ‘고식’을 “息은 安(편안함)과 같으니, 구차하게 받아들여 편안함을 취한다는 말”이라고 풀었다.[4] 당장 아버지를 편하게 해 드리려는 마음이 오히려 도리를 그르친다는 것이다.
‘息’을 ‘쉬다’가 아니라 ‘어린아이’로 읽는 설도 있다. 명나라 양신(楊慎)은 《시자(尸子)》의 “주왕은 늙은 신하의 말을 버리고 고식의 말을 썼다(紂棄黎老之言,而用姑息之語)”는 구절과 그 옛 주석 “姑는 부녀자, 息은 어린아이”를 들어, ‘고식’은 ‘아녀자와 어린아이’, 곧 눈앞의 정에만 끌리는 사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5] 다만 오늘날 전하는 《시자》 집본(輯本)에는 이 구절이 “姑息之謀”로 되어 있고, “姑息之語”와 그 주석은 양신의 인용으로 전한다.[6] 조선의 이수광(李睟光)은 《지봉유설》에서, 안정복(安鼎福)은 《순암집》에서 이 설을 소개하며 양신의 풀이가 낫다고 보았다.[7] 표준국어대사전과 《일본국어대사전》은 ‘잠시 숨을 돌린다’는 풀이를 따른다.
중국 문헌에서는 북송의 사마광(司馬光)이 의용(義勇) 징발을 논하며, 서하의 조원호(趙元昊)가 반란을 일으킨 뒤 “고식지계를 면치 못했다(不免為姑息之計)”고 한 말이 《문헌통고》에 인용되어 있다.[8]
한국에서는 정도전(鄭道傳)이 《조선경국전》 〈부전(賦典)〉에서 중국의 한전(限田)·균전(均田) 논의를 두고 “고식지계에 지나지 않는다(是則不過姑息之計)”고 평했다.[9]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98건이 있으며, 가장 이른 것은 태종 8년(1408) 10월 1일 민무구·민무질 형제를 외방으로 내칠 때의 교서이다. 태종은 극형에 처해야 마땅하지만 오랜 정을 생각해 차마 법대로 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비록 과인의 고식지계이나 인정상 차마 못 하는 것이다(此雖寡人姑息之計,然亦情所不忍)”라고 했다.[10]
- 중국어: 현대 중국어의 ‘姑息’은 ‘지나치게 너그럽게 봐준다’는 뜻이 중심이다. 《성어전》은 ‘고식양간(姑息養奸)’을 “지나치게 너그러워 나쁜 사람과 나쁜 일을 키운다”로 풀고, 앞의 ‘고식’이 《예기》 〈단궁 상〉에서 왔다고 설명한다.[11]
- 일본어: ‘姑息(こそく)’는 ‘일시적인 미봉, 그 자리 모면’이 본래 뜻이다. 《일본국어대사전》은 나카에 도주(中江藤樹)의 《오키나 문답(翁問答)》(1650)의 “자식이 원하는 대로 키우는 것을 고식의 사랑이라 한다(姑息の愛)”를 첫 용례로 든다.[12] 한편 오늘날 일본에서는 이 말을 ‘비겁하다’는 뜻으로 쓰는 사람이 많다. 일본 문화청의 〈국어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姑息な手段”을 ‘비겁한 수단’으로 이해한 응답은 2010년도 70.9%, 2021년도 73.9%였고, 본래 뜻인 ‘일시 모면’으로 이해한 응답은 15.0%, 17.4%였다.[13]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姑 | 고 | 시어머니, 잠시 | 잠시, 우선 |
| 息 | 식 | 쉬다, 숨 | 숨을 돌리다, 편안히 지내다 |
| 之 | 지 | ~의 |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
| 計 | 계 | 셈, 꾀 | 계책 |
- 장애 원인을 분석하지 않고 알람이 울릴 때마다 서버만 재시작하는 것은 고식지계에 불과하다.
- 적자 노선에 보조금만 늘리는 고식지계로는 지역 교통 문제를 풀 수 없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고식지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3%A0%EC%8B%9D%EC%A7%80%EA%B3%84,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고식”,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3%A0%EC%8B%9D, 확인날짜=2026-09-26.
- ↑ 《예기》 〈단궁 상(檀弓上)〉.
- ↑ 정현 주, 《예기정의(禮記正義)》 〈단궁 상〉.
- ↑ 양신, 《단연총록(丹鉛總錄)》 권14 〈고식(姑息)〉.
- ↑ 《시자(尸子)》 권하(卷下).
- ↑ 이수광, 《지봉유설(芝峰類說)》 권5; 안정복, 《순암집(順菴集)》 권11.
- ↑ 마단림, 《문헌통고(文獻通考)》 권152.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도전, 《삼봉집》 권7 〈부전(賦典)〉,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24A_0100_010_0070,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16권, 태종 8년 10월 1일 을해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0810001_004,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姑息養奸”,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8399, 확인날짜=2026-09-26.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姑息”,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7%91%E6%81%AF, 확인날짜=2026-09-26.
-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姑息” 보설(補説),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7%91%E6%81%AF, 확인날짜=2026-09-26.
- ↑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因循姑息”,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B%A0%E5%BE%AA%E5%A7%91%E6%81%AF,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