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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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곡간장(九曲肝腸)은 굽이굽이 서린 창자라는 뜻으로, 깊은 마음속 또는 시름이 쌓인 마음속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아홉 번 굽은 간과 창자, 곧 몸속 가장 깊은 곳을 마음이 자리한 곳으로 여겨 ‘마음속 깊은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 근심·그리움·서러움이 쌓인 마음을 말할 때 쓰며, “구곡간장이 녹는다”, “구곡간장을 태운다”, “구곡간장에 맺힌 한”처럼 슬픔이나 애타는 심정을 강하게 나타낸다. 옛 노랫말이나 편지글 투의 문장에 자주 나온다.
간장(肝腸)은 본래 간과 창자를 뜻하고,[2] 우리말에서 ‘애’를 강조한 ‘애간장’이 같은 한자를 쓴다.[3] 몸의 장기로 마음을 나타내는 한국어 표현(애가 타다, 간장을 녹이다)과 잘 어울려 널리 쓰이게 된 말이다.
창자가 아홉 번 굽는다는 표현의 뿌리로 흔히 드는 것은 한나라 사마천(司馬遷)이 궁형을 당한 뒤 벗 임안(任安)에게 쓴 편지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의 한 대목이다.[4]
雖累百世,垢彌甚耳!是以腸一日而九回,居則忽忽若有所亡,出則不知所如往。每念斯恥,汗未嘗不發背霑衣也。
“백 대가 지나도 치욕은 더욱 심해질 뿐이다. 그래서 창자가 하루에도 아홉 번 뒤틀리고, 집에 있으면 멍하니 무엇을 잃은 듯하고,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땀이 등에서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다.”
이 구절에서 ‘아홉 번 도는 창자’, 곧 구회장(九回腸)이 근심으로 애가 끊어질 듯한 마음을 뜻하게 되었다. 북송 황정견(黃庭堅)은 “편지에 아홉 번 도는 창자일랑 부치지 말게(書來莫寄九回腸)”라고 썼고, 송대 주석은 그 출전으로 사마천의 편지를 들었다.[5]
중국에서는 이 비유가 ‘구곡회장(九曲回腸·九曲迴腸)’, 곧 “아홉 번 굽어 도는 창자”라는 형태로 원·명대 사(詞)와 시에 쓰였다. 예를 들어 명나라 호규(胡奎)의 《두남노인집(斗南老人集)》에는 베 짜는 여인의 수심을 그려 “아홉 굽이 도는 창자에 실마리가 많다(九曲回腸頭緒多)”는 구절이 있다.[6]
반면 ‘九曲肝腸’이라는 네 글자는 중국 고전 원문은 물론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과 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7] 한국고전종합DB에서는 남구만(南九萬)의 시구 “속 창자가 아홉 번 얽혔다(中腸九曲紆)”처럼 원문의 다른 표현을 번역자가 ‘구곡간장’으로 옮긴 예만 보인다.[8] 한문의 ‘구회장·구곡회장’을 한국어 ‘간장’과 합쳐 우리말 속에서 굳힌 형태로 보인다.
- 전쟁터로 떠난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구곡간장은 하루하루 타들어 갔다.
- 서비스 장애가 밤새 이어지자 운영팀장은 구곡간장이 녹는 심정으로 복구 상황을 지켜보았다.
- 구곡간장에 맺힌 한을 노래로 풀어낸 소리꾼의 목소리에 객석이 숙연해졌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구곡간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5%AC%EA%B3%A1%EA%B0%84%EC%9E%A5, 확인날짜=2026-10-1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간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84%EC%9E%A5, 확인날짜=2026-10-1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애간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5%A0%EA%B0%84%EC%9E%A5, 확인날짜=2026-10-10.
- ↑ 사마천(司馬遷),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 《한서(漢書)》 권62 〈사마천전(司馬遷傳)〉·《문선(文選)》 권41.
- ↑ 황정견(黃庭堅), 《산곡집시주(山谷集詩注)》 내집 권17.
- ↑ 호규(胡奎), 《두남노인집(斗南老人集)》 권5.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 검색 및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원문 검색, “九曲肝腸”, https://sillok.history.go.kr/ · https://sjw.history.go.kr/ ·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0.
- ↑ 남구만(南九萬), 《약천집(藥泉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번역문 검색 “구곡간장”,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1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구절양장”,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5%AC%EC%A0%88%EC%96%91%EC%9E%A5, 확인날짜=2026-10-10.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迴腸蕩氣”,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8225, 확인날짜=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