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북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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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북마(南船北馬)는 중국의 남쪽은 강이 많아 배를 이용하고 북쪽은 산과 사막이 많아 말을 이용한다는 뜻으로, 늘 쉬지 않고 여기저기 여행하거나 바삐 돌아다님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순서를 바꾸어 ‘북마남선(北馬南船)’이라고도 한다.[1][2]
남쪽에서는 배를 타고 북쪽에서는 말을 탄다는 말로,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사방으로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의 처지를 나타낸다. 출장이 잦은 사람, 여러 지역을 돌며 일하는 사람을 두고 “남선북마의 나날”처럼 쓴다. 뜻이 비슷한 말로 동분서주(東奔西走)가 있다.
한중일에서 쓰임이 조금 다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남선북마를 “중국 대륙은 남방에 호수와 하천이 많고 북방에 육지가 많아 교통수단에 배와 말의 차이가 있다”로만 풀이한다.[3] 곧 중국어에서는 주로 남북의 지리·교통 차이를 가리키는 말이고, ‘바삐 돌아다닌다’는 뜻은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두드러진다. 일본어 ‘南船北馬(なんせんほくば)’는 “끊임없이 여행함, 여러 곳을 바쁘게 다님”으로 풀이된다.[4]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중국의 남북 풍토 차이를 교통수단으로 대비한 속담 같은 말이다. 헤이본샤(平凡社)의 《세계대백과사전》은 이 말의 구체적인 출전도, 언제부터 널리 쓰였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한다.[4]
같은 생각은 한나라 때 이미 보인다. 《회남자(淮南子)》 〈제속훈(齊俗訓)〉은 사람마다 맞는 일이 따로 있다는 것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胡人便於馬,越人便於舟,異形殊類,易事而悖,失處而賤,得勢而貴。
“북방의 호(胡) 사람은 말에 익숙하고 남방의 월(越) 사람은 배에 익숙하다. 생김새와 부류가 다르니, 일을 바꾸면 어그러지고, 제자리를 잃으면 천해지며, 알맞은 형세를 얻으면 귀해진다.” 《세계대백과사전》은 이 구절을 남선북마의 출전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4] 나무위키 등에는 남선북마의 출전이 《회남자》라고 소개되어 있으나, 《회남자》에 있는 것은 ‘胡人便於馬,越人便於舟’라는 구절이며 ‘南船北馬’라는 네 글자는 나오지 않는다.
명청대에는 ‘남쪽 사람은 배를 부리고 북쪽 사람은 말을 탄다’는 말이 속담처럼 쓰였다. 《삼국지연의》 제54회에는 유비가 오나라에 장가들러 갔을 때 손권과 감로사(甘露寺)에서 강을 내려다보다가, 거센 물결 위를 평지처럼 오가는 작은 배를 보고 “‘남쪽 사람은 배를 부리고 북쪽 사람은 말을 탄다(南人駕船,北人乘馬)’더니 정말 그렇구나” 하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다. 손권은 이 말을 자기가 말을 잘 못 탄다고 놀리는 것으로 여겨, 곧바로 말을 끌어오게 해 산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가 다시 채찍질해 고개로 올라온다.[6] 《금병매사화(金瓶梅詞話)》에도 “북쪽 변방은 수레와 말을 늘 쓰고 강남은 배를 편히 여기니, 남쪽 사람은 배를 타고 북쪽 사람은 말을 탄다는 말을 믿을 만하다(南人乘舟,北人乘馬,蓋可信也)”라는 대목이 있다.[7]
南船北馬라는 네 글자는 원나라 무렵의 문헌부터 확인된다.
- 원나라의 조맹부(趙孟頫)는 원 세조 쿠빌라이의 덕을 기린 시 〈흠송세조황제성덕시(欽頌世祖皇帝聖德詩)〉에서 “동쪽 바다 서쪽 산이 황제의 거처를 웅장하게 하고, 남쪽의 배와 북쪽의 말이 황도에 모여든다(東海西山壯帝居,南船北馬聚皇都)”라고 읊었다.[8] 여기서는 사방에서 사람과 물자가 대도(大都)로 모여드는 번성함을 말한다.
- 청나라의 주곤전(朱昆田)은 〈제왕무이추림독서도(題汪無己秋林讀書圖)〉에서 “남쪽으로 배, 북쪽으로 말을 타고 다닌 지 이십여 년, 머리가 희어져 주석 달린 책도 펴기 귀찮다(南船北馬廿年餘,頭白慵開夾注書)”라고 했다.[9] 오늘날처럼 떠돌며 바쁘게 사는 처지를 가리킨 예이다.
- 청나라 건륭제는 소주 등위산(鄧尉山)의 매화를 읊은 〈등위향설해가(鄧尉香雪海歌)〉에서 “북쪽으로는 호구(虎丘), 남쪽으로는 태호(太湖)를 바라보니, 남쪽의 배와 북쪽의 말은 쓰임이 제각각이다(北眺虎阜南太湖,南船北馬用各殊)”라고 했다. 이 시는 《흠정남순성전(欽定南巡盛典)》과 《어제시(御製詩)》에 실렸다.[10]
일본에서는 메이지 시대에 널리 쓰였다. 《일본국어대사전》은 나카에 조민(中江兆民)의 《일년유반(一年有半)》(1901)을 첫 용례로 들고,[4]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우치다 로안(内田魯庵)의 《사회백면상(社会百面相)》(1902), 나가이 가후(永井荷風)의 〈내청화(来青花)〉(1918)를 용례로 든다.[4] 이보다 앞서 소설가 다야마 가타이(田山花袋)가 1899년 하쿠분칸(博文館)에서 낸 기행문집의 제목이 《남선북마(南船北馬)》였다.[11]
한국의 옛 문헌에서는 네 글자 형태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고전번역원의 문집 원문에서 南船北馬는 확인되지 않으며,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도 없다.[12][13] 조경(趙絅)이 1640년 입춘에 지은 시에 “남쪽 배가 북쪽 말을 따른다(南船隨北馬)”라는 구절이 보이는 정도이다.[14] 오늘날 한국어의 ‘분주히 돌아다님’이라는 뜻은 근대 일본어의 쓰임과 같다.
- 고객사 데이터센터 여러 곳을 돌며 장비를 점검하느라 한 달 내내 남선북마했다.
- 그는 전국의 공사 현장을 남선북마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 일본인 미야지마 다이하치(宮島大八)가 펴낸 중국어 회화 교재 《관화급취편(官話急就篇)》에는 “말을 탈 줄 아십니까?”, “우리 북방 사람은 다 탈 줄 압니다.”, “남방 사람은요?”, “남방 사람은 배를 부릴 줄 알지요. 그래서 남선북마라고 합니다(南方人會使船、所以說南船北馬)”라는 문답이 실려 있다.[15]
- 북마남선(北馬南船): 남선북마와 같은 말.
- 동분서주(東奔西走): 동쪽으로 뛰고 서쪽으로 뛴다는 뜻으로, 사방으로 이리저리 몹시 바쁘게 돌아다님. ‘동서분주(東西奔走)’라고도 한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남선북마”,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2%A8%EC%84%A0%EB%B6%81%EB%A7%88, 확인날짜=2026-09-28.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북마남선”,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1%EB%A7%88%EB%82%A8%EC%84%A0, 확인날짜=2026-09-28.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南船北馬”,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825, 확인날짜=2026-09-28.
- ↑ 4.0 4.1 4.2 4.3 4.4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개정신판 세계대백과사전(改訂新版 世界大百科事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南船北馬”,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D%97%E8%88%B9%E5%8C%97%E9%A6%AC, 확인날짜=2026-09-28.
- ↑ 유안(劉安) 편, 《회남자(淮南子)》 〈제속훈(齊俗訓)〉.
- ↑ 나관중,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54회.
- ↑ 《금병매사화(金瓶梅詞話)》 제47회.
- ↑ 조맹부(趙孟頫), 〈흠송세조황제성덕시(欽頌世祖皇帝聖德詩)〉, 《송설재집(松雪齋集)》 권4.
- ↑ 주곤전(朱昆田), 〈제왕무이추림독서도(題汪無己秋林讀書圖)〉 2수, 《적어소고(笛漁小稿)》 권8. 주이존(朱彝尊)의 《폭서정집(曝書亭集)》 부록.
- ↑ 건륭제(乾隆帝), 〈등위향설해가(鄧尉香雪海歌)〉, 《어제시(御製詩)》 2집 권24; 《흠정남순성전(欽定南巡盛典)》 권1.
- ↑ 공익재단법인 일본교통공사(日本交通公社), “‘紀行文の名手’田山花袋と明治期の紀行文学”, https://www.jtb.or.jp/gallery/tayama-katai-meiji-period/, 확인날짜=2026-09-28.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문집) 검색 “南船北馬”,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南船北馬”,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 ↑ 조경(趙絅), 〈경진년정월십사일입춘(庚辰年正月十四日立春)〉, 《용주유고(龍洲遺稿)》,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8.
- ↑ 미야지마 다이하치(宮島大八), 《관화급취편(官話急就篇)》 〈문답지하(問答之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