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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기망양(多岐亡羊)은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뜻으로, 두루 섭렵하기만 하고 한 가지를 파고들지 않아 끝내 이루지 못함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방침이 너무 많아서 도리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1]

원래는 학문의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어 근본을 놓치면 진리를 얻기 어렵다는 경계였다. 오늘날에는 선택지나 정보가 너무 많아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 여러 방향으로 힘을 나누다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두루 가리킨다. 같은 고사에서 나온 말로 망양지탄(亡羊之歎)이 있고, 표준국어대사전도 두 말을 비슷한 말로 묶는다.[1]

중국어에서는 ‘기로망양(歧路亡羊)’이 더 일반적이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도 이 형태를 표제어로 삼고 ‘多岐亡羊’, ‘多歧亡羊’을 같은 말로 든다.[2] ‘岐’와 ‘歧’는 모두 ‘갈림길’의 뜻으로 통용된다. 일본어에서도 ‘多岐亡羊(たきぼうよう)’이라고 쓴다.[3]

《열자(列子)》 〈설부(說符)〉에 나오는 양주(楊朱)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에서 나왔다.[4]

楊子之鄰人亡羊,既率其黨,又請楊子之豎追之。楊子曰:「嘻!亡一羊,何追者之衆?」鄰人曰:「多歧路。」既反,問:「獲羊乎?」曰:「亡之矣。」曰:「奚亡之?」曰:「歧路之中又有歧焉,吾不知所之,所以反也。」楊子戚然變容,不言者移時,不笑者竟日。

양자(楊子)의 이웃이 양 한 마리를 잃어버려 자기 집 사람들을 이끌고 나서면서 양자의 어린 종까지 빌려 쫓게 했다. 양자가 “양 한 마리를 잃었는데 쫓는 사람이 어찌 이리 많은가?” 하자 이웃은 “갈림길이 많아서요”라고 했다. 돌아온 이웃에게 양을 찾았느냐고 묻자 “잃었습니다. 갈림길 가운데 또 갈림길이 있어서 어디로 갔는지 몰라 돌아왔습니다”라고 했다. 양자는 얼굴빛이 어두워져 한참 동안 말이 없었고, 하루 종일 웃지 않았다.

제자들은 하찮은 가축인 데다 스승의 것도 아닌 양 때문에 말과 웃음을 잃은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제자 맹손양(孟孫陽)이 이 일을 심도자(心都子)에게 알리자, 심도자는 양자에게 같은 스승에게서 인의(仁義)를 배우고도 세 형제가 서로 정반대로 풀이한 이야기를 물었고, 양자는 헤엄을 배우러 왔다가 절반이 빠져 죽었다는 뱃사공 이야기로 답했다. 맹손양이 더 헷갈려하자 심도자가 그 뜻을 풀어 주었다.

大道以多歧亡羊,學者以多方喪生。學非本不同,非本不一,而末異若是。唯歸同反一,爲亡得喪。子長先生之門,習先生之道,而不達先生之況也,哀哉!

“큰길은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고, 배우는 사람은 방법이 많아 삶을 잃는다. 배움이란 근본이 다르지도 않고 하나가 아닌 것도 아닌데, 끝에 가서는 이처럼 달라진다. 오직 같은 곳으로 돌아가고 하나로 되돌아와야 잃음도 얻음도 없게 된다. 그대는 선생의 문하에서 자라고 선생의 도를 익히면서도 선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니 슬프구나!”[4]

곧 양자가 슬퍼한 것은 잃어버린 양이 아니라, 근본에서 출발한 배움이 갈래가 많아지면서 서로 어긋나 버리는 현실이었다.

누가 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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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이다기망양(大道以多歧亡羊)’은 흔히 양주가 한 말로 소개되지만, 《열자》 원문에서 이 말을 한 사람은 제자 심도자이다. 북송 초의 《태평어람(太平御覽)》 권195처럼 이 이야기를 줄여 옮기면서 “양자가 말하기를(楊子曰)”로 붙여 인용한 유서(類書)들이 있어, 이런 혼동이 일찍부터 퍼졌다.[5]

표준국어대사전은 출전을 “《열자》 〈설부(雪符)〉”로 적고 있으나, 편 이름은 ‘說符’이다.[1]

네 글자 형태는 명나라 때 널리 쓰였다. 마중석(馬中錫)의 우화 〈중산랑전(中山狼傳)〉과 이를 희곡으로 만든 강해(康海)의 《중산랑(中山狼)》에서, 늑대를 숨겨 준 동곽 선생은 늑대를 쫓는 조간자(趙簡子)에게 “‘큰길은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는다’고 들었습니다. 양은 어린아이 하나로도 다룰 만큼 순한데도 갈림길 때문에 잃는데, 하물며 늑대이겠습니까”라며 둘러댄다.[2][6]

조선의 학자들은 이 말을 학문 방법에 대한 경계로 자주 썼다. 이상정(李象靖)은 제자에게 스승의 설을 굳게 믿으라고 권하며 “의리가 뒤얽히고 여러 설이 어지러워 다기망양의 근심이 있을까 두려워서(恐有多歧亡羊之患)”라고 했고,[7] 유원지(柳元之)는 성(性)을 둘로 쪼개어 보는 논의를 비판하며 “한 성 안에 다기망양의 탄식이 있게 한다(致令一性之內。有多歧亡羊之歎)”고 썼다.[8]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多岐亡羊’, ‘歧路亡羊’이 나오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일본국어대사전》이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의 《닷사이쇼오쿠 하이와(獺祭書屋俳話)》(1892)의 “마침내 다기망양의 느낌을 일으키게 하기에 이르렀다(竟に多岐亡羊の感を起さしむるに至れり)”를 첫 용례로 든다.[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多 다 많다 많다
岐 기 갈림길 갈림길
亡 망 잃다, 달아나다 잃다
羊 양 양 양
  • 보안 도구를 열 가지나 도입했지만 어느 경보를 먼저 볼지 정하지 않아 다기망양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침입 신호를 놓쳤다.
  • 자격증 공부, 외국어, 코딩을 한꺼번에 시작한 그는 다기망양이라는 말처럼 어느 것도 끝내지 못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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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양지탄(亡羊之歎): 같은 고사에서 나온 말.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고 탄식함.
  • 기로망양(歧路亡羊): 중국어에서 주로 쓰는 형태.
  • 독서망양(讀書亡羊): 글을 읽는 데 정신이 팔려 먹이던 양을 잃었다는 뜻으로, 맡은 일은 제쳐 두고 다른 생각만 하다가 낭패를 봄.[9] 《장자》 〈변무(騈拇)〉의 이야기로, 다기망양과는 다른 고사이다(→ 망양지탄).
  • 망양보뢰(亡羊補牢): 양을 잃고 우리를 고침. ‘잃은 양’이 들어가지만 뜻은 다르다.
  •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한 가지 일에 힘을 모으라는 속담으로, 다기망양과 반대되는 가르침이다.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다기망양”,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B%A4%EA%B8%B0%EB%A7%9D%EC%96%91, 확인날짜=2026-09-26.
  2. ↑ 2.0 2.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歧路亡羊”,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3, 확인날짜=2026-09-26.
  3.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多岐亡羊”,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4%9A%E5%B2%90%E4%BA%A1%E7%BE%8A, 확인날짜=2026-09-26.
  4. ↑ 4.0 4.1 《열자(列子)》 〈설부(說符)〉.
  5. ↑ 이방(李昉) 등, 《태평어람(太平御覽)》 권195.
  6. ↑ 마중석(馬中錫), 〈중산랑전(中山狼傳)〉.
  7.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상정, 《대산집(大山集)》 권32 〈답한사응(答韓士凝)〉,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31A_0320_010_0250, 확인날짜=2026-09-26.
  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유원지, 《졸재집(拙齋集)》 권6 〈답김광정별지(答金光庭別紙)〉,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846A_0060_010_0080, 확인날짜=2026-09-26.
  9.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독서망양”,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8F%85%EC%84%9C%EB%A7%9D%EC%96%91,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