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골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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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골호인(無骨好人)은 ‘뼈 없이 좋기만 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줏대 없이 두루뭉술하고 순하여 남의 비위를 다 맞추는 사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누구와도 다투지 않고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무골호인이다”처럼 성품이 순하다는 뜻으로 쓰기도 하지만,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할 때도 제 의견 없이 남의 뜻만 따른다는 비판의 뜻이 함께 들어 있다.
여기서 ‘뼈(骨)’는 몸의 뼈가 아니라 사람의 기개나 줏대를 가리킨다. 한국어에서 ‘뼈대 있는 사람’, ‘뼈가 있는 말’이라고 할 때의 뼈와 같은 비유이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중국 고전 원문, 한문 불전,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無骨好人’은 확인되지 않으며,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2] 한국어에서 만들어진 한자성어로 보인다.
근대 잡지에는 이 말을 비튼 표현이 보인다. 《개벽》 제39호(1923년 9월)는 경상북도 영천 군수가 ‘일선융화(日鮮融和)’를 내세워 단체를 만든 일을 비꼬면서, 영천의 백성은 “무법천지에서도 즐겁게 살 만한 무골호민(無骨好民)”이라고 썼다.[3] ‘무골호인’의 ‘인(人)’을 ‘민(民)’으로 바꾼 말장난으로, 이 무렵 ‘무골호인’이 이미 널리 쓰이던 말이었음을 보여 준다.
나무위키 등에는 이 말의 출전을 명나라 이지(李贄, 1527~1602)의 《속분서(續焚書)》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속분서》에는 ‘無骨好人’이라는 말이 없다. 다만 《속분서》 권1의 편지 〈여초약후(與焦弱侯)〉에 “세상에 뼈대 있는 사람은 매우 적고, 식견 있는 사람은 더욱 적다(世間有骨頭人甚少,有識見人尤少)”라는 구절이 있어,[4] 사람의 기개를 ‘뼈’로 말하는 같은 비유를 볼 수 있다.
무골호인을 풀이할 때 후한 말의 은사 사마휘(司馬徽)의 일화가 자주 함께 소개된다. 《세설신어》 〈언어〉 편의 주석이 인용한 《사마휘별전(司馬徽別傳)》에 따르면, 사마휘는 형주의 유표가 어리석어 착한 사람을 해칠 것을 알고 입을 닫았다. 누가 사람의 됨됨이를 물으면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고 늘 “좋다(佳)”고만 했다. 아내가 “사람들이 의문이 있어 물으면 가려 말해 주어야지, 모두 좋다고만 하면 되겠느냐”고 나무라자, 사마휘는 “당신 말도 참 좋소(如君所言,亦復佳)”라고 대답했다.[5]
이 이야기는 중국어 ‘호호선생(好好先生)’의 유래로 알려져 있다. 대만 《성어전》은 사마휘가 남의 단점을 말하지 않고 무엇이든 좋다고 한 데서 이 말이 나왔다는 청나라 《통속편(通俗編)》의 설을 소개하고, 지금은 시비를 가리지 않고 두루 비위를 맞추며 무사하기만 바라는 사람을 낮잡아 이른다고 풀이한다.[6] 인터넷 글에서는 사마휘가 ‘하오하오(好好)’라고 했다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기록에 남은 글자는 ‘佳’이다. 또 사마휘의 처신은 난세에 화를 피하려는 은사의 지혜로 그려졌다는 점에서, 줏대 없음을 꼬집는 무골호인과는 결이 다르다.
《논어》의 두 구절도 무골호인을 경계하는 말로 함께 인용되곤 한다. 공자는 “향원(鄕原)은 덕을 해치는 도적이다(鄉原,德之賊也)”라고 하여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마을의 위선자를 비판했고,[7] “중도를 행하는 사람을 얻어 함께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광자(狂者)나 견자(狷者)와 함께하겠다(不得中行而與之,必也狂狷乎)”고 했다.[8]
- 일본어 ‘無骨(ぶこつ)’은 ‘뼈마디가 불거져 투박함’, ‘세련되지 못하고 무례함’이라는 뜻으로, 한국어 무골호인의 ‘무골’과 뜻이 전혀 다르다. 일본어 사전은 이 말이 고유어 ‘骨無し(こちなし)’를 음독한 데서 나왔다고 설명한다.[10]
- 리뷰어가 무골호인이라 모든 변경을 그대로 승인하면 코드 리뷰를 하는 의미가 없다.
- 보안 담당자가 무골호인처럼 예외 요청을 다 들어주면 정책은 금세 허울만 남는다.
- 그는 무골호인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원칙이 걸린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았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골호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C%B4%EA%B3%A8%ED%98%B8%EC%9D%B8, 확인날짜=2026-10-1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 검색, “無骨好人”;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문집 원문 검색, “無骨好人”, https://db.itkc.or.kr/; CBETA,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 ↑ 〈日鮮融和에 發狂된 永川倅〉, 《개벽》 제39호, 1923-09-01,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modern/level.do?levelId=ma_013_0380_0140, 확인날짜=2026-10-11.
- ↑ 이지, 《속분서(續焚書)》 권1 〈여초약후(與焦弱侯)〉.
- ↑ 유의경 찬·유효표 주,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 주에 인용된 《사마휘별전(司馬徽別傳)》.
- ↑ 6.0 6.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好好先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964, 확인날짜=2026-10-11.
- ↑ 《논어》 〈양화(陽貨)〉.
- ↑ 《논어》 〈자로(子路)〉.
-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八方美人”,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5%AB%E6%96%B9%E7%BE%8E%E4%BA%BA, 확인날짜=2026-10-11.
-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無骨”,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84%A1%E9%AA%A8, 확인날짜=2026-10-11.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팔방미인”,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focus_name=query&query=%ED%8C%94%EB%B0%A9%EB%AF%B8%EC%9D%B8, 확인날짜=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