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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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부재(無所不在)는 있지 않은 곳이 없다는 뜻으로, 어디에나 두루 있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한국어 사전에서는 특히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존재와 섭리가 모든 피조물 속에 미쳐 있다는 속성을 가리키는 말로 올라 있다.[1]
‘無所不○’(○하지 않는 바가 없다) 꼴의 말 가운데 하나로, ‘있는(在)’ 쪽을 말한 것이다. 같은 틀의 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 무소불능(無所不能), 무소부지(無所不知·無所不至)가 있다.[2]
쓰임은 두 갈래로 나뉜다.
- 한문의 일반 표현: 도(道)나 이치, 기운이 어디에나 미쳐 있음을 말한다. 《장자》 이래 유가·도가·불교 문헌에 두루 쓰였다.
- 신학 용어: 표준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은 이 말을 『기독교』 전문어로만 올리고 “하나님의 적극적 품성의 하나로, 그 존재와 섭리가 모든 피조물 속에 미쳐 있음”이라고 풀이한다.[1][3] 전지(全知)·전능(全能)과 함께 신의 속성을 말하는 영어 omnipresence의 번역어 노릇을 하며, 같은 뜻의 한자어로 편재(遍在, 널리 퍼져 있음)도 쓴다.[4]
일상 한국어에서는 “무소부재의 권력”, “무소부재한 감시”처럼 어디에나 미치는 힘을 말할 때도 쓴다.
네 글자는 《장자》 〈지북유(知北遊)〉에 나온다. 동곽자(東郭子)가 장자에게 도가 어디 있느냐고 묻자, 장자는 “없는 곳이 없다”고 답하고, 구체적으로 대 달라는 말에 점점 더 하찮은 것을 든다.[5]
東郭子問於莊子曰:「所謂道,惡乎在?」莊子曰:「无所不在。」東郭子曰:「期而後可。」莊子曰:「在螻蟻。」曰:「何其下邪?」曰:「在稊稗。」曰:「何其愈下邪?」曰:「在瓦甓。」曰:「何其愈甚邪?」曰:「在屎溺。」東郭子不應。
“동곽자가 장자에게 물었다. ‘이른바 도라는 것은 어디에 있습니까?’ 장자가 말했다.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동곽자가 ‘꼭 집어 말씀해 주셔야 알겠습니다’ 하자, 장자는 ‘땅강아지와 개미에 있다’고 했다. ‘어찌 그리 낮은 데 있습니까?’ ‘돌피와 피에 있다.’ ‘어찌 더 낮아집니까?’ ‘기와와 벽돌에 있다.’ ‘어찌 더 심해집니까?’ ‘똥과 오줌에 있다.’ 동곽자는 대꾸하지 않았다.”[5]
원문의 ‘无’는 ‘無’와 같은 글자다. 이어지는 대목에서 장자는 시장 관리가 돼지를 밟아 살찐 정도를 살필 때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잘 드러난다는 비유를 드는데, 여기서 ‘매하유황(每下愈況)’이라는 말이 나왔다.[5]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無所不在를 “어느 곳에나 다 있음”으로 풀이하고 송나라 장군방(張君房)의 《운급칠첨(雲笈七籤)》 권44를 용례로 든다.[6] 그러나 네 글자는 그보다 훨씬 앞선 《장자》에 이미 있다.
신의 속성을 ‘무소부지(모르는 것이 없음)·무소불능(못 하는 것이 없음)·무소부재(없는 곳이 없음)’의 세 짝으로 말하는 방식은 19세기 중국어 기독교 문헌에서 뚜렷하게 보인다. 1851년 태평천국의 홍수전(洪秀全)이 영안(永安)에서 내린 〈영안봉오왕조(永安封五王詔)〉에는 “천부 상주 황상제는 모르는 것이 없고, 못 하는 것이 없고, 있지 않은 곳이 없다(天父上主皇上帝無所不知、無所不能、無所不在)”는 구절이 있다.[9] 한국어에서 기독교 용어로 굳은 것도 이런 한문 기독교 문헌의 표현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자성어 목록류에는 무소부재의 출처를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天主實義)》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네 글자는 《장자》에 이미 나오는 말이다. 《천주실의》가 이 말을 신학 용어로 처음 썼는지는 원문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 스마트폰과 클라우드가 보편화되면서 컴퓨팅은 이제 무소부재한 기반 시설이 되었다.
-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장치가 무소부재해진 시대에는 최소 수집 원칙이 더 중요해진다.
- 신학에서는 하나님의 속성으로 전지, 전능, 무소부재를 든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소부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C%B4%EC%86%8C%EB%B6%80%EC%9E%AC, 확인날짜=2026-10-1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소불위”·“무소불능”·“무소부지”, https://stdict.korean.go.kr/, 확인날짜=2026-10-11.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무소부재”,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B%AC%B4%EC%86%8C%EB%B6%80%EC%9E%AC, 확인날짜=2026-10-1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편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8E%B8%EC%9E%AC, 확인날짜=2026-10-11.
- ↑ 5.0 5.1 5.2 《장자(莊子)》 〈지북유(知北遊)〉.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無所不在”,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7405, 확인날짜=2026-10-11.
- ↑ CBETA 중화전자불전협회, 《구마라집법사대의(鳩摩羅什法師大義)》 권2(T1856), https://cbetaonline.dila.edu.tw/, 확인날짜=2026-10-11.
- ↑ 구준(丘濬), 《대학연의보(大學衍義補)》 권28.
- ↑ 홍수전(洪秀全), 〈영안봉오왕조(永安封五王詔)〉, 태평천국 천왕 조령.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無所不在”, https://sillok.history.go.kr/search/searchResultList.do?topSearchWord=%E7%84%A1%E6%89%80%E4%B8%8D%E5%9C%A8&sillokType=S&type=w, 확인날짜=2026-10-1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113권, 세종 28년 9월 29일 갑오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da_12809029_004, 확인날짜=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