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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양단(首鼠兩端)은 구멍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쥐라는 뜻으로, 머뭇거리며 진퇴나 거취를 정하지 못하는 상태를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줄여서 ‘수서(首鼠)’라고도 한다.[1] 《사기(史記)》 〈위기무안후 열전(魏其武安侯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두 편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확실히 붙지 않고 형세를 엿보며 눈치만 보는 태도를 가리킨다. 단순히 결단력이 없다는 뜻보다는, 이해관계를 따져 양쪽에 발을 걸치고 기회를 보는 기회주의를 꼬집는 뜻이 강하다. “수서양단의 태도를 버려라”처럼 쓴다.

중국어(首鼠兩端, shǒu shǔ liǎng duān)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망설이며 결정하지 못하는 모양”으로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도 首鼠両端(しゅそりょうたん)이라 하며 “首鼠両端を持す”처럼 쓰고, 《일본국어대사전》은 “의심하고 망설이는 마음이 있어 어느 한쪽으로 정하지 못함, 망설이며 형세를 봄, 기회주의적임”으로 풀이한다.[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首 수 머리 머리(를 내밀다)
鼠 서 쥐 쥐
兩 양 둘 두
端 단 끝, 실마리 끝, 방향

‘首鼠’의 풀이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흔한 설은 쥐가 의심이 많아 구멍에서 머리를 내밀고 이리저리 살피기만 한다는 데서 나왔다는 것이다. 《성어전》은 《사기집해》, 《비아(埤雅)》 등이 이렇게 풀이했다고 적는 한편, 근대 학자 류다바이(劉大白)는 ‘首鼠’가 ‘망설인다’는 뜻의 ‘躊躇(주저)’가 소리가 바뀌어 적힌 것이라고 보았다고 소개한다.[2]

전한 무제 때, 장군 관부(灌夫)가 승상 무안후(武安侯) 전분(田蚡)의 혼인 잔치에서 술주정을 하다 전분의 노여움을 사 옥에 갇혔다. 관부와 가까웠던 위기후(魏其侯) 두영(竇嬰)이 그를 변호하면서, 두영과 전분은 무제 앞에서 서로 상대의 잘못을 들추며 맞섰다. 무제가 신하들에게 누가 옳은지 묻자, 어사대부 한안국(韓安國)은 관부가 나라에 공을 세운 장사라는 위기후의 말도 옳고, 관부가 권세를 믿고 백성을 괴롭혔다는 승상의 말도 옳으니 “밝은 임금께서 판단하실 일”이라며 어느 쪽 편도 들지 않았다. 조회가 끝난 뒤 전분은 한안국을 수레에 태우고 이렇게 화를 냈다.

武安已罷朝,出止車門,召韓御史大夫載,怒曰:「與長孺共一老禿翁,何為首鼠兩端?」

[4]

“무안후는 조회를 마치고 지거문(止車門)을 나와 어사대부 한안국을 불러 수레에 태우고는 성을 내며 말했다. ‘장유(長孺, 한안국의 자)와 함께 저 대머리 늙은이 하나를 상대하는데, 어찌하여 구멍에서 머리만 내민 쥐처럼 양쪽을 살피는가?’”

한안국은 한참 있다가 “그대는 어찌 스스로를 아끼지 않습니까. 위기후가 그대를 헐뜯거든 관을 벗고 인수를 풀며 ‘위기후의 말이 다 옳습니다’ 하고 물러나겠다고 하면, 임금께서는 그대의 겸양을 높이 사 그만두게 하지 않으실 것이고 위기후는 부끄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입니다”라고 충고하였다.[4] 이 다툼은 결국 관부와 두영이 모두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끝났다.

비슷한 말로 《후한서(後漢書)》 〈등훈전(鄧訓傳)〉에는 한나라와 강족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소월지(小月氏) 부족을 두고 “비록 두 끝에 머리를 두고 있지만 한나라도 때때로 그들을 거두어 썼다(雖首施兩端,漢亦時收其用)”는 구절이 있다.[5] 《성어전》은 首施兩端을 같은 뜻의 말로 든다.[2]

  • 1415년 태종은 남재(南在)의 집에 뜻을 전하여, 개국에 별 공이 없던 이직(李稷)을 감싸는 그를 두고 “경은 어찌하여 이직에게 붙어 수서양단하는가(卿何附李稷,而首鼠兩端乎)”라고 꾸짖었다.[6]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이 말이 20여 건 나온다.
  • 이황(李滉)은 1560년 노경린(盧慶麟)에게 보낸 답장에서, 그가 고을을 다스리며 서원을 세워 선비를 기른 일을 칭찬하였다. 이런 일은 근래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는 것이라 세속에서 괴이하게 여기기도 하므로 “수서양단하는 자들은 대개 그 책임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首鼠兩端者,率不肯任其責)”고 하였다.[7]
  • 두 기술 표준 진영 사이에서 수서양단하던 회사는 결국 어느 쪽 생태계에서도 협력사로 대접받지 못했다.
  • 위기 때 수서양단하는 리더를 보면 구성원들도 판단을 미루게 된다.
  • 협상 테이블에서 수서양단의 태도를 보이면 양쪽 모두의 신뢰를 잃기 쉽다.
  • 일본에서는 무로마치 시대의 사전인 《분메이본 세쓰요슈(文明本節用集)》에 이미 이 말이 실려 있고, 라이 산요(頼山陽)의 《일본외사(日本外史)》(1827)에 “首鼠両端、観望勝敗(수서양단하며 승패를 관망한다)”는 용례가 있다.[3]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가라키 준조(唐木順三)의 《자쇼인 요시마사(慈照院義政)》(1965)에서 “나의 우유부단, 수서양단을 꾸짖고 또 비웃을 것이 틀림없다”는 문장을 용례로 드는데, 우유부단과 짝지어 쓴 예이다.[3]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수시양단(首施兩端), 양단수서(兩端首鼠): 같은 뜻의 말.[2]
  • 우유부단(優柔不斷): 어물어물 망설이기만 하고 결단성이 없음.
  • 좌고우면(左顧右眄): 이쪽저쪽을 돌아본다는 뜻으로, 앞뒤를 재고 망설임.[8]
  • 반대 의미: 당기입단(當機立斷), 의연결연(毅然決然): 《성어전》이 드는 반의어로, 때를 놓치지 않고 결단함, 굳세게 결단함을 뜻한다.[2]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수서양단”,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8%98%EC%84%9C%EC%96%91%EB%8B%A8, 확인날짜=2026-09-30.
  2. ↑ 2.0 2.1 2.2 2.3 2.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首鼠兩端”,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522, 확인날짜=2026-09-30.
  3. ↑ 3.0 3.1 3.2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首鼠両端”,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A6%96%E9%BC%A0%E4%B8%A1%E7%AB%AF, 확인날짜=2026-09-30.
  4. ↑ 4.0 4.1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권107 〈위기무안후 열전(魏其武安侯列傳)〉.
  5. ↑ 범엽(范曄), 《후한서(後漢書)》 권16 〈등구 열전(鄧寇列傳)〉 등훈(鄧訓).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29권, 태종 15년 5월 20일 병진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1505020_001, 확인날짜=2026-09-30.
  7. ↑ 이황(李滉), 〈답노인보(答盧仁甫)〉, 《퇴계집(退溪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8.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좌고우면”,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2%8C%EA%B3%A0%EC%9A%B0%EB%A9%B4, 확인날짜=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