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고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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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고우면(左顧右眄)은 이쪽저쪽을 돌아본다는 뜻으로, 앞뒤를 재며 망설이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표준국어대사전은 같은 뜻의 말로 좌고우시(左顧右視)·좌면우고(左眄右顧)·좌우고면(左右顧眄)·좌우고시(左右顧視)·좌첨우고(左瞻右顧)를 든다.[1]
결정해야 할 때 주변 눈치를 보거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머뭇거리는 태도를 가리킨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이다”,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처럼 흔히 부정하는 말과 함께 써서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라는 뜻을 드러낸다.
원래 뜻은 이와 달랐다. 이 말이 처음 나오는 삼국 시대 위나라 조식(曹植)의 편지에서는 좌우를 둘러보아도 견줄 사람이 없다는 ‘의기양양한 모습’을 그리는 말이었다. 중국어에서는 眄 대신 盼을 쓴 ‘좌고우반(左顧右盼)’이 일반적인 형태이고, 일본어에서는 ‘사코우벤(左顧右眄)’과 순서를 바꾼 ‘우코사벤(右顧左眄)’을 함께 쓴다.
조식(曹植, 192~232)이 벗 오질(吳質, 자 계중季重)에게 보낸 편지 〈여오계중서(與吳季重書)〉에 나온다. 《문선(文選)》 권42에 실려 있다.[3] 오질과 함께한 술자리를 떠올리며 그의 기개를 추어올리는 대목이다.
若夫觴酌凌波於前,簫笳發音於後,足下鷹揚其體,鳳歎虎視,謂蕭曹不足儔,衛霍不足侔也。左顧右眄,謂若無人,豈非君子壯志哉!
“앞에서는 술잔이 물결 넘실대듯 돌고 뒤에서는 퉁소와 호가 소리가 울리는데, 그대는 매처럼 몸을 떨치고 봉황처럼 노래하며 범처럼 노려보니, 소하·조참도 짝이 되기에 모자라고 위청·곽거병도 견주기에 모자란다고 할 만하였습니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흘겨보며 곁에 사람이 없는 듯이 여기셨으니, 어찌 군자의 장한 뜻이 아니겠습니까.”
소하(蕭何)·조참(曹參)은 한 고조의 명재상이고 위청(衛靑)·곽거병(霍去病)은 한 무제의 명장이다. 문무 어느 쪽으로도 오질에게 견줄 사람이 없어, 좌우를 둘러보아도 사람이 없는 것 같다는 칭찬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도 이 구절을 출전으로 들며, 본래 뜻을 “뜻을 이루어 득의만만한 모양(志得意滿的樣子)”으로 풀이한다.[4] 끝 구절은 《성어전》이 인용한 본문에는 “豈非吾子壯志哉”로 되어 있어, 판본에 따라 ‘君子’와 ‘吾子(그대)’가 갈린다.[4]
조선 전기 문집에서는 주로 ‘이리저리 둘러보다’는 뜻으로 쓰였다. 이승소(李承召)는 〈세심정기(洗心亭記)〉에서 정자에 앉아 “좌우를 둘러보며 경치를 맞느라 겨를이 없다(左顧右眄。應接不暇)”고 했고,[6] 김시습(金時習)은 산중에서 지낸 다섯 해를 두고 “좌우를 둘러보아도 더불어 말할 사람이 없다(左顧右眄無與語)”고 읊었다.[7]
오늘날의 ‘망설이다’는 뜻은 《조선왕조실록》에서 뚜렷하다. 원문에서 左顧右眄은 4건 보이는데,[8] 1604년(선조 37) 선조는 일본에 사람을 보내 정탐하는 문제를 두고 비변사의 보고에 답하며 이렇게 말했다.
我國臨事懷疑,左顧右眄,不能決斷。
“우리나라는 일에 닥치면 의심을 품고 이쪽저쪽 돌아보기만 하며 결단하지 못한다.” 1609년(광해군 1) 홍문관 부제학 정협(鄭協) 등도 환경전을 새로 짓는 공사의 폐단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도감과 대간을 두고 “이쪽저쪽 눈치만 보며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左顧右眄, 無任其責)”고 비판했다.[10]
- 위기 상황에서 좌고우면하다가는 대응할 때를 놓친다.
- 침해 사고가 확인되면 여론이나 책임 소재를 두고 좌고우면할 것이 아니라, 정해 둔 대응 절차대로 격리와 신고부터 해야 한다.
-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걸어왔다.
-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좌고우면”,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2%8C%EA%B3%A0%EC%9A%B0%EB%A9%B4, 확인날짜=2026-09-30.
- ↑ 2.0 2.1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右顧左眄”,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F%B3%E9%A1%A7%E5%B7%A6%E7%9C%84, 확인날짜=2026-09-30.
- ↑ 3.0 3.1 소통(蕭統) 엮음, 《문선(文選)》 권42, 조식 〈여오계중서(與吳季重書)〉.
- ↑ 4.0 4.1 4.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左顧右盼”,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63, 확인날짜=2026-09-30.
- ↑ 이백(李白), 〈주필증독고부마(走筆贈獨孤駙馬)〉, 《전당시(全唐詩)》 권168.
- ↑ 이승소(李承召), 〈세심정기(洗心亭記)〉, 《삼탄집(三灘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 ↑ 김시습(金時習), 〈증민상인(贈敏上人)〉, 《매월당집(梅月堂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左顧右眄”,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3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171권, 선조 37년 2월 29일 경술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3702029_003, 확인날짜=2026-09-3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초본 6권, 광해 1년 3월 19일 경자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oa_10103019_003, 확인날짜=2026-09-30.
- ↑ 11.0 11.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左顧右眄”,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B7%A6%E9%A1%A7%E5%8F%B3%E7%9C%84, 확인날짜=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