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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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좌왕(右往左往)은 오른쪽으로 갔다 왼쪽으로 갔다 한다는 뜻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을 종잡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중국 고전 원문에서는 右往左往과 左往右往이 모두 검색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 검색되지 않는다.[5] 한국고전번역원 번역문에는 ‘우왕좌왕’이 50여 건 나오지만 모두 번역자가 쓴 말이다.
이른 용례는 일본 문헌에 있다.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은 헤이지의 난(1159)을 다룬 군기물 《헤이지 이야기(平治物語)》(1220년경 성립으로 추정)에서 “로쿠하라에서 쳐들어온다 하여 병사들이 우왕좌왕 뛰어다니며 엇갈리고(兵ども右往左往にはせちがひ)”를 첫 용례로 들고, 무로마치 시대 렌가 시인 소초(宗長)의 《소초 수기(宗長手記)》(1522~1527)에서 “혼란스러워 질서가 없다”는 두 번째 뜻의 용례를 든다.[3]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에 따르면 옛날에는 ‘うおうざおう’라고도 읽었고, ‘に’를 붙여 부사로 썼다.[3]
따라서 우왕좌왕은 한문 고전에서 온 말이 아니라, 일본에서 중세부터 쓰던 한자어가 근대에 한국어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 땅에서 쓰인 이른 기록은 일본인이 쓴 일본어 문서이다. 1894년 6월 주한 일본공사관 기록에는 전라도에서 화적 떼가 쳐들어온다는 소문에 궁궐 안이 소란하던 모습을 “右往左往人織ルカ如ク頗フル喧騷ヲ極メ居レリ”라고 적었다.[6]
한국어 문장에서는 1920년대 후반부터 보인다. 잡지 《동광》 제14호의 배구 소개 글에는 “右往左往하며 前進 後退할 때도 많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있고,[7] 1929년 12월 17일 《동아일보》는 중소 국경 분쟁을 전하며 “中兵만 右往左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8] 해방 뒤 1947년 김준연(金俊淵)이 《동아일보》에 연재한 〈해방 후 2년간의 정계 동향〉에는 “右往左往하는 合作派”라는 소제목이 붙었다.[9] 이처럼 처음부터 전쟁터의 병사나 정치 세력이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그리는 말로 많이 쓰였다.
중국어에서는 우왕좌왕 대신 ‘手忙腳亂(shǒu máng jiǎo luàn, 손이 바쁘고 발이 어지럽다)’을 흔히 쓴다. 《성어전》은 이 말을 “일을 하면서 허둥지둥하여 조리를 잃은 모양”으로 풀이하고, 《경덕전등록》 권19 운문 문언(雲門文偃) 조를 어원 후보로 든다.[10]
- 화재 경보가 울리자 사람들은 비상구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 장애 대응 절차서가 없다 보니 담당자들이 누구에게 먼저 보고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 복구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
- 방침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니 현장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76명을 상대로 한 설문을 바탕으로 우왕좌왕을 200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 응답자의 16%가 골랐으며, 참여정부 출범 뒤 정책 혼선과 대구 지하철 참사 등으로 사회 각 분야가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2위부터 5위까지는 점입가경, 이전투구, 지리멸렬, 아수라장이었다.[11]
- 오스트리아·헝가리 출신 극작가 외된 폰 호르바트(Ödön von Horváth)의 희극 《Hin und her》는 한국어로 《우왕좌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김미란 옮김, 지만지드라마). 두 나라 국경의 다리 위에서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게 된 남자의 이야기이다.[12]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왕좌왕”,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A%B0%EC%99%95%EC%A2%8C%EC%99%95, 확인날짜=2026-09-28.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좌왕우왕”,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2%8C%EC%99%95%EC%9A%B0%EC%99%95, 확인날짜=2026-09-28.
- ↑ 3.0 3.1 3.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右往左往”,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F%B3%E5%BE%80%E5%B7%A6%E5%BE%80, 확인날짜=2026-09-28.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검색 “右往左往”, https://dict.idioms.moe.edu.tw/idiomList.jsp?idiom=%E5%8F%B3%E5%BE%80%E5%B7%A6%E5%BE%80,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 원문 검색,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右往左往”, 확인날짜=2026-09-28.
- ↑ “全羅民擾件에 관한 聽取書”, 《주한일본공사관기록》 1권, 1894년 6월 4일,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 ↑ 진번(秦蕃), 〈理想的 運動競技 排球=빨레뽈〉, 《동광》 제14호,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id/ma_014_0130_0330, 확인날짜=2026-09-28.
- ↑ “中國軍의 嚴戒下에 國際聯盟調査團列車免渡河着 …… 中兵만 右往左往, 雪原에서 不安한 一夜”, 《동아일보》 1929년 12월 17일,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id/npda_1929_12_17_v0001_0100, 확인날짜=2026-09-28.
- ↑ 김준연(金俊淵), “解放後二年間의 政界動向 (中) 右往左往하는 合作派”, 《동아일보》 1947년 8월 17일,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s://db.history.go.kr/id/npda_1947_08_17_x0001_0020, 확인날짜=2026-09-28.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手忙腳亂”,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305, 확인날짜=2026-09-28.
- ↑ 김정곤, “올해의 사자성어 右往左往 교수신문 선정… 2위는 점입가경”, 《한국일보》, 2003년 12월 20일,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200312200047364623, 확인날짜=2026-09-28.
- ↑ 외덴 폰 호르바트 지음, 김미란 옮김, 《우왕좌왕》, 지만지드라마, 2019, 알라딘 도서 정보,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9718528,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