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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멸렬(支離滅裂)은 이리저리 흩어지고 찢기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같은 뜻으로 지리분산(支離分散)이라고도 한다.[2]

조직·군대·계획처럼 하나로 짜여 있어야 할 것이 흩어져 제구실을 못 하는 상태, 또는 말이나 글이 앞뒤가 맞지 않아 종잡을 수 없는 상태를 이른다. “지리멸렬한 논리”, “전선이 지리멸렬해졌다”, “지리멸렬한 공방”처럼 쓰며, 부정적인 평가를 담은 말이다.

일본어에서도 支離滅裂(しりめつれつ)을 같은 뜻으로 널리 쓴다. 중국어에서는 支離滅裂을 성어로 잘 쓰지 않고, 비슷한 뜻으로 지리파쇄(支離破碎)나, 말이나 글에 조리가 없다는 뜻의 잡란무장(雜亂無章)을 쓴다.[3][4]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支 지 가지, 가르다 갈라지다
離 리 떠나다, 떨어지다 떨어져 흩어지다
滅 멸 꺼지다, 없어지다 무너져 없어지다
裂 렬 찢다, 찢어지다 찢어지다

《일본국어대사전》은 ‘支’를 “갈라진다는 뜻”으로 풀이하고,[5]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支離는 따로따로 떨어지는 것, 滅裂은 깨지고 찢어져 형체를 잃는 것”으로 설명한다.[6]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따로 쓰이던 두 말 ‘지리(支離)’와 ‘멸렬(滅裂)’을 이어 붙인 말이다. 두 말은 모두 《장자(莊子)》에 나온다.

  • 支離: 《장자》 〈인간세(人間世)〉에는 몸이 심하게 뒤틀린 ‘지리소(支離疏)’라는 인물이 나온다. 온전하지 못해 병역과 부역을 면하고 제 명을 누렸다는 이야기로, 여기서 支離는 몸이 이리저리 흩어져 제 모양을 갖추지 못한 모습을 나타낸다.[7]
  • 滅裂: 《장자》 〈칙양(則陽)〉에서 장오(長梧)의 봉인(封人)은 자뢰(子牢)에게 “나라를 다스릴 때 거칠게 하지 말고, 백성을 다스릴 때 함부로 하지 말라(君為政焉勿鹵莽,治民焉勿滅裂)”고 하면서, 전에 벼농사를 지을 때 “김매기를 함부로 했더니 그 열매도 함부로 되어 내게 돌아왔다(芸而滅裂之,其實亦滅裂而報予)”고 말한다.[7] 여기서 滅裂은 일을 거칠고 소홀하게 해서 망쳐 놓는 것을 말한다.

네 글자 支離滅裂은 한문 고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 원문, 《승정원일기》, 한국고전종합DB의 고전 원문에서도 0건이다.[8][9][10] 한국고전종합DB 번역문에는 ‘지리멸렬’이 180건 넘게 보이지만, 모두 현대 번역자가 원문의 다른 표현을 옮긴 말이다.

일본어에서는 메이지 시대 문학에서 쓰임이 확인된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쓰보우치 쇼요(坪内逍遙)의 소설 《당세서생기질(當世書生氣質)》(1885~1886)을 들고, 이어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풀베개(草枕)》(1906)에서 “양쪽에 기합이 없으니 이미 그림으로서는 지리멸렬이다(双方に気合がないから、もう画としては、支離滅裂である)”를 든다.[5] 중국어 문헌에서도 20세기 초 일본 소설을 옮긴 《현대일본소설집(現代日本小說集)》(1923) 같은 번역서에서 처음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근대 일본에서 만들어져 한국어와 중국어로 퍼진 말로 보인다.

  • 정신의학에서는 생각과 말의 논리적 연결이 무너져 알아듣기 어려운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지리멸렬(incoherence)’을 쓴다. 조현병의 형식적 사고장애를 다룬 국내 논문에서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DSM-III)이 조현병 진단기준의 하나로 채택한 incoherence를 ‘지리멸렬’로 옮기고, 크레펠린(Emil Kraepelin)이 조발성 치매의 핵심 특징으로 든 사고 연상의 Zerfahrenheit도 ‘지리멸렬’로 적는다.[11]
  • 봉준호 감독이 1994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만든 31분짜리 단편영화의 제목이 《지리멸렬》이다. 〈바퀴벌레〉·〈골목 밖으로〉·〈고통의 밤〉·〈에필로그〉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로, 남몰래 부끄러운 짓을 하는 교수·논설위원·검사가 텔레비전 토론에 나란히 나와 사회 문제를 논하는 모습으로 위선을 풍자했다.[12]
  • 지휘 체계가 무너지자 부대는 순식간에 지리멸렬해졌다.
  • 장애 대응 회의가 담당 부서마다 제 입장만 말하다가 지리멸렬하게 끝났고, 결국 원인 분석은 다음 주로 미뤄졌다.
  • 그의 발표는 주장과 근거가 따로 놀아 지리멸렬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지리분산(支離分散): 지리멸렬과 같은 말.
  • 중국어 지리파쇄(支離破碎): 사물이 흩어지고 부서져 온전한 모양을 이루지 못함. ‘파쇄지리(破碎支離)’라고도 한다.[4]
  • 사분오열(四分五裂): 여러 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짐.
  • 중구난방(衆口難防): 여럿이 마구 떠들어 갈피를 잡을 수 없음.
  • 오합지졸(烏合之卒):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 없이 모인 병졸.
  • 횡설수설(橫說竪說): 조리가 없이 말을 이러쿵저러쿵 지껄임.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리멸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7%80%EB%A6%AC%EB%A9%B8%EB%A0%AC, 확인날짜=2026-09-28.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리분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7%80%EB%A6%AC%EB%B6%84%EC%82%B0, 확인날짜=2026-09-28.
  3.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雜亂無章”,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6771, 확인날짜=2026-09-28.
  4. ↑ 4.0 4.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支離破碎”,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597, 확인날짜=2026-09-28.
  5. ↑ 5.0 5.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支離滅裂”,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4%AF%E9%9B%A2%E6%BB%85%E8%A3%82, 확인날짜=2026-09-28.
  6. ↑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支離滅裂”,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4%AF%E9%9B%A2%E6%BB%85%E8%A3%82, 확인날짜=2026-09-28.
  7. ↑ 7.0 7.1 《장자(莊子)》 〈인간세(人間世)〉, 〈칙양(則陽)〉.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支離滅裂”,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9.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검색 “支離滅裂”, https://sjw.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10.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支離滅裂”,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8.
  11. ↑ 김보미 외, 〈조현병 환자에서 형식적 사고장애의 성별에 따른 차이〉, 《신경정신의학》 54권 3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2015, 291~298쪽, https://doi.org/10.4306/jknpa.2015.54.3.291, 확인날짜=2026-09-28.
  12. ↑ 인디그라운드, “지리멸렬”, https://indieground.kr/indie/movieLibraryView.do?seq=2119&type=D,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