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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합지졸(烏合之卒)은 까마귀가 모인 것처럼 질서 없이 모인 병졸이라는 뜻으로, 임시로 모여 규율도 통솔도 없는 군사나 무리를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오합지중(烏合之衆)’, ‘와합지졸(瓦合之卒)’이라고도 한다.[1]

까마귀 떼는 요란하게 모였다가도 금세 흩어진다. 그처럼 수만 많고 훈련과 조직이 없어 쉽게 무너지는 군대나 집단을 낮추어 이를 때 쓴다. 군대뿐 아니라 손발이 맞지 않는 팀, 구심점 없는 조직을 비판할 때도 널리 쓴다.

한국에서는 ‘오합지졸’이 가장 흔한 형태이지만, 중국어에서는 ‘烏合之眾(wū hé zhī zhòng)’이 표준형이고 ‘烏合之卒’은 그 참고어로 실려 있다.[2] 일본어에서도 ‘烏合の衆(うごうのしゅう)’라고 한다.[3]

《관자》 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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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烏合之眾’의 가장 이른 전거로 《관자(管子)》의 일문(逸文)을 든다. 지금 전하는 《관자》에는 없고, 당나라 마총(馬總)의 《의림(意林)》 권1이 인용한 글로 남아 있다.[2]

烏合之眾,初雖有權,後必相吐,雖善不親也。

“까마귀처럼 모인 무리는 처음에는 서로 맞추어 가더라도 뒤에는 반드시 서로 내뱉으니, 겉으로는 좋아 보여도 친하지 않다.”

《후한서》 경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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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널리 알려진 것은 《후한서》 권19 〈경엄열전(耿弇列傳)〉 덕분이다. 왕망 정권이 무너진 뒤 점쟁이 왕랑(王郞)이 성제의 아들 유자여(劉子輿)를 사칭하며 한단에서 일어나자, 경엄(耿弇)을 따르던 관리 손창(孫倉)·위포(衛包)가 “유자여가 성제의 정통이니 그에게 가자”고 했다. 경엄은 칼자루를 쥐고 이렇게 말했다.[4]

子輿弊賊,卒爲降虜耳。我至長安,與國家陳漁陽、上谷兵馬之用,還出太原、代郡,反復數十日,歸發突騎以轔烏合之眾,如摧枯折腐耳。觀公等不識去就,族滅不久也!

“자여는 보잘것없는 도적이라 끝내 항복한 포로가 될 뿐이다. 내가 장안에 가서 조정에 어양·상곡의 병마를 쓸 방도를 아뢰고, 돌아와 태원·대군으로 나가 수십 일 오가며 돌격 기병을 일으켜 저 까마귀 떼 같은 무리를 짓밟으면, 마른 나무를 꺾고 썩은 나무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대들은 나아가고 물러설 바를 모르니 멸족이 머지않았다.”

손창과 위포는 따르지 않고 왕랑에게 달아나 항복했고, 경엄은 뒤에 광무제 유수(劉秀)의 휘하에 들어가 왕랑을 치는 데 공을 세웠다. 같은 책 권21의 〈비동전(邳彤傳)〉에도 왕랑이 “烏合之眾을 몰아 모아(驅集烏合之眾)” 연나라·조나라 땅을 뒤흔들었다는 말이 나온다.[5]

흔히 경엄전을 이 말의 출전으로 소개하지만, 《성어전》은 그보다 앞선 《관자》 일문을 전거로 든다. 경엄전은 이 말을 널리 알린 대표적인 용례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烏合之卒’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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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衆’ 대신 ‘卒’을 쓴 형태도 중국 문헌에 일찍부터 있다. 《양서(梁書)》 권39 〈양간전(羊侃傳)〉에서 양간은 후경(侯景)의 난 초기에 채석(採石)을 막고 수춘(壽春)을 치면 후경이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해 “오합지중은 저절로 무너질 것(烏合之衆,自然瓦解)”이라고 했고, 뒤에 도성을 에워싼 후경이 보낸 부사철(傅士哲)에게는 “이제 까마귀 떼 같은 군졸을 몰아 왕성 아래까지 이르렀으니(今驅烏合之卒,至王城之下)” 신하로서 어찌 이럴 수 있느냐고 꾸짖었다.[6] 《자치통감》 권76에도 위나라 장수들이 진태(陳泰)에게 “장군은 오합지졸로 패군의 뒤를 잇는다(將軍以烏合之卒,繼敗軍之後)”고 만류한 대목이 있다.[7]

한국에서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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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최치원(崔致遠)은 당나라에서 황소의 무리를 물리친 것을 축하하는 글에서 “역적 황소가 감히 오합지중을 몰아 여러 번 용맹한 군대에 맞섰다(敢驅烏合之衆,屢拒鷹揚之師)”고 썼다.[8]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烏合之卒’ 19건, ‘烏合之衆’ 17건이 있다. ‘烏合之卒’의 가장 이른 예는 1510년 제주 목사 장임의 치계로, 공노비를 군사로 뽑아 두 번 진법을 익혔으나 “오합지졸이라 호령을 알지 못하니 매우 걱정스럽다(烏合之卒,罔知號令,至爲可慮)”고 했다.[9]

임진왜란 때 이 말을 가장 자주 쓴 사람은 유성룡(柳成龍)이다. 그는 여러 차자에서 조선군이 훈련 없이 급히 모은 오합지졸이라 번번이 무너진다고 거듭 지적했고,[10] 《징비록》에서는 신립(申砬)과 이일(李鎰)이 조령의 험한 지형을 버리고 “오합지졸과 훈련되지 않은 병사로(乃以烏合之卒不鍊之兵)” 평지에서 싸웠으니 패한 것이 당연하다고 평했다.[11]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烏 오 까마귀 까마귀
合 합 합하다, 모이다 모이다
之 지 ~의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卒 졸 군사, 마치다 병졸
  • 역할 분담과 지휘 체계 없이 모인 사고 대응팀은 오합지졸이 되기 쉽다.
  • 이름난 선수만 모아 놓았지만 조직력이 없어 오합지졸이라는 평을 들었다.
  • 일본에서도 일찍부터 쓰였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스가와라노 미치자네(菅原道真)의 《간케 문초(菅家文草)》(900년경) 〈서재기(書斎記)〉의 “烏合之衆에 이르러서는 그 물건의 쓰임을 알지 못한다(至于烏合之衆,不知其物之用)”를 첫 용례로 든다.[3]
  •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봉(Gustave Le Bon)의 《군중심리(Psychologie des foules)》(1895)는 중국어 번역본에서 대개 《오합지중(乌合之众)》이라는 제목으로 나온다.[12]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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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합지중(烏合之衆): 같은 뜻. 중국어의 표준형.
  • 와합지졸(瓦合之卒): 급히 끌어모아 합쳤으나 가지런하지 않은 무리. 《한서》 〈역이기전(酈食其傳)〉에서 역이기가 유방에게 “족하께서는 와합지졸을 일으키고 흩어진 군사를 거두었으나 만 명이 안 된다(足下起瓦合之卒,收散亂之兵,不滿萬人)”고 한 데서 나왔다.[13]
  • 오집지중(烏集之衆): 까마귀처럼 모인 무리. 《삼국지》 〈우번전(虞翻傳)〉 등에 보인다.[2]
  • 일반산사(一盤散沙): 한 쟁반의 흩어진 모래. 《성어전》은 오합지중이 ‘임시로 긁어모은 무리’에, 일반산사는 ‘마음이 흩어진 구성원’에 초점이 있다고 구별한다.[2]
  • 반대 의미: 정예(精銳), 일사불란(一絲不亂).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오합지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8%A4%ED%95%A9%EC%A7%80%EC%A1%B8,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烏合之眾”,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892, 확인날짜=2026-09-27.
  3.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烏合の衆”,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83%8F%E5%90%88%E3%81%AE%E8%A1%86, 확인날짜=2026-09-27.
  4. ↑ 범엽, 《후한서(後漢書)》 권19 〈경엄열전(耿弇列傳)〉.
  5. ↑ 범엽, 《후한서》 권21 〈비동전(邳彤傳)〉, “又卜者王郎,假名因勢,驅集烏合之眾,遂震燕、趙之地”.
  6. ↑ 요사렴, 《양서(梁書)》 권39 〈양간열전(羊侃列傳)〉.
  7. ↑ 사마광, 《자치통감(資治通鑑)》 권76.
  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최치원,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 권6 〈하살황소적도장(賀殺黃巢賊徒狀)〉,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01A_0070_010_0020, 확인날짜=2026-09-27.
  9.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12권, 중종 5년 9월 16일 기사(己巳)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0509016_004, 확인날짜=2026-09-27.
  10.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유성룡, 《서애집(西厓集)》 권5 〈진시무차(陳時務箚)〉 임진 11월,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24A_0050_010_0020, 확인날짜=2026-09-27.
  11. ↑ 유성룡, 《징비록(懲毖錄)》 〈녹후잡기(錄後雜記)〉.
  12. ↑ 참고: “乌合之众”, 더우반 도서(豆瓣读书), https://book.douban.com/subject/26416883/, 확인날짜=2026-09-27.
  13.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瓦合之卒”,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1715,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