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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불란(一絲不亂)은 한 오리의 실도 엉키지 않는다는 뜻으로, 질서가 정연하여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군대의 행진이나 단체 행동처럼 많은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모습, 또는 일의 순서와 체계가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두고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용례도 “사관생도들의 행진, 그것은 일사불란의 움직임이었다”이다.[1] 주로 ‘일사불란하게’, ‘일사불란한’처럼 부사어·관형어로 쓰인다.

같은 네 글자는 중국 명말·청대 문헌에서도 쓰였지만, 지금 중국어에서는 일을 빈틈없이 꼼꼼하게 한다는 뜻의 ‘一絲不苟(일사불구)’가 훨씬 널리 쓰인다. 일본어에서는 네 글자 성어보다 ‘一糸乱れず(いっしみだれず)’라는 풀어 쓴 형태로 쓴다(아래 다른 언어의 표현).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一 일 하나 한, 하나의
絲 사 실 실 한 오리. 아주 작은 것의 비유
不 불 아니다 아니하다
亂 란 어지럽다 엉키다, 흐트러지다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글자 뜻 그대로 “실 한 가닥도 어지럽지 않다”는 묘사가 굳은 말이다. 선진·한·당 문헌에서는 이 네 글자가 확인되지 않고, 명말·청대 문헌에서 여러 번 보인다.

  • 명말청초의 왕부지(王夫之)는 사(詞) 작품에서 “백 번 꺾여도 새것 같고, 한 오리도 어지럽지 않다(百折如新,一絲不亂)”라고 읊었다.[2]
  • 청나라 이광지(李光地)의 《용촌어록(榕村語錄)》 권2에는 성인의 뜻을 하늘에 견주며 “만고천추에 온갖 형상과 빛깔이 한 오리도 어지럽지 않다(萬古千秋,形形色色,一絲不亂)”라고 한 대목이 있다.[3]
  • 《홍루몽(紅樓夢)》의 초기 필사본에 붙은 지연재(脂硯齋)의 평어(評語)에는 “一絲不亂”이 거듭 나온다. 인물의 동선과 사건의 앞뒤가 치밀하게 맞물려 있다고 감탄할 때 쓴 말이다.[4]
  • 청말·민국 시기 소설에서는 머리카락이나 옷매무새가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頭髮一絲不亂), 집안일이 가지런히 처리된 모습(井井有條,一絲不亂)을 묘사하는 데 흔히 쓰였다.[5]

중국 문헌에서의 쓰임은 “순서와 짜임새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머리 모양이 가지런하다”처럼 사물이나 글의 정연함을 가리키는 것이 중심이다. 여러 사람이 줄지어 있는 모습에 쓴 예도 있어, 루쉰(魯迅)이 1903년에 옮긴 쥘 베른의 소설 《월계여행(月界旅行)》에는 회의장에 앉은 회원들을 “정예병이 진을 친 듯 가지런하여 한 오리도 어지럽지 않다(如精兵布陣一般,井井有條,一絲不亂)”고 묘사한 대목이 있다.[6]

조선 후기 화가 조영석(趙榮祏)은 정선(鄭敾)의 화첩에 붙인 발문에서 “우리나라에서 산수를 그리는 이들은 윤곽과 배치, 열여섯 가지 준법(皴法), 온갖 물줄기가 굽이쳐도 한 오리도 어지럽지 않아야 한다는 설을 아는 사람이 없다(萬流曲折一絲不亂之說,未有能知之者)”라고 썼다.[7] 그림의 필획과 구도가 정연하다는 뜻으로, 중국 문헌의 쓰임과 같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一絲不亂’이 나오지 않는다. 국역문에서는 1733년 정언 안상휘(安相徽)의 상소를 옮기면서 “비록 일사불란(一絲不亂)한 것 같으나”라고 했는데, 원문은 “雖若同條共貫(비록 같은 조리로 한 줄에 꿴 듯하나)”이다.[8] 번역자가 뜻을 살려 요즘 말로 옮긴 것이다.

다른 언어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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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어: 네 글자 ‘一丝不乱(yī sī bù luàn)’도 쓰이지만,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이 말을 따로 표제어로 두지 않고 ‘一絲不苟’만 올린다. 《성어전》은 一絲不苟를 “일을 성실하게 하여 조금도 대충하지 않음”으로 풀고, 《주례》 〈지관 대사도〉의 ‘不苟’에서 나왔을 것으로 본다.[9] 한국어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는 중국어에서 ‘整齐划一’, ‘井然有序’ 같은 표현에 가깝다.
  • 일본어: ‘一糸乱れず(いっしみだれず)’라고 하며,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은 “질서가 바르고 정연한 모양”으로 풀고 나쓰메 소세키의 《생각나는 것들(思ひ出す事など)》(1910~1911)을 초출로 든다.[10]
  • ‘일사분란’으로 잘못 적는 경우가 많다. 어수선하고 소란스럽다는 뜻의 ‘분란(紛亂)’과 소리가 비슷해서 생기는 혼동이며, ‘아닐 불(不)’을 쓴 ‘일사불란’이 맞다. 표준 발음은 [일싸불란]이다.[1][11]
  • 한국어의 일사불란은 ‘질서 정연함’, 중국어의 一絲不苟는 ‘꼼꼼함’에 중심이 있다. 한자가 한 글자만 다르지만 뜻이 다르므로 중국어로 옮길 때 주의한다.
  • 장애 대응 훈련에서 각 팀이 역할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서비스 전환을 20분 만에 마쳤다.
  •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의 손끝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활을 켰다.
  • 행사장에 모인 수천 명의 관중이 일사불란하게 카드 섹션을 펼쳤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정연(整然): 가지런하고 질서가 있음.
  • 질서정연(秩序整然): 질서가 바르고 가지런함.
  • 일사천리(一瀉千里): 일이 거침없이 빨리 진행됨. ‘일사’의 한자가 다르다(瀉, 쏟다).
  • 일사불구(一絲不苟): 조금도 대충하지 않음. 중국어에서 주로 쓴다.[9]
  • 반대 의미: 오합지졸(烏合之卒), 지리멸렬(支離滅裂).
  1.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일사불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C%EC%82%AC%EB%B6%88%EB%9E%80, 확인날짜=2026-09-28.
  2. ↑ 왕부지(王夫之), 《강재시문집(薑齋詩文集)》 〈고도초집(鼓棹初集)〉.
  3. ↑ 이광지(李光地), 《용촌어록(榕村語錄)》 권2.
  4. ↑ 조설근(曹雪芹), 《지연재중평석두기(脂硯齋重評石頭記)》 제2·18·21·23회 평어.
  5. ↑ 《난화몽(蘭花夢)》 제54·55회; 위수인(魏秀仁), 《화월흔(花月痕)》 제11·21회.
  6. ↑ 쥘 베른, 루쉰(魯迅) 역, 《월계여행(月界旅行)》 제2회, 1903.
  7. ↑ 조영석(趙榮祏), 〈구학첩발(丘壑帖跋)〉, 《관아재고(觀我齋稿)》 권3,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1006A_0030_020_0050, 확인날짜=2026-09-28.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34권, 영조 9년 4월 14일 을축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0904014_001, 확인날짜=2026-09-28.
  9. ↑ 9.0 9.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一絲不苟”,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36, 확인날짜=2026-09-28.
  10.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一糸乱れず”,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8%80%E7%B3%B8%E4%B9%B1%E3%82%8C%E3%81%9A, 확인날짜=2026-09-28.
  11. ↑ 김형택, “‘일사분란’이 아니라 ‘일사불란’입니다”, 한국편집기자협회, https://www.edit.or.kr/news/articleView.html?idxno=10900,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