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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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一瀉千里)는 강물이 한 번 흘러 천 리를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거침없이 빨리 진행되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구 ‘千里瀉吳會’에 뿌리를 두고, 남송 때 네 글자로 굳었다.
회의, 협상, 법안 처리, 공사처럼 막힘 없이 순식간에 끝나는 일을 두고 쓴다. ‘일사천리로 진행하다’, ‘일사천리로 쏟아 놓다’처럼 주로 ‘일사천리로’의 꼴로 쓴다.[1] 발음은 [일싸철리]이다.
원래는 큰 강물이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모양을 가리켰고, 이어서 막힘없는 문장이나 말솜씨를 비유했다. 중국어(一泻千里, yī xiè qiān lǐ)와 일본어(一瀉千里, いっしゃせんり)에서도 쓰지만, 중국어에서는 주가나 사기가 ‘끝없이 곤두박질친다’는 뜻으로도 쓰는 점이 한국어와 다르다(아래 ‘뜻의 변화’).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이백의 〈종제인 선주 장사 소에게 주다(贈從弟宣州長史昭)〉를 어원(語本)으로 든다.[2]
淮南望江南,千里碧山對。
我行倦過之,半落青天外。
宗英佐雄郡,水陸相控帶。
長川豁中流,千里瀉吳會。
君心亦如此,包納無小大。
“회남에서 강남을 바라보니 천 리 푸른 산이 마주하네. …… 집안의 뛰어난 인물이 큰 고을을 도와, 물과 뭍이 서로 이어져 있네. 긴 강이 한가운데를 가르며 흘러 천 리를 오회(吳會)로 쏟아져 내리니, 그대의 마음도 이와 같아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않고 다 품는구나.”
장강이 막힘없이 천 리를 흘러내리는 모습을 사촌 동생의 넓은 도량에 견준 구절이다. 《성어전》은 이 ‘千里瀉吳會’가 일사천리의 전거로 여겨진다고 설명한다.[2]
네 글자 형태는 남송의 진량(陳亮)에게서 보인다. 진량은 신기질(辛棄疾)에게 보낸 편지에서 “장강과 황하가 한 번 쏟아져 천 리를 가는 것은 크게 괴이하게 여길 것이 못 된다(長江大河,一瀉千里,不足多怪也)”고 썼다.[2][4] 효종에게 올린 상서에서도 “장강과 황하가 한 번 쏟아져 천 리를 가듯(長江大河一瀉千里)” 비상한 인재를 얻으면 천하를 쓸어 평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했다.[5]
명나라 풍몽룡(馮夢龍)의 《경세통언(警世通言)》 권3 〈왕안석삼난소학사(王安石三難蘇學士)〉에는 소식이 돌아갈 때 “물살을 타고 일사천리로 내려가니 참으로 순조로웠다(回時乘著水勢,一瀉千里,好不順溜)”는 대목이 있어, 물길을 따라 빠르게 나아간다는 원래의 뜻을 보여 준다.[2] 명·청 시대에는 문장의 기세를 평하는 말로도 자주 쓰였다. 명나라 왕세정(王世貞)은 《예원치언(藝苑卮言)》에서 방효유(方孝孺)의 문장을 “세차게 흐르는 물처럼 도도하게 한 번 쏟아져 천 리를 간다(如奔流滔滔,一瀉千里)”고 했고, 청나라 조익(趙翼)은 《구북시화(甌北詩話)》에서 소식의 시를 “붓을 놓아 뜻대로 써서 일사천리이나 그다지 다듬지 않았다(坡詩放筆快意,一瀉千里,不甚鍛煉)”고 평했다.[2]
청나라 황육홍(黃六鴻)의 관리 지침서 《복혜전서(福惠全書)》 권29에도 “엄연한 협곡 속 가벼운 배가 잠깐 사이에 한 번 쏟아져 천 리를 간다(儼然峽裡輕舟,片刻一瀉而千里)”는 구절이 있다.[6] 나무위키 등에는 일사천리가 이 《복혜전서》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보이지만, 《복혜전서》는 17세기 말의 책이고 네 글자 형태는 이미 12세기 진량의 글에 나온다. 《성어전》도 어원을 이백의 시로 든다.[2]
처음에는 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양을 그린 말이었고, 송·명·청 시대에는 막힘없는 문장과 말솜씨를 평하는 말로 많이 쓰였다. 《성어전》은 오늘날 중국어의 뜻을 셋으로 나눈다.[2]
- 물이 곧게 흘러내려 막힘없이 빠르다.
- 문장이 유창하고 기세가 호방하다.
- 빠르게 떨어지며 멈추지 않는다. 예: “주가 지수가 일사천리로 떨어졌다(股市指數一瀉千里)”.
한국어에서는 일이 거침없이 빨리 진행된다는 뜻이 중심이다.[1] 중국어의 셋째 뜻처럼 무언가가 끝없이 떨어진다는 뜻으로는 잘 쓰지 않으므로, 중국어 기사를 옮길 때 ‘주가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식으로 옮기면 뜻이 뒤집힌다. 일본어에서는 물의 흐름, 일의 빠른 진척, 막힘없는 문장·말솜씨를 뜻한다.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은 도쿠토미 소호(徳富蘇峰)의 《장래의 일본(将来之日本)》(1886)을 일의 진척을 뜻하는 용례의 초출로 든다.[7]
- 이견이 없었던 안건은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 배포 파이프라인을 자동화한 뒤로는 빌드부터 운영 반영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 그는 준비해 온 이야기를 일사천리로 쏟아 놓았다.
- 1990년대 중반 포스데이타(현 포스코DX)는 윈도용 워드프로세서를 ‘일사천리’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1995년에는 이 프로그램으로 만든 문서·엽서·클립아트 공모전을 전국 규모로 열기도 했다.[10]
- 일기가성(一氣呵成): 한 번에 기세 좋게 해치움. 일본어 사전이 비슷한 말로 든다.
- 파죽지세(破竹之勢): 대를 쪼개는 것처럼 거침없이 나아가는 기세.
- 청산유수(靑山流水): 막힘없이 썩 잘하는 말을 비유하는 말. 말솜씨를 두고 쓸 때 일사천리와 뜻이 통한다.
- 필한여류(筆翰如流): 붓놀림이 물 흐르듯 거침없음. 《성어전》이 근의어로 든다.[2]
- 중국어에서 셋째 뜻(급락)과 비슷한 말: 일락천장(一落千丈). 《성어전》은 일락천장이 떨어진 정도가 깊음에, 일사천리가 계속 떨어짐에 무게가 있다고 구분한다.[2]
- 반대 의미: 지지부진(遲遲不進), 중국어의 부요직상(扶搖直上, 곧장 치솟음).[2]
- ↑ 1.0 1.1 1.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일사천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D%BC%EC%82%AC%EC%B2%9C%EB%A6%AC, 확인날짜=2026-09-28.
- ↑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一瀉千里”,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83, 확인날짜=2026-09-28.
- ↑ 이백(李白), 〈증종제선주장사소(贈從弟宣州長史昭)〉, 《전당시(全唐詩)》 권171. 첫 구의 ‘南’은 판본에 따라 ‘北’, 둘째 구의 ‘倦’은 ‘盡’으로 되어 있다.
- ↑ 진량(陳亮), 〈여신유안전찬(與辛幼安殿撰)〉, 《용천집(龍川集)》 권21.
- ↑ 진량(陳亮), 《용천집(龍川集)》 권1.
- ↑ 《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 닛포니카)》, “一瀉千里”,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8%80%E7%80%89%E5%8D%83%E9%87%8C, 확인날짜=2026-09-28.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 “一瀉千里”,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8%80%E7%80%89%E5%8D%83%E9%87%8C, 확인날짜=2026-09-28.
- ↑ 신흠(申欽), 〈체소집서(體素集序)〉, 《상촌고(象村稿)》,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86A_0260_010_0240, 확인날짜=2026-09-28.
- ↑ 이민구(李敏求), 〈서애유선생문집서(西厓柳先生文集序)〉, 《동주집(東州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337A_0350_010_0040, 확인날짜=2026-09-28.
- ↑ “포스데이타, 우수문서등 공모전 개최”, 《전자신문》, 1995년 5월 12일, https://m.etnews.com/199505120065,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