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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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遲遲不進)은 매우 더디어서 일 따위가 잘 나아가지 않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계획했던 일, 협상, 공사, 수사, 개혁 따위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질질 끌리는 상황을 말한다. 주로 “지지부진하다”, “지지부진한 협상”, “수사가 지지부진하다”처럼 쓰며, 진행이 늦은 데 대한 답답함이나 비판이 담긴다. 반대로 거침없이 빨리 진행되는 모습은 일사천리(一瀉千里)라고 한다.
‘遲遲’는 느릿느릿한 모양이고 ‘不進’은 나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네 글자의 뜻이 그대로 합쳐진 말이며,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遲遲’는 《시경(詩經)》에서부터 걸음이 느린 모양을 그리는 말로 쓰였다. 네 글자 형태는 이 ‘遲遲’를 풀이한 옛 주석에서 먼저 보인다.
- 당나라 때 다섯 학자가 단 《문선(文選)》 주석(오신주) 가운데 장선(張銑)은 반표(班彪)의 〈북정부(北征賦)〉 구절 “곁말이 느릿느릿 이곳을 지난다(騑遲遲以歷茲)”를 풀며 “내가 옛 도읍 장안을 떠나는데 수레의 곁말은 어찌 이리 느릿느릿 나아가지 않는가(車之騑馬何復遲遲不進)”라고 했다.[2]
- 남송 주희(朱熹)는 《시경》 〈패풍(邶風)·곡풍(谷風)〉의 “길을 가는 걸음이 느릿느릿하다(行道遲遲)”를 “내가 버림받아 길을 가는데 느릿느릿 나아가지 않는 것은, 발은 앞으로 가려 하나 마음이 차마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다(言我之被棄,行於道路,遲遲不進,蓋其足欲前而心有所不忍)”라고 풀었다.[3]
두 예 모두 실제로 발걸음이 느린 모습을 가리킨다. 송대 역사 평론에서는 후한 초 등우(鄧禹)가 광무제의 진격 명령에도 “고집스레 앞의 뜻을 지켜 느릿느릿 나아가지 않았다(禹固執前意,遲遲不進)”고 하여, 군대나 사람이 일부러 움직이지 않는 모양을 가리키는 데도 쓰였다.[4]
- 중국어에서도 迟迟不进(chíchí bú jìn)이라는 구절은 옛 주석서에서 현대 문장까지 쓰이며, 오늘날에는 “迟迟不进场(좀처럼 현장에 들어오지 않다)”처럼 ‘~하지 않고 미적거리다’는 뜻의 구절로 자주 보인다. 다만 대만 교육부 《성어전》 같은 성어 사전에는 표제어로 없고,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는 뜻으로는 停滯不前(tíngzhì bù qián)이 더 흔하다. 나무위키 등에는 “중국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보이지만, 구절 자체는 중국어 문헌에서 쓰인다.
- 일본어에서는 “遅々として進まない(지지토시테 스스마나이)”라는 표현을 쓴다. 遅遅는 “일의 진행이 느린 모양”을 뜻한다.[7]
- 레거시 시스템의 클라우드 이전 사업이 예산 문제로 1년째 지지부진하다.
- 보안 패치 적용이 지지부진한 사이 같은 취약점을 노린 공격이 잇따랐다.
- 노사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양측은 외부 조정을 받기로 했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지지부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7%80%EC%A7%80%EB%B6%80%EC%A7%84, 확인날짜=2026-10-10.
- ↑ 《육신주문선(六臣註文選)》 권9, 반표(班彪) 〈북정부(北征賦)〉 장선(張銑) 주.
- ↑ 주희(朱熹), 《시집전(詩集傳)》 권2 〈패풍·곡풍〉.
- ↑ 《역대명현확론(歷代名賢確論)》 권4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35권, 연산 5년 11월 23일 기묘 5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ja_10511023_005, 확인날짜=2026-10-10.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검색, “지지부진”(국역)·“遲遲不進”(원문),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0.
-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遅遅”,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81%85%E9%81%85, 확인날짜=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