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지종
더 많은 작업
자초지종(自初至終)은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어떤 일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끝났는지, 그 사정의 전말을 가리킨다.
“자초지종을 묻다”, “자초지종을 털어놓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처럼 일의 경위를 따질 때 흔히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같은 뜻의 말로 자두지미(自頭至尾)·자초지말(自初至末)·전후수말(前後首末)·전후시말(前後始末)·종두지미(從頭至尾)를 든다.[1][2]
글자 그대로는 ‘처음부터 끝까지’라는 부사적인 말인데, 한국어에서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다”처럼 명사로 굳어 ‘일의 경위’라는 뜻으로 주로 쓴다. 옛 한문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처럼 부사로 쓰는 일이 많았다.
현대 중국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자시지종(自始至終)이나 종두지미(從頭至尾)를 주로 쓴다.[3][4] 일본어에서는 ‘일의 경위’라는 뜻으로 이치부시주(一部始終)를 쓴다.[5]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글자 뜻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를 나타내는 한문 표현이다. 다만 네 글자 自初至終은 중국 문헌에 일찍부터 보이며, 그중 잘 알려진 것이 후한 말 동탁(董卓)이 황제를 바꾸게 된 계기를 전하는 대목이다.
《삼국지(三國志)》 권6 〈위서 동탁전(董卓傳)〉에 배송지(裴松之)가 주석으로 인용한 《헌제기(獻帝紀)》에 따르면, 189년 환관들에게 붙들려 궁 밖으로 끌려 나갔던 열네 살의 소제(少帝)와 아홉 살 난 동생 진류왕(陳留王) 유협(劉協)을 동탁이 북망(北芒)에서 맞았다. 동탁이 소제와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말이 통하지 않자 진류왕에게 난리가 일어난 까닭을 물었다.
卓與帝語,語不可了。乃更與陳留王語,問禍亂由起;王荅,自初至終,無所遺失。卓大喜,乃有廢立意。
“동탁이 황제와 이야기했으나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에 다시 진류왕과 이야기하며 난리가 일어난 까닭을 물으니, 왕은 처음부터 끝까지 빠뜨린 것 없이 대답했다. 동탁은 크게 기뻐하였고, 이때부터 황제를 폐하고 새로 세울 뜻을 품었다.”
이 일이 있은 뒤 동탁은 소제를 폐하고 진류왕을 황제로 세웠으니, 이가 후한의 마지막 황제 헌제(獻帝)이다. 같은 이야기가 《자치통감(資治通鑑)》 권59에도 거의 같은 글로 실렸고,[7] 소설 《삼국연의(三國演義)》 제3회에서는 “진류왕이 말로 동탁을 달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실언이 없었다(陳留王以言撫慰董卓,自初至終,並無失語)”로 바뀌었다.[8]
이 밖에도 自初至終은 송나라 황정견(黃庭堅)이 쓴 어느 선비의 묘지명에서, 그가 《춘추좌씨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외워 보였다는 대목(自初至終不繆一字) 등 여러 문헌에 두루 쓰였다.[9]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自初至終은 31건 보인다.[10] 가장 이른 것은 1515년 사헌부의 보고로, 연산군 때 쓰던 놋그릇과 구리쇠가 공조에서 사라진 사건을 조사하면서 장인 도숙손(都叔孫)이 일곱 차례 형신을 받는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自初至終)” 놋그릇은 전 공조 낭관 남포(南褒)가 직접 가져간 것이 아니라 남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적었다.[11] 1547년 조강에서 내린 전교에는 “중종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종을 조금도 달리 대하지 않으셨다(中宗自初至終,少無間於仁宗)”라는 말이 있다.[12]
문집에서도 흔하다. 유희춘(柳希春)은 《미암집》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손님처럼 공경하여 “정과 사랑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같이 35년이었다(情愛自初至終如一日。凡三十五年)”고 적었다.[13] 이처럼 옛 한문에서는 대개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라는 부사로 쓰였고, 지금처럼 ‘일의 경위’를 뜻하는 명사로 쓰는 것은 한국어에서 굳은 쓰임이다.
나무위키 등에는 ‘자초지종’이 중국어에서는 쓰지 않는 표현이라는 설명이 보이지만, 自初至終은 앞에서 본 《삼국지》 주석과 《자치통감》, 《삼국연의》 등 중국 문헌에 쓰인 말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自始至終을 더 많이 쓸 뿐이다.
- 그는 사고가 난 경위를 자초지종 설명했다.
- 보안 사고가 나면 먼저 로그를 시간순으로 모아 침입의 자초지종을 재구성해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다.
- 자초지종도 모르고 화부터 내면 오해만 깊어진다.
-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자초지종”,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E%90%EC%B4%88%EC%A7%80%EC%A2%85, 확인날짜=2026-09-28.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자초지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E%90%EC%B4%88%EC%A7%80%EB%A7%90, 확인날짜=2026-09-28.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自始至終”,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9987, 확인날짜=2026-09-28.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從頭至尾”,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0327, 확인날짜=2026-09-28.
-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一部始終”,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4%B8%80%E9%83%A8%E5%A7%8B%E7%B5%82, 확인날짜=2026-09-28.
- ↑ 진수(陳壽), 《삼국지(三國志)》 권6 〈위서(魏書) 동탁전(董卓傳)〉 배송지 주 인용 《헌제기(獻帝紀)》.
- ↑ 사마광(司馬光), 《자치통감(資治通鑑)》 권59 〈한기(漢紀) 51〉.
- ↑ 나관중(羅貫中), 《삼국연의(三國演義)》 제3회.
- ↑ 황정견(黃庭堅), 《예장황선생문집(豫章黃先生文集)》 권23.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自初至終”,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22권, 중종 10년 6월 18일 계유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1006018_001, 확인날짜=2026-09-28.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명종실록》 6권, 명종 2년 10월 11일 무오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ma_10210011_002, 확인날짜=2026-09-28.
- ↑ 유희춘(柳希春), 〈십훈(十訓)〉, 《미암집(眉巖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