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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우환(識字憂患)은 글자를 아는 것이 오히려 근심을 부른다는 뜻으로, 학식이 있는 탓에 도리어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어설프게 아는 것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너무 많이 알아서 오히려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에 쓴다. 우리 속담 ‘아는 것이 병’, ‘모르는 게 약’과 뜻이 통한다. 자신의 처지를 자조하거나, 섣부른 지식으로 문제를 키운 사람을 꼬집을 때 두루 쓴다.

북송의 소식(蘇軾)이 서예가 석창서(石蒼舒)에게 지어 준 시 〈석창서취묵당(石蒼舒醉墨堂)〉의 첫 구절 “인생은 글자를 알면서부터 우환이 시작된다(人生識字憂患始)”에서 나왔다.[2] 석창서는 자가 재미(才美)이고 경조(京兆) 사람으로, 행서와 초서를 잘 써서 초서의 경지를 얻었다는 평을 들었다. ‘취묵당’은 그가 지은 집의 이름이다.[3]

人生識字憂患始,姓名粗記可以休。
何用草書誇神速,開卷戃怳令人愁。
我嘗好之每自笑,君有此病何年瘳!
自言其中有至樂,適意無異逍遙遊。
近者作堂名醉墨,如飲美酒消百憂。
……
我書意造本無法,點畫信手煩推求。
胡為議論獨見假,隻字片紙皆藏收。

“사람의 한평생은 글자를 알면서 우환이 시작되니, 제 이름이나 대강 쓸 줄 알면 그만두어도 좋으리. 초서를 귀신같이 빨리 쓴다 자랑해 무엇 하리, 펼쳐 보면 어른어른하여 사람을 근심스럽게 할 뿐. 나도 일찍이 이것을 좋아해 늘 스스로 웃었거늘, 그대의 이 병은 언제나 나으려나. 그대는 그 속에 지극한 즐거움이 있어 마음 맞기가 소요유와 다름없다 하고, 요즘 집을 지어 ‘취묵(醉墨)’이라 이름하니 좋은 술을 마셔 온갖 근심을 녹이는 듯하다네. …… 내 글씨는 뜻대로 지어 본디 법도가 없고 점획도 손 가는 대로라 따져 보기 번거로운데, 어찌하여 그대만은 좋게 보아 한 글자, 한 조각 종이까지 모두 거두어 간직하는가.”

첫 구절은 글과 글씨에 빠진 벗을 ‘병’에 빗대어 놀리는 농담조의 말이다. 소식 자신도 글씨를 좋아하는 같은 병을 앓고 있다고 웃으며, 서예를 향한 석창서의 열정을 기리는 시이다. 이 첫 구절이 따로 떨어져 “글을 알면 걱정이 생긴다”는 경구로 널리 쓰였고, 한국에서는 이를 네 글자로 줄여 ‘식자우환’이라 하게 되었다.

잘못 알려진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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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의 서서(徐庶) 이야기에서 나온 말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 조조가 서서를 끌어들이려고 그 어머니의 글씨를 흉내 낸 가짜 편지를 보내 서서를 불러들였고, 이를 안 어머니가 “여자가 글자를 안 것이 우환의 근원(女子識字憂患)”이라고 한탄하며 목숨을 끊었다는 줄거리이다. 그러나 《삼국지연의》 원문을 보면 제36회에 정욱(程昱)이 서서 어머니의 필적을 얻어 흉내 낸 가짜 편지(倣其字體,詐修家書)로 서서를 불러들인 이야기는 있지만, 제37회에서 서서 어머니는 아들이 “가짜 편지 한 장만 믿고(今憑一紙偽書)” 어진 주인을 버리고 왔다고 크게 꾸짖은 뒤 스스로 목을 맬 뿐이다. 글자를 안 것을 한탄하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4] 이 이야기는 식자우환의 뜻을 설명하려고 덧붙인 예화가 출전처럼 퍼진 것으로 보인다.[5]

한국에서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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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인들도 소식의 이 구절을 자주 인용했다. 정경세(鄭經世)는 편지에서 “소동파의 ‘인생식자우환시, 성명조기가이휴’라는 구절을 두고 일찍이 그 뜻이 넓지 못하다고 비웃었는데, 이제 세상의 변고를 두루 겪고 나서야 시인이 격해서 한 말을 쉽게 깔볼 수 없음을 알았다”고 썼다.[6] 장유(張維)는 벗의 시에 차운하며 “글자를 아는 것은 우환의 시작이니, 애써 무엇 하랴(識字憂患始,何用自辛勤)”라고 읊었다.[7]

‘始’를 떼고 네 글자로 쓴 예는 조선 후기부터 보인다. 정상리(鄭象履)는 편지에서 “참으로 이른바 식자우환이다(眞所謂識字憂患矣)”라고 했고,[8] 김택영(金澤榮)이 1920년에 쓴 〈자지(自誌)〉에는, 그가 편찬한 책의 서양 종교 비판 대목에 서양인이 항의해 벼슬을 내놓게 된 일을 두고 “식자우환이란 김택영을 두고 한 말인가(識字憂患,金澤榮之謂乎)”라는 말이 나온다.[9]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원문에는 ‘識字憂患’이 없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識 식 알다 알다
字 자 글자 글자, 글
憂 우 근심하다 근심
患 환 근심, 재앙 걱정거리
  • 보안 공지를 반쯤 읽고 설정을 바꿨다가 서비스를 멈추게 했으니 식자우환이 따로 없다.
  • 병에 대해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볼수록 불안만 커지니 식자우환이다.
  • 루쉰(魯迅)은 소설 〈가오 선생(高老夫子)〉에서 거울만 들여다보던 주인공이 역사 교과서를 뒤적이다 “참으로 이른바 ‘인생식자우환시’라, 세상일에 불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眞所謂「人生識字憂患始」)”고 비꼬았다.[10] 또 1935년에 발표한 잡문 〈인생식자호도시(人生識字糊塗始)〉는 “중국의 성어에는 ‘인생식자우환시’만 있을 뿐이고, 이 구절은 내가 뒤집어 만든 것”이라는 말로 시작한다.[11]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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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는 것이 병, 모르는 게 약: 뜻이 통하는 우리 속담.
  • 인생식자우환시(人生識字憂患始): 식자우환의 원래 구절.
  • 반대 의미: 아는 것이 힘, 박학다식(博學多識).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식자우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B%9D%EC%9E%90%EC%9A%B0%ED%99%98, 확인날짜=2026-09-27.
  2. ↑ 소식, 《동파전집(東坡全集)》 권2 〈석창서취묵당(石蒼舒醉墨堂)〉.
  3. ↑ 《동파시집주(東坡詩集註)》 권28 〈석창서취묵당〉 주(注).
  4. ↑ 나관중,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제36회·제37회.
  5. ↑ 참고: 박철효, “삼국지 고사성어 38부 식자우환(識字憂患)”, 인터넷조은뉴스, 2018-11-29, https://www.egn.kr/news/articleView.html?idxno=113174, 확인날짜=2026-09-27.
  6.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경세, 《우복집(愚伏集)》 권13 〈답병산문회(答屛山文會)〉,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79A_0130_010_0040, 확인날짜=2026-09-27.
  7.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장유, 《계곡집(谿谷集)》 권25 〈차운답박대관학사…(次韻答朴大觀學士…)〉,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333A_0260_010_0650, 확인날짜=2026-09-27.
  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정상리, 《제암집(制庵集)》 권4 〈상임하이공서(上林下李公書)〉,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1171A_0050_020_0090, 확인날짜=2026-09-27.
  9.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김택영, 《소호당집(韶濩堂集)》 문집정본 권15 〈자지(自誌) 경신〉,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658A_0220_010_0030, 확인날짜=2026-09-27.
  10. ↑ 루쉰, 〈가오 선생(高老夫子)〉, 《방황(彷徨)》.
  11. ↑ 루쉰, 〈인생식자호도시(人生識字糊塗始)〉(1935), 《차개정잡문 이집(且介亭雜文二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