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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실색(啞然失色)은 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놀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아연(啞然)’은 너무 놀라거나 어이가 없어서 입을 딱 벌리고 말을 못 하는 모양이고,[2] ‘실색(失色)’은 놀라서 얼굴빛을 잃는 것이다. 곧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릴 만큼 놀란 모습이다. 두려움보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마주했을 때의 충격에 무게가 있어서, “그 발언에 모두 아연실색했다”처럼 기가 막히는 상황에 자주 쓴다.

중국어에서도 ‘啞然失色’이라는 말이 있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이를 ‘è rán shī sè’로 읽고 “놀라서 말도 못 하고 얼굴빛도 변함”으로 풀이한다.[3] 다만 중국어에서는 ‘대경실색(大驚失色)’이나 ‘愕然失色’이 훨씬 흔하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啞 아 벙어리, (웃음)소리 말문이 막히다
然 연 그러하다, ~한 모양 ~한 모양
失 실 잃다 잃다
色 색 빛, 얼굴빛 얼굴빛

특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놀람을 나타내는 ‘아연’과 ‘실색’을 이어 붙인 묘사어이다.

네 글자로 쓴 드문 예가 명나라의 우스개 이야기에 보인다. 청나라 초 《고금도서집성(古今圖書集成)》이 명나라 강영과(江盈科)의 《설도소설(雪濤小說)》에서 인용한 이야기이다.

楚人有生而不識薑者,曰:「此從樹上結成。」或曰:「從土裡生成。」其人固執己見,曰:「請與子,以十人為質,以所乘驢為賭。」已而遍問十人,皆曰:「土裡出也。」其人啞然失色曰:「驢則付汝,薑還樹生。」

“초나라에 나면서부터 생강을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이것은 나무에 열린다’고 하자 어떤 이가 ‘흙 속에서 난다’고 했다. 그 사람은 제 생각을 고집하며 ‘열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내가 탄 나귀를 걸자’고 했다. 이윽고 열 사람에게 두루 물었더니 모두 ‘흙 속에서 난다’고 했다. 그 사람은 아연실색하여 말했다. ‘나귀는 너에게 주겠다. 그래도 생강은 나무에서 난다.’”[4] 내기에 지고도 고집을 꺾지 않는 사람을 비웃는 이야기로, 놀라 말문이 막힌 모습을 아연실색으로 그렸다.

《성어전》은 청나라 말 이보가(李寶嘉)의 소설 《문명소사(文明小史)》 제51회에서, 배 위에서 요홍생(饒鴻生)에게 모자를 벗고 공손히 인사하던 외국인이 통역에게 몇 마디를 듣고는 “아연실색하여 앞으로 걸어갔다(啞然失色的走到前面)”는 장면을 용례로 든다.[3]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원문에는 ‘啞然失色’이 나오지 않으며,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서도 찾아지지 않는다.[5] 그런데 한국고전종합DB의 고전 번역문에서는 ‘아연실색’이 55건 검색된다.[6] 원문의 다른 표현을 옮기면서 번역자가 고른 말로, 지금 한국어에서 이 성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쓰이는지를 보여 준다.

혼동 주의: ‘啞然’의 두 뜻

편집 원본 편집

‘啞然’은 한문에서 원래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했다. 중국의 《국어사전》은 ‘啞然’을 è rán으로 읽을 때 「1」 웃음소리, 「2」 놀라서 한동안 말을 못 하는 모양으로 풀이하고, 첫째 뜻의 예로 《열자(列子)》 〈주목왕(周穆王)〉의 “함께 가던 사람들이 깔깔 크게 웃었다(同行者啞然大笑)”를, 둘째 뜻의 예로 청나라 포송령(蒲松齡)의 《요재지이(聊齋志異)》 〈양대홍(楊大洪)〉의 “어렵게 얻은 것이라 놀라며 아까워했다(啞然驚惜)”를 든다.[7]

그래서 한문의 ‘啞然失笑’는 놀란 것이 아니라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는 뜻이다. 조선 문헌에서도 “사람을 어이없이 웃게 만든다(令人啞然失笑)”처럼 쓴 예가 있다.[8] 반면 한국어의 부사 ‘아연’과 아연실색은 놀람의 뜻으로만 쓴다.[2] 일본어의 ‘唖然(あぜん)’도 지금은 “뜻밖의 일에 놀라 어이가 없어 말도 못 하는 모양”을 뜻하지만,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이 첫 용례로 드는 번역 소설 《화류춘화(花柳春話)》(1878~79)의 “다빌은 아연히 크게 웃으며 말했다(ダービル唖然と大笑して曰く)”는 아직 웃음의 뜻이다.[9]

  • 해킹 피해를 보고받은 경영진은 공격자가 반년 넘게 내부망에 머물렀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했다.
  • 믿었던 친구의 거짓말이 드러나자 그는 아연실색했다.
  • 수천만 원짜리 그림이 가짜로 밝혀지자 소장자는 아연실색하였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대경실색(大驚失色): 몹시 놀라 얼굴빛이 하얗게 질림.
  • 경악실색(驚愕失色): 깜짝 놀라 얼굴빛이 창백해짐.[10]
  • 혼비백산(魂飛魄散): 혼백이 흩어질 만큼 몹시 놀람.
  • 망연자실(茫然自失): 멍하니 정신을 잃음.[11]
  • 중국어 목정구태(目瞪口呆):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짐.[12]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아연실색”,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5%84%EC%97%B0%EC%8B%A4%EC%83%89, 확인날짜=2026-09-28.
  2. ↑ 2.0 2.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아연”(啞然),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5%84%EC%97%B0, 확인날짜=2026-09-28.
  3. ↑ 3.0 3.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啞然失色”(참고어),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5863, 확인날짜=2026-09-28.
  4. ↑ 《흠정고금도서집성(欽定古今圖書集成)》 〈방여휘편(方輿彙編) 곤여전(坤輿典)〉 권5, 강영과(江盈科) 《설도소설(雪濤小說)》 인용.
  5.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啞然失色”, https://sillok.history.go.kr/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검색 “啞然失色”, https://sjw.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6.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번역서 검색 “아연실색”,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8.
  7. ↑ 《한전(漢典)》, “哑然”(《국어사전(國語辭典)》 수록 풀이), https://www.zdic.net/hans/%E5%93%91%E7%84%B6, 확인날짜=2026-09-28.
  8. ↑ 김민택(金民澤), 《죽헌집(竹軒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자료ID ITKC_MO_0985A_0060_010_0010,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985A_0060_010_0010, 확인날짜=2026-09-28.
  9.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唖然”,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4%96%E7%84%B6, 확인날짜=2026-09-28.
  10.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경악실색”,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2%BD%EC%95%85%EC%8B%A4%EC%83%89, 확인날짜=2026-09-28.
  1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망연자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7%9D%EC%97%B0%EC%9E%90%EC%8B%A4, 확인날짜=2026-09-28.
  12.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目瞪口呆”,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86,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