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중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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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중모색(暗中摸索)은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는 뜻으로, 어림짐작으로 무엇을 알아내려 하거나 드러나지 않게 일의 실마리나 해결책을 찾으려 애쓰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암색(暗索)’이라고도 한다.[1]
표준국어대사전은 세 가지 뜻을 싣는다. 「1」 물건 따위를 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음, 「2」 어림으로 무엇을 알아내거나 찾아내려 함, 「3」 은밀한 가운데 일의 실마리나 해결책을 찾아내려 함이다.[2]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주로 「2」·「3」의 뜻으로 쓰며,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방법을 찾는 물밑 움직임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중국어에서도 ‘暗中摸索(àn zhōng mō suǒ)’라고 하며, 가르쳐 주는 사람 없이 스스로 탐색하고 연구한다는 뜻으로 쓴다.[3] 일본어에서는 ‘摸’ 대신 ‘模’를 써서 ‘暗中模索(あんちゅうもさく)’로 적는 것이 보통이다.[4]
당나라 유속(劉餗)의 《수당가화(隋唐嘉話)》에 실린 허경종(許敬宗) 이야기에서 나왔다. 《성어전》과 《일본국어대사전》은 권중(卷中)으로 적는다(판본에 따라 편차가 다르다).[3]
許敬宗性輕傲,見人多忘之。或謂其不聰,曰:「卿自難記,若遇何、劉、沈、謝,暗中摸索著,亦可識。」
“허경종은 성품이 경박하고 오만하여 사람을 만나도 잘 잊었다. 어떤 이가 그가 총명하지 못하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원래 기억하기 어려운 사람이라서 그렇다. 하(何)·유(劉)·심(沈)·사(謝) 같은 이들이라면 어둠 속에서 더듬기만 해도 알아볼 것이다.’”[5]
허경종은 당 태종·고종 때의 재상이다. 자기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상대가 변변치 못해서이고, 이름난 문인이라면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도 알아본다는 오만한 대꾸이다. 곧 원래의 ‘암중모색’은 ‘더듬어 찾아 헤맨다’가 아니라 ‘보지 않고 더듬기만 해도 알아볼 만큼 뛰어나다’는 말이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책에 실리면서 글자가 조금씩 다르다.
- 《유빈객가화록(劉賓客嘉話錄)》에는 끝이 “亦可識之”로 되어 있다.[6] 《성어전》도 이 형태로 인용한다.[3]
- 《태평광기(太平廣記)》 권249는 《국조잡기(國朝雜記)》를 출처로 들어 “何劉沈謝”로 적고, 권265는 《국사찬이(國史纂異)》를 출처로 들어 “曹劉沈謝”로 적는다.[7] 조선의 이식(李植)도 이 이야기를 인용하며 “曹,劉,沈,謝”라고 썼다.[8]
- 소식(蘇軾)의 《동파지림(東坡志林)》에는 같은 말을 남조의 서릉(徐陵)이 한 것으로 적은 대목이 있다. “서릉은 잘 잊어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는데, 사람들이 이를 탓하자 ‘그대들이 원래 기억하기 어려운 것이다. 조·유·심·사 같은 무리라면 어둠 속에서 더듬어도 알아볼 것이다(若曹、劉、沈、謝輩,暗中摸索,亦合認得)’라고 했다.”[9] 북송 말의 황조영(黃朝英)은 《정강상소잡기(靖康緗素雜記)》 권8에서 두 기록을 나란히 들고, 何·劉·沈·謝는 《양서》에 이름이 오른 하손(何遜)·유효작(劉孝綽)과 심약(沈約)·사조(謝朓)를 가리키며 두보도 “何劉沈謝力未工”이라 썼다고 했다. 그리고 서릉은 남조 사람인데 소식이 어느 책에서 이 말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며, 허경종을 서릉으로, 何·劉를 曹·劉로 바꾸어 뒤섞은 것을 보면 소식의 글이 아닐 것이라고 보았다.[10]
본래는 ‘어둠 속에서 더듬기만 해도 알아볼 수 있다’는, 명성이 뚜렷하다는 뜻이었다. 조선 숙종 때 조태억(趙泰億)이 탄핵 대상자가 새로 지은 큰 집을 두고 “사람들이 다 보는 큰 길가의 저택이니, 어둠 속에서 더듬어도 그 화려함을 알 수 있다(雖使暗中摸索,亦可知其宏麗)”고 한 것은 이 본래 뜻을 그대로 살린 예이다.[11]
뒤에는 글자 그대로 ‘어둠 속에서 더듬어 찾는다’는 뜻, 나아가 ‘확실한 근거 없이 짐작으로 찾는다’는 뜻으로 넓어졌다. 《성어전》은 청나라 소설 《유림외사(儒林外史)》 제7회에서 “暗中摸索”을 ‘누구의 답안인지 모르는 채 채점했는데 이미 1등으로 뽑혀 있었다’는 장면에 쓴 것을 든다.[3] 조선에서도 남구만(南九萬)이 하룻밤에 답안 수천 장을 채점하면 결국 “암중모색이 될 것(終必爲暗中摸索)”이라며 초시를 반드시 두자고 한 것처럼, 근거 없이 어림으로 하는 일을 가리키는 쓰임이 보인다.[12]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남모르게 방법을 찾는다’는 뜻이 중심이 되었다. 일본어의 ‘暗中模索’은 ‘손에 잡히는 단서 없이 이것저것 더듬어 본다’는 뜻이 중심이며, 《일본국어대사전》은 시마무라 호게쓰(島村抱月)의 《사로잡힌 문예(囚はれたる文芸)》(1906)의 “闇中摸索”을 첫 용례로 든다.[4]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暗 | 암 | 어둡다 | 어둠 |
| 中 | 중 | 가운데 | 속 |
| 摸 | 모 | 더듬다, 본뜨다 | 손으로 더듬다 |
| 索 | 색 | 찾다 / (삭) 동아줄 | 찾다 |
‘索’은 ‘찾다’의 뜻일 때 ‘색’으로 읽는다. 일본식 표기 ‘暗中模索’의 ‘模’는 ‘본뜨다’가 기본 뜻이지만 ‘摸’와 통용된다.
- 원인을 알 수 없는 간헐적 장애 앞에서 운영팀은 로그 한 줄 한 줄을 뒤지며 암중모색을 거듭했다.
- 양측은 공식 회담이 끊긴 뒤에도 물밑에서 타협안을 암중모색하고 있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암중모색”,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5%94%EC%A4%91%EB%AA%A8%EC%83%89, 확인날짜=2026-09-27.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암중모색” 뜻풀이 전체(word_no=457972),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View.do?word_no=457972, 확인날짜=2026-09-27.
- ↑ 3.0 3.1 3.2 3.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暗中摸索”,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324, 확인날짜=2026-09-27.
- ↑ 4.0 4.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暗中模索”,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A%97%E4%B8%AD%E6%A8%A1%E7%B4%A2, 확인날짜=2026-09-27.
- ↑ 유속, 《수당가화(隋唐嘉話)》.
- ↑ 위현, 《유빈객가화록(劉賓客嘉話錄)》.
- ↑ 이방 등, 《태평광기(太平廣記)》 권249·권265.
- ↑ 8.0 8.1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식, 《택당집(澤堂集)》 권9 〈선전관제명록서(宣傳官題名錄序)〉,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326A_0100_010_0100, 확인날짜=2026-09-27.
- ↑ 소식, 《동파지림(東坡志林)》 〈기서릉어(記徐陵語)〉.
- ↑ 황조영, 《정강상소잡기(靖康緗素雜記)》 권8 〈모색(摸索)〉.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보궐정오》 41권, 숙종 31년 3월 10일 갑진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sb_13103010_001,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남구만, 《약천집(藥泉集)》 권33 〈답최여화(答崔汝和) 기묘 5월 10일〉,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396A_0330_010_0040,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자, 《음애집(陰崖集)》 권1 〈미우(微雨)〉,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111A_0030_050_026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