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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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무형(有形無形)은 모양이 있는 것과 없는 것, 곧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아울러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유형(有形)’과 ‘무형(無形)’을 나란히 놓은 말이다. 네 글자로 이어 쓴 예는 한대(漢代) 의서에서 이미 보인다. 《황제내경》 〈영추(靈樞)〉의 〈사기장부병형(邪氣藏府病形)〉 편은 바른 기운의 사기(正邪)가 사람에게 들 때의 모습을 이렇게 적는다.[4]
正邪之中人也微,先見於色,不知於身,若有若無,若亡若存,有形無形,莫知其情。
정사(正邪)가 사람에게 들 때는 미미하여 먼저 얼굴빛에 드러나고 몸으로는 느끼지 못하니,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진 듯 남아 있는 듯하여, 형체가 있는지 없는지 그 실정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말샘의 둘째 뜻인 ‘형체가 있는지 없는지 분명하지 아니함’에 가까운 쓰임이다.
뒤에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아우르는 뜻으로 철학·불교 문헌에 자주 나온다. 《주역》 〈계사전 상〉의 “是故知幽明之故(그러므로 어둡고 밝은 것의 까닭을 안다)”에 대해 한강백(韓康伯)의 주는 “幽明者,有形無形之象(어둡고 밝음이란 형체가 있고 없음의 모습이다)”이라고 풀었다.[5] 구마라집이 번역한 《묘법연화경》 〈수희공덕품(隨喜功德品)〉도 온갖 중생을 “有形、無形、有想、無想”으로 열거한다.[6]
한국에서는 고려 말 이색(李穡)이 〈엄곡기(嚴谷記)〉에서 화엄의 원교(圓敎)를 설명하며 “有性無性,有形無形”을 썼고,[7] 이이(李珥)는 〈김시습전(金時習傳)〉에서 김시습이 세상의 온갖 일부터 “性命理氣、陰陽幽顯、有形無形”에 이르기까지 모두 글로 풀어냈다고 적었다.[8] 일본어에서는 《일본국어대사전》이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의 《문명론지개략(文明論之概略)》(1875)을 첫 용례로 든다.[3]
사자성어 목록 가운데에는 이 말의 출전을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의 우리말 번역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나무위키 등), 위에서 보듯 ‘有形無形’은 한대 의서와 경전 주석에 이미 있던 말이다. 신경 번역은 오래된 한자어를 빌려 쓴 예이다(아래 여담).
- 오픈 소스 커뮤니티는 이 프로젝트에 코드 기여부터 홍보까지 유형무형의 도움을 주었다.
- 보안 사고는 과징금 같은 직접 손실 말고도 신뢰 하락이라는 유형무형의 피해를 남긴다.
- 그는 은사에게서 받은 유형무형의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았다.
- 한국 천주교 미사의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은 “전능하신 아버지,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로 시작한다.[9] 라틴어 “visibilium omnium et invisibilium(보이는 모든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옮긴 대목으로, 일상에서 이 말을 가장 자주 소리 내어 읽는 자리라 할 수 있다. 신약 《골로새서》 1장 16절의 같은 대목도 1919년 중국어 문리 화합본(文理和合譯本) 성경에서 “在天在地、有形無形”으로 옮겼다.[10]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1781년(정조 5년) 경연에서 주돈이의 ‘무극(無極)’을 풀이하며 “有形無形之別”을 논한 대목에 한 번 나온다.[11]
- 유형(有形) ↔ 무형(無形): 형체가 있음과 없음.
- 물심양면(物心兩面): 물질과 정신의 두 방면.
- 형이상(形而上)·형이하(形而下): 형체가 없는 것과 형체가 있는 것.
- 허무맹랑(虛無孟浪): 터무니없이 거짓되고 실속이 없음. ‘무형’과 달리 실체가 없다는 비판의 말이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유형무형”,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C%A0%ED%98%95%EB%AC%B4%ED%98%95, 확인날짜=2026-10-12. 뜻풀이 「1」.
- ↑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유형무형”,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C%9C%A0%ED%98%95%EB%AC%B4%ED%98%95, 확인날짜=2026-10-12.
- ↑ 3.0 3.1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有形無形”,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C%89%E5%BD%A2%E7%84%A1%E5%BD%A2, 확인날짜=2026-10-12.
- ↑ 《황제내경(黃帝內經)》 〈영추(靈樞)〉 〈사기장부병형(邪氣藏府病形)〉.
- ↑ 《주역정의(周易正義)》 〈계사전 상(繫辭傳上)〉 한강백 주.
- ↑ 구마라집(鳩摩羅什) 역,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권6 〈수희공덕품(隨喜功德品)〉.
- ↑ 이색(李穡), 〈엄곡기(嚴谷記)〉, 《목은고(牧隱藁)》,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20A_0480_010_0150, 확인날짜=2026-10-12.
- ↑ 이이(李珥), 〈김시습전(金時習傳)〉, 《율곡전서(栗谷全書)》,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01A_0150_050_0020, 확인날짜=2026-10-12.
-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미사 통상문〉, https://missa.cbck.or.kr/ordomissae, 확인날짜=2026-10-12.
- ↑ 《성경 문리화합역본(聖經 文理和合譯本)》, 1919, 〈골로새서(歌羅西書)〉 1:1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 11권, 정조 5년 3월 18일 신묘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va_10503018_002, 확인날짜=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