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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맹랑(虛無孟浪)은 터무니없이 거짓되고 실속이 없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허무맹랑하다’의 어근으로 올리고, ‘허무맹랑하다’를 “터무니없이 거짓되고 실속이 없다”로 풀이한다.[1]

근거가 전혀 없는 소문, 실현될 수 없는 계획,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깎아내릴 때 쓴다. “허무맹랑한 소문”, “허무맹랑한 이야기”, “허무맹랑한 꿈을 꾸다”처럼 주로 ‘허무맹랑한’ 꼴로 명사를 꾸민다.[1] 뜻이 가까운 황당무계(荒唐無稽)가 ‘말이나 행동이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음’에 무게를 둔다면, 허무맹랑은 거짓되고 ‘속이 비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이 네 글자를 성어로 쓰지 않는다. 한문 문헌에서는 조선 후기 기록에 주로 보이고, 오늘날에는 한국어에서만 흔히 쓰는 말이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虛 허 비다 속이 비어 실속이 없음
無 무 없다 없음
孟 맹 맏, 처음 (孟浪) 종잡을 수 없이 허황함
浪 랑 물결, 함부로 (孟浪) 종잡을 수 없이 허황함

‘허무(虛無)’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빔”을,[2] ‘맹랑(孟浪)’은 두 글자가 합쳐서 ‘종잡을 수 없고 허황하다’는 뜻을 이룬다. 孟과 浪을 한 글자씩 풀어서는 뜻이 나오지 않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어의 ‘맹랑하다’에는 「1」 생각하던 바와 달리 허망하다, 「2」 하는 짓이 만만히 볼 수 없을 만큼 똘똘하고 깜찍하다, 「3」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고 묘하다는 세 뜻이 있다. 허무맹랑의 ‘맹랑’은 이 가운데 「1」과 통하며, 《장자》 이래의 옛 뜻을 잇는다.[3]

孟浪과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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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맹랑’은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온다. 구작자(瞿鵲子)가 장오자(長梧子)에게 성인의 경지를 설명한 공자의 말을 전하면서 이렇게 묻는 대목이다.[4]

夫子以爲孟浪之言,而我以爲妙道之行也。吾子以爲奚若?

[4]

“선생(공자)께서는 허황한 말이라고 여기셨지만, 저는 오묘한 도를 행하는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본국어대사전》은 孟浪을 “뚜렷한 데가 없이 되는대로임, 종잡을 수 없음, 나아가 근거 없는 언설”로 풀이하고 이 대목을 출전으로 든다.[5]

네 글자 虛無孟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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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글자가 붙은 형태는 명나라 승려 감산 덕청(憨山德淸, 1546~1623)의 《노자도덕경해(老子道德經解)》에 보인다. 《노자》 제4장을 풀이한 뒤, 노자가 말하는 도의 오묘함은 모두 자기 가슴속에서 체득한 경지를 말한 것이므로 자신도 사람의 공부에 비추어 풀었다고 하며 이렇게 덧붙였다.[6]

字字皆有指歸,庶不肖虛無孟浪之談也。

[6]

“글자마다 모두 가리키는 바가 있으니, 허무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와는 같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서 ‘허무(虛無)’는 도가의 허무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알맹이 없이 공허한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조선 후기의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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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과 같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는 뜻은 조선 후기 기록에서 뚜렷하다. 《승정원일기》에서는 9건이 보이는데, 가장 이른 것은 1706년(숙종 32) 유득일(兪得一)의 상소이다. 그는 이혜주(李惠疇)에게서 뇌물을 받았다는 대간의 탄핵을 반박하며 “이제 와서 어찌 허무맹랑함을 모르겠는가(到今豈不知虛無孟浪也)”라고 했다.[7] 이후 영조·정조 대의 기록에도 모함이나 뜬소문을 두고 이 말이 되풀이해 나온다. 1791년(정조 15) 12월의 한 공초에는 천주교를 버린 척하면서 몰래 계속 믿는다는 소문을 두고 “세상에 어찌 이처럼 허무맹랑하고 근거 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말이 있겠는가(世間豈有如此虛無孟浪無據不測之說乎)”라는 대목이 있다.[8] 정조의 문집 《홍재전서》 권152에 실린 황주 살옥 판결에도 보이며,[9] 정종로(鄭宗魯)는 1799년의 편지에서 《대학》의 ‘자기를 속임(自欺)’을 풀며 선을 행한다 해도 마음에 털끝만큼이라도 참되지 않은 곳이 있으면 “하나의 허무맹랑한 사람이 되고 만다(坐成一虛無孟浪人)”고 했다.[10]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虛無孟浪이 없지만 국역문에는 ‘허무맹랑’이 37건 보인다.[11] 번역자들이 원문의 다른 표현을 이 익숙한 말로 옮긴 것이므로, 국역문의 용례를 조선 시대의 쓰임으로 볼 수는 없다.

  • 외계인이 피라미드를 지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퍼졌다.
  • “비밀번호 없이 모든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광고는 대개 악성 프로그램을 퍼뜨리려는 미끼이다.
  • 처음에는 허무맹랑해 보이던 계획이 꾸준한 노력 끝에 현실이 되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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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당무계(荒唐無稽):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음.
  • 허황(虛荒): 헛되고 황당하여 미덥지 못함(‘허황하다’의 어근).
  • 공중누각(空中樓閣): 공중에 떠 있는 누각이라는 뜻으로, 아무런 근거나 토대가 없는 사물이나 생각.
  •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이라는 뜻으로,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여 오래 견디지 못할 일이나 물건.
  • 유언비어(流言蜚語): 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허무맹랑하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7%88%EB%AC%B4%EB%A7%B9%EB%9E%91%ED%95%98%EB%8B%A4, 확인날짜=2026-09-30.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허무”,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7%88%EB%AC%B4, 확인날짜=2026-09-30.
  3.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맹랑하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A7%B9%EB%9E%91%ED%95%98%EB%8B%A4, 확인날짜=2026-09-30.
  4. ↑ 4.0 4.1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5.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孟浪”,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AD%9F%E6%B5%AA, 확인날짜=2026-09-30.
  6. ↑ 6.0 6.1 감산 덕청(憨山德淸), 《노자도덕경해(老子道德經解)》 상편, 제4장 주.
  7.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숙종 32년 4월 28일 을묘, https://sjw.history.go.kr/id/SJW-D32040280-01500, 확인날짜=2026-09-30.
  8.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정조 15년 12월 7일, https://sjw.history.go.kr/id/SJW-G15120070-01600, 확인날짜=2026-09-30.
  9. ↑ 정조(正祖), 《홍재전서(弘齋全書)》 권152,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10. ↑ 정종로(鄭宗魯), 〈답황맹경(答黃孟耕)〉(1799), 《입재집(立齋集)》 권13,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30.
  11.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검색 “허무맹랑”(국역)·“虛無孟浪”(원문),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