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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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수공권(赤手空拳)은 맨손과 맨주먹이라는 뜻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음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척수공권(隻手空拳)’이라고도 한다.[1]
‘적수(赤手)’는 아무것도 끼거나 감지 않은 맨손,[2] ‘공권(空拳)’은 빈 주먹이다. 같은 뜻의 두 말을 겹쳐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을 강조한다. 글자 그대로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을 가리키기도 하고, 재산이나 배경, 기댈 곳 없이 오로지 제 힘만으로 일을 시작하는 처지를 비유하기도 한다. 한국어에서는 “적수공권으로 상경해 사업을 일으켰다”처럼 비유의 뜻으로 많이 쓴다.
중국어 ‘赤手空拳(chìshǒu kōngquán)’도 두 뜻을 모두 가진다. 《성어전》은 비슷한 말인 수무촌철(手無寸鐵)이 싸울 때 무기가 없음만 가리키는 데 비해 적수공권은 아무 기댈 것이 없는 모든 상황에 쓸 수 있어 쓰임이 더 넓다고 구별한다.[3] 일본어에서는 ‘赤手空拳(せきしゅくうけん)’을 ‘赤手’를 강조한 말로 보며, 도수공권(徒手空拳)과 같은 말로 풀이한다.[4]
《성어전》은 적수공권이 따로 쓰이던 두 말 ‘赤手’와 ‘空拳’이 합쳐진 것이라고 설명한다.[3]
‘공권’은 일찍 한나라 환관(桓寬)의 《염철론(鹽鐵論)》 〈논용(論勇)〉에 보인다. 어사대부 쪽이 무기의 중요성을 말하며 “전제(專諸)라도 빈 주먹이었다면 사로잡힘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使專諸空拳,不免於為禽)”라고 했다. 전제는 생선 배 속에 비수를 숨겨 오왕 요(僚)를 찔러 죽인 춘추 시대 오나라의 자객이다.[5]
‘적수’는 북송 소식(蘇軾)의 시 〈송범순수수경주(送范純粹守慶州)〉의 “그해의 늙은 사군은 맨손으로 범을 항복시켰다(當年老使君,赤手降於菟)”는 구절에 보인다. ‘늙은 사군’은 서하(西夏)를 막으러 섬서를 다스렸던 범중엄(范仲淹)이고, ‘於菟(오도)’는 범을 가리키는 말이다.[3] 《일본국어대사전》은 赤手의 ‘赤’을 ‘드러나다, 벌거벗다’의 뜻으로 풀이한다.[6] 赤貧(적빈)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몹시 가난함’을 뜻하는 것과 같은 쓰임이다.
네 글자로 쓴 이른 예는 선종 문헌에 있다. 금나라 말에서 원나라 초에 걸쳐 활동한 만송 행수(萬松行秀)가 1220년대에 완성한 공안집 《종용록(從容錄)》 제34칙의 시중(示衆)은 “빈손 맨주먹으로 천변만화한다. 비록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만든다지만, 거짓을 참인 양 꾸미는 것을 어찌하랴(赤手空拳,千變萬化。雖是將無作有,奈何弄假像真)”로 시작한다.[7] 《성어전》이 드는 서증은 원나라 백박(白樸)의 잡극 《동장기(東牆記)》 설자(楔子)의 “나는 지금 빈손 맨주먹에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我如今赤手空拳百事無)”부터 시작하며, 《서유기》 제2회와 《삼협오의》 제90회의 용례가 이어진다.[3]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赤手空拳이 나오지 않는다. 문집에서는 숙종 때의 오도일(吳道一)이 영동·영서 고을들의 진휼을 두고 올린 장계에서, 곡식을 살 밑천이 없는 고을들의 형편을 “적수공권이어서 손쓸 곳이 없다(無非赤手空拳,無所容措)”고 썼다.[8] 사직 상소에서도 돈을 주조해 진휼 밑천으로 나누어 주자고 청하며 “적수공권으로 백성이 죽는 것을 서서 보기만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豈不愈於赤手空拳,立視其死)”라고 했다.[9] 흉년에 구휼할 밑천이 없는 관청의 처지를 말한 것으로, 오늘날의 ‘가진 것 없이’라는 비유와 같은 쓰임이다.
일본에서는 《일본국어대사전》이 야노 류케이(矢野龍渓)의 소설 《부성물어(浮城物語)》(1890)의 “적수공권을 가지고 도쿄로 향한들 나의 앞길을 어찌하랴”를 첫 용례로 드는데, 이 대목에서 赤手空拳에 ‘가라테(カラテ)’라는 읽기를 달아 놓았다.[4] 다만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자료에서는 1878년에 나온 한문 숙어 모음 《문인필휴 회중아자편(文人必携懐中雅字便)》에 이미 이 말이 실려 있다.[10]
나무위키 등에는 갓 태어난 아기의 손이 붉은 데서 ‘赤手’라는 말이 나왔다는 설명이 보이지만, 사전에서 赤手는 단순히 ‘맨손’, 곧 아무것도 쥐지 않은 손을 뜻하며 赤은 ‘드러나다, 아무것도 없다’의 뜻으로 풀이된다. 이 말이 처음 보이는 소식의 시도 맨손으로 범을 굴복시켰다는 뜻이다.
- 투자도 인맥도 없이 적수공권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십 년 만에 업계 선두가 되었다.
- 그는 적수공권으로 상경해 시장 좌판에서부터 장사를 배웠다.
- 경찰관은 흉기를 든 범인을 적수공권으로 제압했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적수공권”,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1%EC%88%98%EA%B3%B5%EA%B6%8C, 확인날짜=2026-10-03.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적수”,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1%EC%88%98, 확인날짜=2026-10-03.
- ↑ 3.0 3.1 3.2 3.3 3.4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赤手空拳”,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61, 확인날짜=2026-10-03.
- ↑ 4.0 4.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赤手空拳”,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B5%A4%E6%89%8B%E7%A9%BA%E6%8B%B3, 확인날짜=2026-10-03.
- ↑ 환관, 《염철론(鹽鐵論)》 〈논용(論勇)〉.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赤手”,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B5%A4%E6%89%8B, 확인날짜=2026-10-03.
- ↑ 만송 행수 평창, 《만송노인평창천동각화상송고종용암록(萬松老人評唱天童覺和尚頌古從容庵錄)》 권3 제34칙(대정신수대장경 T2004).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오도일, 《서파집(西坡集)》 〈청주전급공명첩분급사장(請鑄錢及空名帖分給事狀)〉,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423A_0160_030_0050, 확인날짜=2026-10-03.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오도일, 《서파집》 〈사직겸진소회소(辭職兼陳所懷疏)〉,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423A_0110_010_0100, 확인날짜=2026-10-03.
- ↑ 宇高三蔵 편, 《文人必携懐中雅字便》, 1878,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891725, 확인날짜=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