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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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切齒腐心)은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임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서 진(秦)나라에 가족을 잃은 번오기(樊於期)가 원한을 토로한 말에서 나왔다.
원래는 원수나 원통한 일에 대한 사무친 분노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패배나 실패를 겪은 뒤 분한 마음을 다잡아 재기를 준비한다는 뜻으로 더 자주 쓰여, “절치부심 끝에 정상을 되찾았다”처럼 분발과 설욕의 의미가 강하다.
‘부심(腐心)’은 근심과 걱정으로 마음이 썩는다는 뜻이다.[2]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절치부심’을 ‘극도로 원한에 사무침’으로 풀면서, ‘腐’를 ‘拊(어루만지다, 치다)’와 통하는 글자로 보아 ‘가슴을 친다’고 푸는 설과 ‘원한이 극에 달해 마음이 부서진다’고 푸는 설을 함께 싣고 있다.[3][4]
《사기》 권86 〈자객열전〉의 형가(荊軻) 부분에 나온다.[5] 연(燕)나라 태자 단(丹)은 진왕 정(政, 뒷날의 진시황)을 죽이려고 형가를 자객으로 보내기로 했다. 형가는 진왕에게 다가가려면 진왕이 큰 상금을 걸고 쫓는 망명 장수 번오기의 머리와 연나라 독항(督亢)의 지도를 바쳐야 한다고 했지만, 태자는 자기를 믿고 온 사람을 차마 해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형가는 몰래 번오기를 찾아갔다.
荊軻知太子不忍,乃遂私見樊於期曰:「秦之遇將軍可謂深矣,父母宗族皆爲戮沒。今聞購將軍首金千斤,邑萬家,將柰何?」於期仰天太息流涕曰:「於期毎念之,常痛於骨髓,顧計不知所出耳!」荊軻曰:「今有一言可以解燕國之患,報將軍之仇者,何如?」於期乃前曰:「爲之柰何?」荊軻曰:「願得將軍之首以獻秦王,秦王必喜而見臣,臣左手把其袖,右手揕其匈,然則將軍之仇報而燕見陵之愧除矣。將軍豈有意乎?」樊於期偏袒搤捥而進曰:「此臣之日夜切齒腐心也,乃今得聞教!」遂自剄。
“진나라가 장군을 대한 것은 참으로 가혹했습니다. 부모와 일족이 모두 죽임을 당했고, 이제 장군의 머리에 황금 천 근과 만 호의 식읍을 걸었다고 하니 어찌하시렵니까?” 번오기는 하늘을 우러러 크게 한숨 쉬며 눈물을 흘렸다.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뼛속까지 사무치지만, 어찌해야 할지 계책이 서지 않을 뿐입니다.” “지금 한마디로 연나라의 근심을 풀고 장군의 원수를 갚을 방법이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장군의 머리를 얻어 진왕에게 바치면 진왕은 반드시 기뻐하며 저를 만날 것입니다. 그때 왼손으로 그의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 가슴을 찌르면, 장군의 원수도 갚고 연나라가 당한 치욕도 씻을 수 있습니다.” 번오기는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팔을 움켜쥔 채 다가서며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밤낮으로 이를 갈고 속을 썩이던 일입니다. 이제야 가르침을 듣습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목을 찔렀다.[5]
형가는 번오기의 머리와 지도를 들고 진나라에 들어가 진왕을 찔렀으나 실패하고 죽임을 당했다. 이 이야기는 “바람은 쓸쓸하고 역수는 차갑구나, 장사는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風蕭蕭兮易水寒,壯士一去兮不復還)”라는 형가의 노래와 함께 널리 알려졌다.[5]
《사기》의 ‘절치부심’은 가족을 몰살당한 사람이 원수를 향해 품은 분노였고, 조선 문헌에서도 대개 원수나 적에 대한 사무친 분노를 말할 때 썼다. 오늘날 한국어에서는 스포츠, 선거, 사업 등에서 실패를 겪은 사람이 분한 마음을 발판 삼아 칼을 가는 모습을 가리키는 쪽으로 쓰임이 넓어졌다. 원한의 대상이 없더라도 자기 자신의 패배를 곱씹으며 재기를 다짐하는 경우에도 쓴다.
《조선왕조실록》 원문 기준으로 20여 건이 있다.
- 가장 이른 것은 1455년 1월 단종이 수양대군의 공을 기려 내린 교서로, 계유정난(1453) 당시 수양대군이 “일의 기미를 먼저 밝게 보고 이를 갈며 분해했다(明炳幾先,切齒腐心)”고 했다.[7]
- 성종 11년(1480)의 한 상소는 역관들이 부리는 횡포에 “이를 갈고 속을 썩이는 자가 많다(切齒腐心者多矣)”며 그들의 승진에 반대했다.[8]
임진왜란 때에도 자주 쓰였다. 이순신은 조정에 올린 장계에서 명나라 장수가 왜적을 죽이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들은 뒤 “여러 장수와 군사들이 모두 원통해하며 이를 갈고 속을 썩였다(諸將吏士莫不痛惋。切齒腐心)”고 전했다.[9] 조헌(趙憲)은 전쟁 전인 1591년 일본 사신의 목을 베라고 청한 상소에서, 일본 여러 섬의 백성 가운데에도 옛 주인을 위해 절개를 지키거나 친족의 원수를 갚으려고 “하늘을 가리키고 해에 맹세하며 이를 갈고 속을 썩이는 자”가 없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10]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切 | 절 | 끊다, 갈다 | (이를) 갈다 |
| 齒 | 치 | 이 | 이 |
| 腐 | 부 | 썩다 | 썩이다. ‘拊(치다)’와 통한다는 설도 있음 |
| 心 | 심 | 마음, 가슴 | 속, 가슴 |
- 지난해 대규모 유출 사고로 신뢰를 잃은 회사는 절치부심 끝에 보안 조직을 새로 꾸리고 외부 인증을 받았다.
- 결승에서 아깝게 진 팀은 한 해 동안 절치부심하며 전력을 다시 다졌다.
- 번번이 낙방하던 그는 절치부심 3년 만에 합격 소식을 들었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절치부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8%EC%B9%98%EB%B6%80%EC%8B%AC,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부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B%B6%80%EC%8B%AC, 확인날짜=2026-09-26.
- ↑ 3.0 3.1 3.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切齒腐心”,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994,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切齒腐心”(출현 빈도가 낮은 참고 성어),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28516, 확인날짜=2026-09-26.
- ↑ 5.0 5.1 5.2 사마천, 《사기》 권86 〈자객열전(刺客列傳)·형가〉.
- ↑ 《전국책(戰國策)》 〈연책(燕策) 3〉 “연태자단질어진망귀(燕太子丹質於秦亡歸)” 및 포표 주·황비열 찰기.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단종실록》 13권, 단종 3년 1월 24일 경오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fa_10301024_002, 확인날짜=2026-09-26.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성종실록》 117권, 성종 11년 5월 5일 갑신 2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ia_11105005_002,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이순신,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 〈청호서주사계원장(請湖西舟師繼援狀)〉 2,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32A_0060_010_011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조헌, 《중봉집(重峰集)》 〈청참왜사소(請斬倭使疏)〉 신묘 3월 15일,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230A_0090_010_0010, 확인날짜=2026-09-26.
- ↑ 사마천, 《사기》 권70 〈장의열전(張儀列傳)〉.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切歯扼腕”,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8%87%E6%AD%AF%E6%89%BC%E8%85%95,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절치액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0%88%EC%B9%98%EC%95%A1%EC%99%84, 확인날짜=2026-09-26.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咬牙切齒”,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429,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