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평지풍파(平地風波)는 평온한 자리에서 일어나는 풍파라는 뜻으로, 뜻밖에 분쟁이 일어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 당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죽지사(竹枝詞)〉에 나오는 “等閒平地起波瀾”에서 비롯한 말이다.[1]

아무 일 없이 잘 지내던 곳에 공연히 다툼이나 말썽이 생기는 것, 또는 누군가 괜히 일을 만들어 평온을 깨뜨리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어에서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다”의 꼴로 가장 많이 쓰며, 잘 굴러가는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어 분란을 만드는 사람을 나무랄 때 쓴다.

중국어에서도 ‘平地風波(píng dì fēng bō)’라 하며,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평지에서 바람과 물결이 인다. 갑자기 사고나 변화가 일어남을 비유한다”로 풀이한다.[2] 중국어에서는 뜻밖의 사고가 닥친다는 뜻이 강하고, 한국어에서는 누군가 분란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일본어에서는 ‘平地に波瀾を起こす(へいちにはらんをおこす)’라 하여 “평온한 곳에 풍파를 일으킨다. 굳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이른다.[3]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平 평 평평하다, 고르다 평평하고 고요한
地 지 땅 땅, 자리
風 풍 바람 바람
波 파 물결 물결

‘풍파(風波)’는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뜻하며, 여기서 세상살이의 어려움이나 분란을 비유하는 뜻이 나왔다.[4] 물결이 일 리 없는 평평한 땅에서 물결이 인다는 데 이 말의 뜻이 있다. 《성어전》은 ‘平地’가 여기서 “갑자기, 까닭 없이”라는 뜻을 띤다고 설명한다.[2]

유우석의 〈죽지사〉

편집 원본 편집

유우석의 〈죽지사〉 아홉 수 가운데 일곱째 수는 장강 삼협의 하나로 험하기로 이름난 구당협(瞿塘峽)을 노래한다.[2]

瞿塘嘈嘈十二灘,人言道路古來難。
長恨人心不如水,等閒平地起波瀾。

[5]

“구당협 열두 여울은 콸콸 소리 내며 흐르니, 사람들은 이 길이 예부터 험하다 한다. 늘 한스러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 물만 못하여, 까닭 없이 평지에서도 물결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울의 험함은 눈에 보이지만 사람 마음의 험함은 평지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느닷없이 일어난다는 탄식이다. 《성어전》은 이 시의 ‘平地起波瀾’이 ‘평지풍파’의 典源이라고 본다.[2] 같은 연작의 여섯째 수에서도 유우석은 해마다 물결에도 꺾이지 않는 염예퇴(灩澦堆)를 들어 “괴롭게도 사람 마음은 돌만 못하다(懊惱人心不如石)”고 노래했다.[5]

네 글자 형태

편집 원본 편집

‘風波’를 쓴 형태는 당나라 말 두순학(杜荀鶴)의 시 “마당산 아래 물만 두려워할 뿐 평지에도 풍파가 있는 줄은 몰랐다(祗怕馬當山下水,不知平地有風波)”와 북송 소철(蘇轍)의 〈사귀(思歸)〉 “아이가 세상 인정이 험하다 하니, 평지에 풍파가 인다(兒言世情惡,平地風波起)”에 보인다.[2] 《성어전》은 이 밖에도 ‘平地風濤’, ‘風波平地’ 같은 형태를 송대 시사에서 찾아 참고 어형으로 들었다.[2]

선종 문헌에서도 본래 아무 일 없는 자리에 공연히 일을 만든다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 청대에 엮은 《오등전서(五燈全書)》에는 “세존이 꽃을 들자 가섭이 웃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스승의 물음에 거사가 “그것도 평지풍파(也是平地風波)”라고 답하는 대목이 있다.[6] 일본에서도 《일본국어대사전》이 첫 용례로 드는 것은 조동종의 게이잔 조킨(瑩山紹瑾)이 1300년 무렵 설한 《전광록(伝光録)》의 “平地に波瀾をおこして”이다.[3] 명청 소설에서는 《봉신연의》 제8회, 《유림외사》 제28회 등에 두루 쓰였다.[2]

한국 문헌의 용례

편집 원본 편집

조선 문인들도 이 말을 시문에 자주 썼다. 서거정(徐居正)은 “험한 벼슬길이 몇 굽이인지 알겠는데, 평지풍파에 삿대마저 빠졌구나(崎嶇宦路知幾曲。平地風波亦沒篙)”라고 읊었고,[7] 심언광(沈彦光)도 〈술회배율(述懷排律)〉에서 “평지에 풍파가 험하다(平地風波惡)”라고 했다.[8]

관청 기록에서는 분란을 일으키는 일을 나무라는 말로 쓰였다.

  • 1632년 《승정원일기》에 실린 명나라 심 부총(沈副摠)의 게첩은 용천 태수가 “대의를 밝히지 못하고 평지풍파를 일으켜 근거 없는 뜬소문을 지어내 퍼뜨렸다(不明大義,賴起平地風波,造捏無影流言)”고 따졌다.[9]
  • 1723년 희정당 입시 자리에서는 “요즘 조정의 논의가 갈라지고 서로 의심이 깊어져, 일 만들기 좋아하는 무리가 걸핏하면 평지풍파를 일으킨다(喜事之輩,輒起平地風波)”는 말이 나왔다.[10]
  •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한 건이 보인다. 1810년 일본에 갈 통신사 김이교(金履喬)가 거듭 상소해 면직을 청하자, 순조는 “서로 다투어 얽힐 일도 아닌데, 하물며 사신의 일이 어떤 일이기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게 하는가(旣非相爭葛藤之事,況使事何如,而乃使生平地風波乎)”라며 크게 꾸짖었다.[11]

실록 국역문에서는 원문의 다른 표현을 ‘평지풍파’로 옮긴 기사가 원문보다 훨씬 많다. 원문 용례를 들 때는 이를 구별해야 한다.[12]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도 1907년 소설 《노와키(野分)》에서 “함부로 평지에 풍파를 일으키는 것은 득책이 아니다(漫に平地に風波を起すのは得策でない)”라고 썼다.[3]

  • 잘 합의된 일에 뒤늦게 이의를 달아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마라.
  • 정상적으로 돌던 서비스에 검증 없이 설정을 바꿔 평지풍파를 일으킨 셈이 되었다.
  • 조용하던 집안이 유산 문제로 평지풍파를 겪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평지파란(平地波瀾): 같은 뜻. 〈죽지사〉의 원래 표현에 가깝다.[2]
  • 무풍기랑(無風起浪): 바람이 없는데 물결이 인다. 까닭 없이 일을 만듦.[2]
  • 풍운돌변(風雲突變): 형세가 갑자기 바뀜.[2]
  • 청천벽력(靑天霹靂): 맑은 하늘에 날벼락. 청말 소설 《문명소사》에는 “청천벽력이요 평지풍파(正如青天霹靂,平地風波)”처럼 둘을 나란히 쓴 예가 있다.[13]
  • 반대 의미: 풍평랑정(風平浪靜): 바람이 자고 물결이 잔잔함.[2]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평지풍파”,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8F%89%EC%A7%80%ED%92%8D%ED%8C%8C, 확인날짜=2026-09-28.
  2. ↑ 2.00 2.01 2.02 2.03 2.04 2.05 2.06 2.07 2.08 2.09 2.10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平地風波”,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293, 확인날짜=2026-09-28.
  3. ↑ 3.0 3.1 3.2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平地に波瀾を起こす”,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B9%B3%E5%9C%B0%E3%81%AB%E6%B3%A2%E7%80%BE%E3%82%92%E8%B5%B7%E3%81%93%E3%81%99, 확인날짜=2026-09-28.
  4.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풍파”,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2%8D%ED%8C%8C, 확인날짜=2026-09-28.
  5. ↑ 5.0 5.1 유우석(劉禹錫), 〈죽지사(竹枝詞)〉 9수 중 제7수, 《전당시(全唐詩)》 권365.
  6. ↑ 《오등전서(五燈全書)》 권107.
  7. ↑ 서거정(徐居正), 〈재용전운(再用前韻)〉, 《사가집(四佳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8.
  8. ↑ 심언광(沈彦光), 〈술회배율오십운(述懷排律五十韻)〉, 《어촌집(漁村集)》,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8.
  9.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인조 10년 4월 26일 계사, https://sjw.history.go.kr/id/SJW-A10040260-01100, 확인날짜=2026-09-28.
  10.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경종 3년 2월 23일 계유, https://sjw.history.go.kr/id/SJW-E03020230-02800, 확인날짜=2026-09-28.
  11.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순조실록》 13권, 순조 10년 12월 11일 신묘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wa_11012011_001, 확인날짜=2026-09-28.
  12.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국역 검색 “平地風波”·“평지풍파”,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09-28.
  13.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青天霹靂”,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828, 확인날짜=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