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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부지용(匹夫之勇)은 깊은 생각 없이 혈기만 믿고 함부로 부리는 소인의 용기를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맹자》의 〈양혜왕 하(梁惠王下)〉에 나오는 말이다.[1]

‘필부(匹夫)’는 신분이 낮은 한 사람의 남자, 곧 평범한 사내를 말한다. 필부지용은 한 사람을 상대로 주먹이나 칼을 휘두르는 정도의 용기로, 앞뒤를 헤아리지 않는 만용을 낮추어 이를 때 쓴다. 맹자는 이를 ‘작은 용기(小勇)’라 부르고,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큰 용기로 키우라고 했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같은 말을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한 사람의 혈기의 용기를 부림. 용기만 있고 꾀가 없는 사람을 형용한다”고 풀이한다.[2] 일본어에서는 ‘匹夫(ひっぷ)の勇(ゆう)’라고 한다.[3]

《맹자》: 제 선왕과의 문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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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양혜왕 하〉에서 제(齊)나라 선왕(宣王)이 이웃 나라와 사귀는 도리를 묻자, 맹자는 어진 이는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고 지혜로운 이는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긴다고 답했다. 그러자 선왕이 자신은 용기를 좋아하는 병이 있다고 했고,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4]

王曰:「大哉言矣!寡人有疾,寡人好勇。」對曰:「王請無好小勇。夫撫劍疾視曰:『彼惡敢當我哉!』此匹夫之勇,敵一人者也。王請大之!《詩》云:『王赫斯怒,爰整其旅,以遏徂莒,以篤周祜,以對于天下。』此文王之勇也。文王一怒而安天下之民。……一人衡行於天下,武王恥之,此武王之勇也。而武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今王亦一怒而安天下之民,民惟恐王之不好勇也。」

“왕이 말했다. ‘훌륭한 말씀입니다. 그러나 과인에게는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용기를 좋아합니다.’ 맹자가 답했다. ‘왕께서는 작은 용기를 좋아하지 마십시오. 칼자루를 어루만지고 노려보며 “네가 어찌 감히 나를 당하겠느냐”고 하는 것은 필부의 용기이니, 한 사람을 상대할 뿐입니다. 왕께서는 이를 크게 하십시오. 《시경》에 “왕께서 불끈 노하시어 군대를 정돈하여 거(莒)로 가는 적을 막으시니, 주나라의 복을 두텁게 하고 천하의 바람에 답하셨네”라고 했으니, 이것이 문왕의 용기입니다. 문왕은 한 번 노하여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 한 사람이라도 천하에서 제멋대로 날뛰면 무왕은 이를 부끄럽게 여겼으니, 이것이 무왕의 용기입니다. 무왕도 한 번 노하여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했습니다. 이제 왕께서도 한 번 노하여 천하의 백성을 편안하게 하신다면, 백성들은 오히려 왕께서 용기를 좋아하지 않으실까 두려워할 것입니다.’”

맹자는 선왕의 ‘병통’을 부정하지 않고, 그 용기를 개인의 싸움에서 백성을 위한 큰일로 키우라고 권했다. 사사로운 분노로 한 사람을 상대하는 용기가 필부지용이고, 한 번의 분노로 천하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 왕자(王者)의 용기라는 것이다.

나무위키 등에는 이 대화의 상대를 양나라 혜왕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으나, 〈양혜왕 하〉는 편 이름일 뿐이고 이 대화의 상대는 제나라 선왕이다. 이 장은 “齊宣王問曰:交鄰國有道乎”로 시작한다.[4] 또 맹자가 인용한 《시경》 〈대아(大雅)·황의(皇矣)〉의 구절은 통행본 《시경》에서는 “以按徂旅”로 되어 있어 《맹자》의 인용(以遏徂莒)과 글자가 다르다.[5]

《국어》: 구천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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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교육부 《성어전》은 《맹자》와 함께 《국어(國語)》 〈월어 상(越語上)〉을 語源으로 든다. 오나라에 치욕을 당한 월왕 구천(句踐)이 마침내 복수전에 나서며 군사들 앞에서 맹세하는 대목이다.[2]

今寡人將助天滅之。吾不欲匹夫之勇也,欲其旅進旅退。進則思賞,退則思刑,如此則有常賞。

“이제 과인은 하늘을 도와 저들을 멸하려 한다. 나는 그대들이 필부의 용기를 부리기를 바라지 않고, 함께 나아가고 함께 물러나기를 바란다. 나아갈 때는 상을 생각하고 물러날 때는 벌을 생각하라. 그러면 늘 정해진 상이 있을 것이다.”[6] 여기서 필부지용은 대열을 벗어나 혼자 돌진하는 병사의 용기를 가리킨다.

한신의 항우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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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회음후열전〉에서 한신(韓信)은 유방에게 항우를 평하며 “항왕이 성내어 꾸짖으면 천 사람이 모두 엎드리지만, 어진 장수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니 이는 필부의 용기일 뿐(此特匹夫之勇耳)”이라고 했다.[7] 개인의 무용은 뛰어나도 사람을 쓰지 못하는 장수를 가리키는 뜻으로 뒤에 널리 쓰였다. 《삼국지연의》 제22회에도 원소의 장수 안량(顏良)·문추(文醜)를 두고 “필부의 용기이니 한 번 싸워 사로잡을 수 있다(匹夫之勇,一戰可擒)”는 말이 나온다.[2]

한국 문헌의 용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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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종 1년(1401) 3월, 문하부 낭사는 태종이 친히 활과 화살을 차고 사냥에 나서는 것을 두고 “전하께서 천승의 존귀함으로 아래로 필부의 용기를 본받으시니(下效匹夫之勇) 신들은 전하를 위해 위태롭게 여긴다”고 상서했다.[8]
  • 최부(崔溥)는 신라 박제상(朴堤上)을 논하며 형가(荊軻)·섭정(聶政)이 “필부의 용기로 도적의 꾀를 행했다(以匹夫之勇。行盜賊之謀)”고 대비하고, 나라를 위해 죽은 박제상을 높였다.[9]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匹 필 짝, 하나 한 사람
夫 부 사내, 지아비 평범한 사내
之 지 ~의 앞말이 뒷말을 꾸미게 함
勇 용 날래다, 용기 혈기의 용기
  • 공격 경로를 분석하지도 않고 경고 문구만 요란하게 띄운 대응은 필부지용에 가깝다.
  •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운영 서버에서 바로 설정을 바꾼 것은 용감했지만 필부지용이었다.
  • 그는 필부지용을 버리고 동료들과 힘을 모아 일을 풀어 가기로 했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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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기지용(血氣之勇): 혈기에서 나오는 일시적인 용기.
  • 유용무모(有勇無謀): 용기만 있고 꾀가 없음.
  • 포호빙하(暴虎馮河): 맨손으로 범을 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넘. 무모한 용기. 《성어전》은 필부지용의 유의어로 혈기지용·유용무모·포호빙하를, 반의어로 지용쌍전(智勇雙全)을 든다.[2]
  • 만용(蠻勇): 사리를 분별하지 않고 함부로 날뛰는 용기.
  • 소용(小勇): 작은 용기. 맹자가 필부지용을 두고 한 말.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필부지용”,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5%84%EB%B6%80%EC%A7%80%EC%9A%A9,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匹夫之勇”,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390, 확인날짜=2026-09-27.
  3.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고사성어를 아는 사전(故事成語を知る辞典)》, “匹夫の勇”,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C%B9%E5%A4%AB%E3%81%AE%E5%8B%87, 확인날짜=2026-09-27.
  4. ↑ 4.0 4.1 《맹자(孟子)》 〈양혜왕 하(梁惠王下)〉.
  5. ↑ 《시경(詩經)》 〈대아(大雅)·황의(皇矣)〉.
  6. ↑ 《국어(國語)》 권20 〈월어 상(越語上)〉.
  7. ↑ 사마천(司馬遷), 《사기(史記)》 권92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 《한서》 권34 〈한팽영노오전〉에는 “此特匹夫之勇也”로 되어 있다.
  8.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 1권, 태종 1년 3월 18일 정축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ca_10103018_003, 확인날짜=2026-09-27.
  9. ↑ 최부(崔溥), 〈신라 박제상이 왜에 가서 죽다(新羅朴堤上。如倭死之)〉, 《금남집(錦南集)》 권1,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84A_0020_040_0130,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