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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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四面楚歌)는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린다는 뜻으로, 아무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롭고 곤란한 처지를 이르는 한자성어이다. 줄여서 ‘초가(楚歌)’라고도 한다.[1]
《사기(史記)》 권7 〈항우본기(項羽本紀)〉에 나오는 해하(垓下) 싸움에서 나온 말이다. 한나라 5년(기원전 202년), 유방(劉邦)과 천하를 다투던 항우(項羽)는 홍구(鴻溝)를 경계로 화약을 맺고 물러나다가 추격해 온 한나라 군과 제후군에게 해하에서 포위되었다.[4]
項王軍壁垓下,兵少食盡,漢軍及諸侯兵圍之數重。夜聞漢軍四面皆楚歌,項王乃大驚曰:「漢皆已得楚乎?是何楚人之多也!」項王則夜起,飲帳中。有美人名虞,常幸從;駿馬名騅,常騎之。於是項王乃悲歌忼慨,自為詩曰:「力拔山兮氣蓋世,時不利兮騅不逝。騅不逝兮可柰何,虞兮虞兮柰若何!」歌數闋,美人和之。項王泣數行下,左右皆泣,莫能仰視。
“항왕의 군대는 해하에 진을 쳤으나 군사는 적고 식량은 떨어졌으며, 한나라 군과 제후의 군대가 여러 겹으로 에워쌌다. 밤에 한나라 군 사방에서 모두 초나라 노래가 들려오자 항왕은 크게 놀라 ‘한나라가 이미 초나라 땅을 다 얻었단 말인가? 어찌 초나라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라고 했다. 항왕은 밤중에 일어나 장막 안에서 술을 마셨다. 늘 곁에서 총애를 받던 우(虞)라는 미인과 늘 타던 추(騅)라는 준마가 있었다. 항왕은 비분강개하여 스스로 시를 지어 노래했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는데, 때가 불리하니 추도 나아가지 않는구나. 추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하랴, 우여 우여 너를 어찌하랴.’ 여러 번 노래하자 미인이 화답했다. 항왕이 눈물을 몇 줄기 흘리니 좌우도 모두 울며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4]
항우는 그날 밤 기병 800여 명과 함께 포위를 뚫고 달아났으나 끝내 오강(烏江)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지막 싸움을 앞두고 그는 “내가 군사를 일으킨 지 8년, 몸소 70여 차례 싸웠으나 한 번도 진 적이 없다(吾起兵至今八歲矣,身七十餘戰……未嘗敗北)”며, 자신이 망하는 것은 하늘의 뜻이지 싸움을 못한 죄가 아니라고 했다.[4] 이때 항우가 부른 노래는 흔히 〈해하가(垓下歌)〉라 하며,[5] 첫 구절에서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말이 나왔다.[6]
같은 싸움은 《사기》 권8 〈고조본기(高祖本紀)〉에도 한나라 쪽에서 본 모습으로 실려 있다. 회음후 한신(韓信)이 30만 군사를 이끌고 정면을 맡고, 공(孔) 장군이 왼쪽, 비(費) 장군이 오른쪽에 섰으며, 황제(유방)는 그 뒤에 있었다. 항우의 군사는 10만 명쯤이었다. 한신이 먼저 맞붙었다가 불리해 물러나자 좌우의 두 장군이 들이쳤고, 한신이 다시 그 틈을 타 해하에서 크게 이겼다. 〈고조본기〉는 이어 “항우의 군사가 한나라 군중의 초나라 노래를 듣고 한나라가 초나라 땅을 다 얻었다고 여기니, 항우는 이에 패하여 달아났다(項羽卒聞漢軍之楚歌,以為漢盡得楚地,項羽乃敗而走)”고 적었다.[7] ‘卒’은 ‘군사’로도, ‘마침내’로도 읽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고조본기〉에서 초나라 노래는 항우가 싸움을 버리고 달아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로 나온다. 〈항우본기〉가 장막 안에서 노래하는 항우의 비탄을 그렸다면, 〈고조본기〉는 전투의 흐름 속에서 이 장면을 짧게 적은 것이다.
사면초가 고사는 흔히 한나라 장량(張良)이 초나라 군의 사기를 꺾으려고 꾸민 계략이었다거나, 항복한 초나라 병사들에게 고향 노래를 부르게 한 심리전이었다고 소개된다.[8][9] 일본의 《일본대백과전서》도 “고조(유방)가 꾸민 심리적 계략”이었다고 적는다.[3] 그러나 《사기》에는 “밤에 한나라 군 사방에서 모두 초나라 노래가 들렸다”는 사실만 있을 뿐, 누가 왜 노래를 부르게 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노래를 듣고 초나라 병사들이 줄지어 달아났다는 이야기나, 항백(項伯)·종리매(鍾離眛)·계포(季布) 같은 장수들이 이때 탈영했다는 이야기도 〈항우본기〉의 이 대목에는 나오지 않는다. 원문이 전하는 것은 초나라 노래를 들은 항우가 초나라 땅과 백성이 이미 한나라에 넘어갔다고 여겨 절망했다는 점이다.
《사기》는 “미인이 화답했다(美人和之)”고만 하고 그 노래를 싣지 않았다. 당나라 장수절(張守節)의 《사기정의(史記正義)》는 이 대목에 《초한춘추(楚漢春秋)》를 인용해 우미인의 노래를 전한다.[10]
漢兵已略地,四方楚歌聲。大王意氣盡,賤妾何聊生。
“한나라 군사가 이미 땅을 빼앗아 사방에서 초나라 노랫소리. 대왕의 의기가 다했으니 천첩이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 이 노래는 둘째 구가 ‘四面楚歌聲’으로 인용되는 일이 많지만 《사기정의》의 인용문은 ‘四方楚歌聲’이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四 | 사 | 넷 | 네 |
| 面 | 면 | 낯, 방향 | 방향, 쪽 |
| 楚 | 초 | 가시나무, 나라 이름 | 초나라 |
| 歌 | 가 | 노래 | 노래 |
- 개인정보 유출 사고 뒤 규제 당국의 조사와 집단 소송, 고객 이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회사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 핵심 개발자가 모두 떠나고 투자도 끊겨 프로젝트는 사면초가의 처지가 되었다.
- 당 안팎의 비판에 시달리는 그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 일본의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네 방향에서 노래가 들린다니 글자만 보면 즐거울 것 같지만 실은 괴롭고 고통스러운 뜻이라며, 글자의 인상과 뜻이 어긋나는 말이라고 소개한다.[3]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사면초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82%AC%EB%A9%B4%EC%B4%88%EA%B0%80, 확인날짜=2026-09-26.
- ↑ 2.0 2.1 2.2 2.3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四面楚歌”,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41, 확인날짜=2026-09-26.
- ↑ 3.0 3.1 3.2 3.3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 “四面楚歌”,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9B%9B%E9%9D%A2%E6%A5%9A%E6%AD%8C, 확인날짜=2026-09-26.
- ↑ 4.0 4.1 4.2 사마천, 《사기》 권7 〈항우본기(項羽本紀)〉.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해하가”,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5%B4%ED%95%98%EA%B0%80,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역발산기개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97%AD%EB%B0%9C%EC%82%B0%EA%B8%B0%EA%B0%9C%EC%84%B8, 확인날짜=2026-09-26.
- ↑ 사마천, 《사기》 권8 〈고조본기(高祖本紀)〉.
- ↑ 참고: 박창진,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 치의신보, 2016-07-05, https://www.dailydental.co.kr/news/article.html?no=94712, 확인날짜=2026-09-26.
- ↑ 참고: 신동열,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사면초가(四面楚歌)”, 한국경제 생글생글, 2019-02-25, https://sgsg.hankyung.com/article/2019022261891, 확인날짜=2026-09-26.
- ↑ 장수절(張守節), 《사기정의(史記正義)》, 《사기》 권7 〈항우본기〉 주.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성현(成俔), 《허백당집(虛白堂集)》 풍아록 권1 〈우미인가(虞美人歌)〉,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072A_0210_010_0070, 확인날짜=2026-09-26.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김헌기(金憲基), 《초암전집(初庵全集)》 권4 〈답권문옹(答權文翁)〉,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1169A_0090_010_0150, 확인날짜=2026-09-26.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고립무원”,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3%A0%EB%A6%BD%EB%AC%B4%EC%9B%90,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