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유곡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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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유곡절(必有曲折)은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같은 뜻으로 ‘필유사단(必有事端)’이라고도 한다.[2]
‘곡절(曲折)’은 본래 굽고 꺾인 모양을 말하고, 여기서 ‘복잡한 사정이나 까닭’이라는 뜻이 나왔다. ‘필유곡절’은 “반드시(必) 곡절이 있다(有曲折)”는 한문 구절을 그대로 한 낱말처럼 쓰는 말이다. 겉으로 드러난 일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 그 뒤에 말하지 않은 사정이 있으리라고 짐작하며 “그가 그렇게 한 데에는 필유곡절이 있을 것이다”처럼 쓴다. 대개 ‘필유곡절이 있다’처럼 ‘있다’와 함께 쓰는데, 글자 그대로 보면 ‘有’가 겹치는 셈이다.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必有曲折’은 송나라 문헌부터 “그 사이에 반드시 곡절이 있을 것이다(其間必有曲折)”라는 구절로 쓰였다.
남송의 이도(李燾)는 《속자치통감장편(續資治通鑑長編)》 권356에서 증포(曾布)의 연보에 적힌 인사 기록을 따지며 그 임명이 사실은 채확(蔡確) 등에게서 나온 것이니 “아마 반드시 곡절이 있을 것(疑必有曲折)”이라고 적었다.[3] 주희(朱熹)도 벗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대가 일을 논하다 조정을 떠났고 다른 이들도 잇따라 떠났다는 소식에 놀랐다며 “그 사이에 반드시 곡절이 있을 텐데 듣지 못해 한스럽다(此其間必有曲折,恨未得聞)”라고 썼다.[4] 같은 무렵 나필(羅泌)의 《노사(路史)》는 하나라 걸왕에게 간하다 죽은 관용봉(關龍逢)의 일을 두고 “그때 임금과 신하 사이에 반드시 곡절이 있었겠으나 후세 사람은 들을 수 없다”라고 했다.[5]
조선에서는 이 구절이 관청 문서와 상소에서 관용 표현처럼 굳었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서 ‘必有曲折’은 22건이 검색되며, 가장 이른 예는 1595년(선조 28) 2월 18일 기사이다. 전주 죄수의 사건을 다시 심리하는 자리에서 이정형(李廷馨)이 문서가 맞지 않자 “그 사이에 반드시 곡절이 있을 것이니, 다시 장계를 받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 마땅하다(其間必有曲折……更使狀啓,詳悉考覈宜當)”라고 아뢰었다.[6] 《승정원일기》에서는 100건 넘게 검색되어, 임금이 신하에게 사정을 캐물으라고 할 때 흔히 쓰는 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7] 장유(張維)의 차자에도 “이 일의 전말을 신은 알지 못하지만 반드시 곡절이 있는데 전하께서 살피지 못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竊意必有曲折,而殿下未之察也)”라는 대목이 있다.[8]
근대에는 한 낱말처럼 사전에 올랐다. 1911년 게일(J. S. Gale)의 《한영자전》에 ‘必有曲折’이 표제어로 실려 있다.[9]
나무위키 등의 성어 목록에는 출전을 《수호전》으로 적은 경우가 있으나, 《수호전》에서는 ‘必有曲折’을 찾을 수 없다. 이 구절은 위에서 본 것처럼 송나라 문헌에 이미 보인다.
- 멀쩡하던 백업 작업이 갑자기 멈춘 데에는 필유곡절이 있을 테니 로그부터 확인해 보자.
- 성실하던 그가 말없이 그만둔 것은 필유곡절이 있어서일 것이다.
- 원래 짠돌이인 사람이 밥을 사겠다니 필유곡절이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필유곡절”,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5%84%EC%9C%A0%EA%B3%A1%EC%A0%88, 확인날짜=2026-10-12.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필유사단”,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D%95%84%EC%9C%A0%EC%82%AC%EB%8B%A8, 확인날짜=2026-10-12.
- ↑ 이도(李燾), 《속자치통감장편(續資治通鑑長編)》 권356.
- ↑ 주희(朱熹), 《회암선생주문공문집(晦庵先生朱文公文集)》 별집 권1.
- ↑ 나필(羅泌), 《노사(路史)》 권37.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선조실록》 60권, 선조 28년 2월 18일 신유 3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na_12802018_003, 확인날짜=2026-10-12.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검색, “必有曲折”(112건), https://sjw.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2.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장유(張維), 《계곡집(谿谷集)》, 〈論鄭弘任事箚子〉,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333A_0190_010_0090, 확인날짜=2026-10-12.
- ↑ J. S. Gale, 《韓英字典》, 1911,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 컬렉션, https://dl.ndl.go.jp/pid/991556, 확인날짜=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