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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렴주구(苛斂誅求)는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하게 재물을 빼앗음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가렴주구는 관리나 권력자가 백성에게서 세금과 재물을 쥐어짜는 학정(虐政)을 비판할 때 쓴다. 역사 서술에서 탐관오리의 행태나 민란의 원인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며, 오늘날에는 과도한 세금·수수료·부담금을 비꼬는 말로도 쓰인다.

‘가렴(苛斂)’과 ‘주구(誅求)’는 둘 다 가혹하게 거두어들인다는 뜻으로, 비슷한 말 두 개를 겹쳐 뜻을 강조한 짜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주구’를 “관청에서 백성의 재물을 강제로 빼앗음”으로 푼다.[2] 일본어에서도 ‘苛斂誅求(かれんちゅうきゅう)’를 같은 뜻으로 쓴다.[3]

두 말의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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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구’는 《춘추좌씨전》 양공(襄公) 31년에 나온다. 정(鄭)나라의 자산(子產)이 진(晉)나라에 갔다가 영빈관의 담을 헐어 버리자, 진나라 쪽에서 까닭을 따졌다. 자산은 이렇게 답했다.[4]

以敝邑褊小,介於大國,誅求無時,是以不敢寧居,悉索敝賦,以來會時事。

“우리나라는 좁고 작은데 큰 나라들 사이에 끼어 있어, 요구하고 거두어 가는 것이 때가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편히 지내지 못하고 나라 안의 재물을 모조리 긁어모아 때맞추어 조공하러 왔습니다.” 진(晉)나라 두예(杜預)는 여기의 ‘誅’를 “責(요구하다, 독촉하다)”이라고 주석했다.[5] ‘誅’에는 ‘베다, 죽이다’라는 뜻도 있지만, ‘주구’의 ‘誅’는 ‘꾸짖어 요구하다’는 뜻이다.

‘가렴’은 《구당서(舊唐書)》 〈목종기(穆宗紀)〉에 보인다. 헌종(憲宗)이 전쟁 비용을 대려고 황보박(皇甫鎛)을 재상으로 발탁했는데, 그가 “가혹하게 거두어 아랫사람을 벗겨 먹으니 사람들이 모두 허물하여 마침내 쫓겨났다(苛斂剝下,人皆咎之,以至譴逐)”고 했다.[6]

네 글자로 굳어진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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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말은 이처럼 오래되었지만, ‘가렴주구’ 네 글자를 이어 쓴 예는 근대 이전 문헌에서 찾기 어렵다. 한문 전적에서 ‘苛斂誅求’가 나오는 글은 모두 20세기 것으로, 1930년대 만주국과 기동방공자치정부(冀東防共自治政府)의 선언문 같은 일본의 영향 아래 쓰인 문서가 대부분이다. 《조선왕조실록》 원문과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도 한 건도 없다. 실록 국역문에는 ‘가렴주구’가 40여 건 나오지만, 모두 번역자가 옮긴 말이다.

일본에서는 《일본국어대사전》이 야다 소운(矢田挿雲)의 《에도에서 도쿄로(江戸から東京へ)》(1921)를 첫 용례로 들고,[3]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은 ‘가렴’과 ‘주구’를 겹쳐 쓰는 예가 일본에서 20세기 초부터 나타난다고 설명한다.[7] 이런 점으로 보아 가렴주구는 고전의 두 말을 근대 일본에서 하나로 묶어 쓰면서 퍼진 말로 보인다.

전봉준 공초의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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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 농민 운동의 지도자 전봉준(全琫準)은 체포된 뒤 1895년 2월의 첫 신문에서 고부 봉기의 까닭을 “그때 고부 군수가 정해진 액수 외에 거둔 것(額外의 苛斂)이 몇만 냥이므로 민심이 원통하여 이 일이 있었다”고 진술했다.[8] 오늘날의 번역문에는 이 대목이 ‘가렴주구’로 옮겨져 있어 전봉준이 이 성어를 썼다고 소개되기도 하지만, 원문에 쓰인 말은 ‘苛斂’ 두 글자이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苛 가 가혹하다 가혹하게
斂 렴 거두다 세금을 거두어들이다
誅 주 베다, 꾸짖다 꾸짖어 요구하다
求 구 구하다 재물을 요구하다
  • 관아의 가렴주구를 견디다 못한 농민들이 끝내 들고일어났다.
  • 입점 업체가 매출의 30%를 넘는 수수료와 광고비를 떠안는 구조를 두고, 플랫폼판 가렴주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 일본 소설가 나카지마 아쓰시(中島敦)는 공자의 제자 자로를 그린 소설 《제자(弟子)》(1943)에서 “공평무사한 관리나 가렴주구를 일삼지 않는 정치가가 하나도 없던 당시”라는 표현을 썼다.[7]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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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뜻으로, 《예기》 〈단궁 하〉에 나오는 말이다.[9] 가렴주구가 수탈 행위 자체를 가리킨다면, 가정맹어호는 그런 정치의 해악을 호랑이에 견주어 경계하는 말이다.
  • 탐관오리(貪官汚吏): 탐욕이 많고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관리.
  • 횡정폭렴(橫征暴斂): 갖은 명목을 만들어 강제로 무거운 세금을 거둠. 중국어에서 흔히 쓴다.[10]
  • 가연잡세(苛捐雜稅): 가혹하고 번잡한 세금. 중국어 표현이다.[11]
  1.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가렴주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80%EB%A0%B4%EC%A3%BC%EA%B5%AC, 확인날짜=2026-09-26.
  2.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주구”,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C%A3%BC%EA%B5%AC, 확인날짜=2026-09-26.
  3.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苛斂誅求”,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8B%9B%E6%96%82%E8%AA%85%E6%B1%82, 확인날짜=2026-09-26.
  4. ↑ 《춘추좌씨전》 양공 31년.
  5. ↑ 두예, 《춘추경전집해(春秋經傳集解)》 양공 31년.
  6. ↑ 《구당서》 권16 〈목종기(穆宗紀)〉.
  7. ↑ 7.0 7.1 《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苛斂誅求”,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8%8B%9B%E6%96%82%E8%AA%85%E6%B1%82, 확인날짜=2026-09-26.
  8. ↑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전봉준 공초”, 《사료로 본 한국사》, https://contents.history.go.kr/id/hm_117_0060, 확인날짜=2026-09-26.
  9.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가정맹어호”,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80%EC%A0%95%EB%A7%B9%EC%96%B4%ED%98%B8, 확인날짜=2026-09-26.
  10.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橫征暴斂”,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569, 확인날짜=2026-09-26.
  11.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苛捐雜稅”,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0091, 확인날짜=202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