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언이설
더 많은 작업
감언이설(甘言利說)은 귀가 솔깃하도록 남의 비위를 맞추거나 이로운 조건을 내세워 꾀는 말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감언(甘言)’은 듣기 좋게 꾸민 달콤한 말이고, ‘이설(利說)’은 이익을 내세우는 말이다. 곧 상대의 기분을 맞춰 주는 말과 솔깃한 이익을 약속하는 말을 함께 이른다. 겉으로는 상대를 위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말하는 사람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속이거나 끌어들이는 말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쓴다. “감언이설에 속다”, “감언이설로 꾀다”처럼 쓰며, 사기나 부정한 권유를 경계할 때 자주 쓰인다.
중국어에서는 같은 뜻으로 ‘첨언밀어(甜言蜜語, 달콤한 말과 꿀 같은 말)’나 ‘화언교어(花言巧語)’를 주로 쓴다. 《성어전》은 첨언밀어를 “달콤하고 듣기 좋은 말”로 풀이하고 《초각박안경기》, 《홍루몽》의 용례를 든다.[2] 일본어에서는 ‘甘言(かんげん)’이라는 두 글자 말을 “甘言につられる(감언에 넘어가다)”처럼 쓰고, 말로 교묘하게 속여 꾀는 것을 ‘口車(くちぐるま)’라고도 한다.[3][4]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앞의 ‘감언’은 중국 고전에서 오래 쓰인 말로, 《사기》 권68 〈상군열전(商君列傳)〉에서 상앙(商鞅)은 조량(趙良)에게 “옛말에 겉꾸민 말은 꽃이고, 지극한 말은 열매이며, 쓴 말은 약이고, 단 말은 병이라 했다(貌言華也,至言實也,苦言藥也,甘言疾也)”고 했다.[5]
그러나 ‘甘言利說’이라는 네 글자는 중국 문헌에서 확인되지 않고, 조선 후기 한국 문헌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확인되는 이른 용례는 《승정원일기》 영조 5년(1729) 4월 29일 기사이다. 이날 소대(召對)에서 시강관 신치운(申致雲)은 《대학연의》를 읽고, 후한 영제(靈帝)가 원림을 만들려 할 때 신하 악송(樂松)이 《맹자》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끌어와 영합한 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蓋佞臣之甘言利說,足以迷惑其君,而君無有正力,則其不與靈帝同歸者,無幾矣。
“대개 아첨하는 신하의 달콤한 말과 이로운 말은 임금을 미혹하기에 충분하니, 임금에게 바른 힘이 없으면 영제와 같은 길을 가지 않을 이가 드물 것입니다.” 이후 《승정원일기》에는 영조 34년(1758), 순조 즉위년(1800), 순조 9년(1809), 고종 2년(1865), 고종 16년(1879)의 기사에도 이 말이 보인다. 고종 16년 5월 18일에는 고종이 직접 “임금이 간절히 경계해야 할 것은 감언이설이다(人主所切戒者,甘言利說也)”라고 했다.[7] 이처럼 이 말은 처음에 임금에게 아첨하는 간신의 말을 경계하는 뜻으로 쓰였다.
문집에서는 윤기(尹愭)가 자손에게 남긴 〈가금(家禁)〉에서 궁지에 몰리면 누군가 반드시 꾀를 가르치고 일을 권할 텐데 “감언이설에 흔들리지 않는 이가 드물다(甘言利說。鮮有不撓)”고 경계했다.[8] 근대 초의 유학자 노상직(盧相稷)이 정리한 향약 조목에는 “감언이설로 남의 재물을 속여 빼앗는 자(甘言利說欺取人財者)”가 중벌(中罰)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올라 있어, 오늘날처럼 사기를 뜻하는 쓰임도 보인다.[9]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는 이 네 글자가 나오지 않으며, 국역문에서만 번역어로 쓰였다.
| 한자 | 음 | 기본 의미 | 성어 안의 의미 |
|---|---|---|---|
| 甘 | 감 | 달다 | 듣기 좋은, 달콤한 |
| 言 | 언 | 말 | 말 |
| 利 | 리(이) | 이롭다, 이익 | 이익을 내세우는 |
| 說 | 설 | 말씀, 말하다 | 말 |
- “원금 보장에 월 10% 수익”이라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투자금을 잃는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 메신저 피싱은 급한 사정을 호소하거나 보상을 약속하는 감언이설로 송금이나 앱 설치를 유도한다.
- 그는 승진을 약속하는 감언이설에 속아 불리한 계약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 감언미어(甘言美語): 달콤하고 아름다운 말.[10]
- 교언영색(巧言令色):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
- 구밀복검(口蜜腹劍): 입에는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이 있다는 뜻으로, 말로는 친한 듯하나 속으로는 해칠 생각을 품음.
- 첨언밀어(甜言蜜語), 화언교어(花言巧語): 중국어에서 주로 쓰는 비슷한 말.
- 영어에서는 달콤한 말로 꾀는 것을 ‘sweet talk’라고 하고, 그럴듯한 말로 상대를 속이거나 설득하려는 것을 ‘snow job’이라고 한다. ‘snow job’은 제2차 세계 대전 무렵 미군에서 생긴 속어로 알려져 있다.[11]
- 반대 의미: 충언역이(忠言逆耳), 양약고구(良藥苦口): 바른말은 귀에 거슬리고 좋은 약은 입에 쓰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감언이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90%EC%96%B8%EC%9D%B4%EC%84%A4, 확인날짜=2026-09-27.
-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甜言蜜語”,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7654, 확인날짜=2026-09-27.
- ↑ 《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甘言”,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94%98%E8%A8%80, 확인날짜=2026-09-27.
- ↑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 “口車”,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5%8F%A3%E8%BB%8A, 확인날짜=2026-09-27.
- ↑ 사마천, 《사기》 권68 〈상군열전(商君列傳)〉.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영조 5년 4월 29일 계묘 28번째 기사, https://sjw.history.go.kr/id/SJW-F05040290-02800, 확인날짜=2026-09-27.
- ↑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고종 16년 5월 18일 신묘, https://sjw.history.go.kr/id/SJW-K16050180-01800,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윤기, 《무명자집(無名子集)》, 〈가금(家禁)〉, 자료ID ITKC_MO_0576A_0120_010_0110,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76A_0120_010_0110, 확인날짜=2026-09-27.
-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노상직, 《소눌집(小訥集)》, 〈옥야면강약계약조(沃野面講約契約條)〉, 자료ID ITKC_MO_1259A_0190_010_0030,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1259A_0190_010_0030, 확인날짜=2026-09-27.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감언미어”,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90%EC%96%B8%EB%AF%B8%EC%96%B4, 확인날짜=2026-09-27.
- ↑ “snow job”, Dictionary.com, https://www.dictionary.com/browse/snow-job,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