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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甲論乙駁)은 여러 사람이 서로 자기 주장을 내세우며 상대편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1]

‘갑(甲)이 논하면 을(乙)이 반박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갑과 을은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개와 아무개’처럼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의견이 한곳으로 모이지 않고 이쪽저쪽에서 주장과 반박이 오가는 모습을 나타내며,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논쟁을 두고 흔히 쓴다. “갑론을박을 벌이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다”처럼 쓴다.

같은 한자로 일본어에서는 ‘甲論乙駁(こうろんおつばく)’, 중국어에서는 ‘甲論乙駁(자룬이보)’라고 하며, 뜻도 같다.[2]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며, 한문 고전에서 쓰인 예도 확인되지 않는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원문, 한국고전종합DB의 문집 원문에는 ‘甲論乙駁’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3] 대만 교육부 《성어전》에도 실려 있지 않다.

확인되는 이른 용례는 근대 일본의 것이다. 《일본국어대사전》은 첫 용례로 쥘 베른의 소설을 이노우에 쓰토무(井上勤)가 옮긴 《아프리카 내지 35일간 공중 여행(亜非利加内地三十五日間空中旅行)》(1883~84)의 “언제나 싸움이 끊일 새 없이 갑론을박(甲論乙駁)하며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를 든다.[2] 중국에서는 교육자 양창지(楊昌濟)가 1919년에 쓴 〈학생들에게 고함(告學生)〉에 “오늘날 사람들의 논설 또한 매우 많아 갑이 논하면 을이 반박하니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然今人之論說亦復繁多,甲論乙駁,罔衷一是)”는 구절이 보인다.[4] 이런 점으로 보아 근대 일본에서 쓰이기 시작해 한국과 중국으로 퍼진 말일 가능성이 있다.

나무위키 등에는 이 말이 중국과 일본 고전에 없으므로 한국 고유의 표현이며, 양창지의 글에서 처음 보인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조선 문헌 원문에는 이 말이 없고, 일본에서는 양창지의 글보다 30여 년 앞선 1880년대 용례가 확인된다.[2]

조선 문헌의 비슷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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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는 같은 상황을 ‘갑가을부(甲可乙否)’, 곧 “갑은 옳다 하고 을은 그르다 한다”로 흔히 표현했다. 《조선왕조실록》 원문에 17건이 있으며, 세종 14년(1432) 11월 3일 기사에서 세종은 “나라에서 일을 의논할 때에도 갑은 옳다 하고 을은 그르다 하여 한 길로 모이지 않는다(當國家議事之時,甲可乙否,未循一轍)”고 했다.[5] 이익(李瀷), 정약용(丁若鏞) 등의 문집에도 이 표현이 보인다.[6]

오늘날의 국역문에서는 이런 표현을 ‘갑론을박’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중종실록》 중종 15년(1520) 2월 13일 기사의 “수군을 번으로 나누는 일은 갑은 옳다 하고 을은 그르다 하여 오래도록 결정하지 못했다(水軍分番事,甲可乙否,久而未決)”는 국역문에서 “갑론을박(甲論乙駁)하여”로 옮겨졌다.[7] 한국고전종합DB의 국역문에도 ‘갑론을박’이 40여 곳 넘게 쓰였지만 원문에는 없는 말이다.[8]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甲 갑 첫째 천간, 껍질 아무개(첫째 사람)
論 론 논하다 주장하다
乙 을 둘째 천간 아무개(둘째 사람)
駁 박 논박하다, 얼룩말 반박하다
  • ‘갑을논박’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 말은 ‘갑론을박’이다.[1] ‘갑이 논하고(甲論) 을이 반박한다(乙駁)’는 짜임을 생각하면 순서를 헷갈리지 않는다.
  • 새 배포 정책을 두고 개발팀과 운영팀이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결국 단계적 배포로 의견이 모였다.
  • 로그 보존 기간을 얼마로 할지를 두고 회의에서 한 시간 넘게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그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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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가을부(甲可乙否): 갑은 옳다 하고 을은 그르다 함. 조선 문헌에서 쓰인 비슷한 표현.
  • 중구난방(衆口難防): 여러 사람이 마구 떠들어 대는 말은 막기 어려움.
  • 설왕설래(說往說來): 서로 변론을 주고받으며 옥신각신함.
  • 왈가왈부(曰可曰否): 어떤 일에 대하여 옳거니 옳지 않거니 하고 말함.
  • 백가쟁명(百家爭鳴): 많은 학자나 문화인이 자기 학설이나 주장을 자유롭게 발표하여 논쟁하고 토론하는 일.
  • 반대 의미: 만장일치(滿場一致), 이구동성(異口同聲).
  1. ↑ 1.0 1.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갑론을박”,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0%91%EB%A1%A0%EC%9D%84%EB%B0%95, 확인날짜=2026-09-27.
  2. ↑ 2.0 2.1 2.2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대사천(デジタル大辞泉)》·《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甲論乙駁”,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7%94%B2%E8%AB%96%E4%B9%99%E9%A7%81, 확인날짜=2026-09-27.
  3.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甲論乙駁”(0건), https://sillok.history.go.kr/; 국사편찬위원회 승정원일기 검색 “甲論乙駁”(0건), https://sjw.history.go.kr/;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甲論乙駁”(0건),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4. ↑ 양창지(楊昌濟), 〈고학생(告學生)〉, 1919.
  5.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58권, 세종 14년 11월 3일 무오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da_11411003_001, 확인날짜=2026-09-27.
  6.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원문 검색 “甲可乙否”,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
  7.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중종실록》 38권, 중종 15년 2월 13일 임신 4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ka_11502013_004, 확인날짜=2026-09-27.
  8. ↑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고전번역서 검색 “갑론을박”,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