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 여닫기
환경 설정 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여닫기
로그인하지 않음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고담준론(高談峻論)은 뜻이 높고 바르며 엄숙하고 날카로운 말, 또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잘난 체하며 과장하여 떠벌리는 말을 이르는 한자성어이다.[1][2]

두 뜻이 정반대에 가깝다. 하나는 식견이 높고 논리가 엄정한 훌륭한 의견을 칭찬하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와 동떨어진 거창한 말을 늘어놓으며 잘난 체하는 것을 비꼬는 뜻이다. 오늘날에는 “고담준론만 늘어놓는다”, “고담준론보다 실천이 필요하다”처럼 뒤의 뜻, 곧 현실성 없는 거창한 말을 꼬집을 때 더 자주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같은 말로 고담준언(高談峻言)을 든다.[2] 발음은 [고담줄론]이다.[1]

‘준론(峻論)’은 ‘높고 가파른 논의’, 곧 엄하고 날카로운 주장을 말한다.

한자 음 기본 의미 성어 안의 의미
高 고 높다 높다, 고상하다
談 담 말씀, 이야기하다 이야기
峻 준 높다, 가파르다, 엄하다 엄하고 날카롭다
論 론 논하다 논의, 주장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고담(高談)’과 ‘준론(峻論)’을 이어 붙인 말로, 네 글자 ‘高談峻論’은 중국 문헌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조선 문헌에서만 보인다. 한국에서 굳은 형태로 보인다.

이른 용례: 칭찬의 뜻

편집 원본 편집

확인되는 이른 용례는 곽진(郭𡺽, 1568~1633)의 《단곡집(丹谷集)》 〈사우록(師友錄)〉이다. 풍기의 선비 남𣽤을 소개하면서 “학식이 넓고 문장이 크며, 고담준론으로 한 세상에 우뚝 서서 만 사람도 그를 꺾지 못했다(博學宏詞。高談峻論。獨立一世。萬夫莫回)”고 하였다.[3] 여기서는 꿋꿋하고 날카로운 논의를 높이 사는 말이다.

영조 때: 비판의 뜻

편집 원본 편집

18세기 들어서는 당론을 앞세운 강경한 주장을 꾸짖는 말로 자주 쓰였다. 《승정원일기》에는 1729년(영조 5) 영조가 “충역(忠逆)을 말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또 《춘추》 대의를 말하니, 이 같은 고담준론은 결코 듣고 싶지 않다(如此高談峻論,固不欲聞之矣)”고 한 말이 실려 있다.[4]

1737년(영조 13) 이현필(李顯弼)이 과거 답안에 쓴 글이 문제가 되자, 영조는 그를 용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5]

布衣之士,看作好事,高談峻論,自以爲名士,而鄕人隨而效之,此固近日弊習。

“벼슬하지 않은 선비들이 일 만들기를 좋아해 고담준론을 하며 스스로 명사인 양 여기고, 시골 사람들이 따라서 이를 본받으니, 이것이 참으로 요즘의 나쁜 습속이다.”

1751년(영조 27)에는 도제조 김약로(金若魯)가 “대저 고담준론을 하면 자기들 사이에서 명망이 한 층 더해지므로 이런 일이 왕왕 있다(大抵高談峻論,則自中物望加一層)”고 아뢰었다.[6] 강경한 주장으로 자기 당파 안에서 이름을 얻으려는 풍조를 꼬집은 것이다. 같은 시기 오원(吳瑗)도 벗에게 보낸 편지(1722)에서 “고담준론은 우리도 면하지 못할까 두렵다(高談峻論。亦恐躬不能免也)”며 스스로를 경계했다.[7]

대한제국 말기 계몽 잡지에서는 신학문을 배척하는 수구 유생을 비판하는 말로 쓰였다. 장지연(張志淵)은 《대한자강회월보》에서 “고담준론과 낡은 습관 고수(高談峻論과 固守舊習)”를 선비의 표지로 삼아 후진을 어리석게 만든다고 비판했다.[8] 1920년 조선총독부의 《조선어사전》은 이 말을 표제어로 싣고 “고상하고 준엄한 언론”으로 풀이했다.[9]

조선왕조실록에 이 말이 원문으로 나오는 것은 영조 때 두 건이 전부이며, 그보다 앞선 용례는 위의 《단곡집》과 《승정원일기》에서 찾을 수 있다.

다른 언어의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중국어에서는 高談闊論(gāotán kuòlùn)을 쓴다. 대만 교육부 《성어전》에 따르면 《동관한기(東觀漢記)》 〈조근전(趙勤傳)〉의 “高譚清論”에서 비롯해, 당나라 여암(呂巖, 여동빈)의 시 “高談闊論若無人”에서 지금 형태가 처음 보인다. 본래는 식견 높고 폭넓은 담론을 뜻했으나, 나중에는 거리낌 없이 떠들거나 알맹이 없이 거창하게 늘어놓는 말을 뜻하게 되었다.[10] 칭찬에서 비판으로 옮겨 간 흐름이 고담준론과 닮았다.
  • 두보(杜甫)의 〈음중팔선가(飲中八仙歌)〉에는 “초수는 닷 말 술을 마셔야 비로소 꼿꼿해져, 고담웅변으로 온 좌석을 놀라게 한다(焦遂五斗方卓然,高談雄辯驚四筵)”는 구절이 있다.[11]
  • 일본어의 高談(こうだん)은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이야기함” 또는 남의 이야기를 높여 이르는 말로 쓰인다.[12]
  • 보안 사고가 터진 뒤에는 고담준론보다 당장 막아야 할 취약점 목록이 더 급하다.
  • 회의 내내 클라우드 전환의 철학에 대한 고담준론만 오가고, 정작 일정과 예산은 정하지 못했다.
  • 노학자의 고담준론에 젊은 연구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의어와 관련 표현

편집 원본 편집
  • 고담준언(高談峻言): 고담준론과 같은 말.[2]
  • 탁상공론(卓上空論): 현실성이 없는 허황한 이론이나 논의.
  • 공리공론(空理空論): 실천이 따르지 않는 헛된 이론이나 논의.
  • 대언장어(大言壯語): 제 주제에 맞지 않는 말을 희떱게 지껄임.
  • 호언장담(豪言壯談): 분수에 맞지 않는 말을 호기롭게 지껄임.
  • 고담활론(高談闊論): 중국어에서 같은 뜻으로 쓰는 성어.
  1. ↑ 1.0 1.1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고담준론”, https://open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query=%EA%B3%A0%EB%8B%B4%EC%A4%80%EB%A1%A0, 확인날짜=2026-10-11.
  2. ↑ 2.0 2.1 2.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고담준론”,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3%A0%EB%8B%B4%EC%A4%80%EB%A1%A0, 확인날짜=2026-10-11.
  3. ↑ 곽진(郭𡺽), 〈사우록(師友錄)〉, 《단곡집(丹谷集)》 권5.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772A_0060_030_0090, 확인날짜=2026-10-11.
  4. ↑ 승정원일기, 영조 5년 5월 1일 을사 32번째 기사, https://sjw.history.go.kr/id/SJW-F05050010-03200, 확인날짜=2026-10-11.
  5.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43권, 영조 13년 4월 29일 정해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1304029_001, 확인날짜=2026-10-11.
  6.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영조실록》 74권, 영조 27년 10월 10일 계묘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wua_12710010_001, 확인날짜=2026-10-11.
  7. ↑ 오원(吳瑗), 〈답원화백(答元華伯) 임인〉, 《월곡집(月谷集)》 권11.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dir/item?itemId=MO#/dir/node?dataId=ITKC_MO_0515A_0110_010_0080, 확인날짜=2026-10-11.
  8. ↑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근현대잡지자료, 장지연(張志淵), 〈국가빈약지고(國家貧弱之故)〉, 《대한자강회월보》 제7호, ma_001_0070_0020, https://db.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11.
  9. ↑ 조선총독부 편, 《조선어사전(朝鮮語辭典)》(1920),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https://dl.ndl.go.jp/pid/1761833, 확인날짜=2026-10-11.
  10. ↑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高談闊論”,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697, 확인날짜=2026-10-11.
  11. ↑ 두보(杜甫), 〈음중팔선가(飲中八仙歌)〉.
  12. ↑ 《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 “高談”,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9%AB%98%E8%AB%87, 확인날짜=202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