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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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의연(舊態依然)은 조금도 변하거나 발전한 데 없이 예전 모습 그대로임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주로 형용사 ‘구태의연하다’의 꼴로 쓴다.[1]
‘구태(舊態)’는 옛 모습, ‘의연(依然)’은 전과 다름없이 그대로라는 뜻이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생각이나 방식, 제도가 그대로여서 답답하다는 비판의 뜻으로 쓴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 “구태의연한 대책”, “구태의연한 행정”처럼 말하며, 좋은 것을 지켜 간다는 칭찬의 뜻으로는 잘 쓰지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구태의연’을 ‘구태의연하다’의 어근으로 올려 두었다.[2]
일본어에서도 같은 글자로 ‘旧態依然(きゅうたいいぜん)’이라 하며, “~たる”, “~として”의 꼴로 써서 “옛날 그대로 변화나 진보가 없는 모양”을 나타낸다.[3] 중국어에서는 이 네 글자를 성어로 쓰지 않고, 비슷한 뜻으로 ‘의연여고(依然如故)’나 ‘일잉구관(一仍舊貫)’을 쓴다.[4][5]
특정 고사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중국 고전 원문에서는 ‘舊態依然’ 네 글자가 성어로 쓰인 예가 확인되지 않고, 《조선왕조실록》 원문에도 나오지 않는다.[6]
한국 한시에는 글자 그대로 ‘옛 모습이 그대로’라는 뜻으로 네 글자가 이어진 예가 있다. 고려의 이승휴(李承休)는 〈다시 앞의 운을 써서 죽당의 세 학사에게 올리다(復用前韻上竹堂三學士)〉 가운데 시랑 이인성(李仁成)에게 준 시에서 “舊態依然半岸烏”라고 읊었고,[7] 조선 후기의 심육(沈錥)은 젊은 날 올랐던 산에 다시 오른 감회를 “젊은 시절의 옛 모습이 그대로 있구나(少年舊態依然在)”라고 읊었다.[8] 이들은 시구 안의 ‘舊態’와 ‘依然’이 이어진 것일 뿐, 낡은 것을 비판하는 오늘날의 성어와는 뜻이 다르다.
‘변화나 진보가 없다’는 비판의 뜻으로 굳은 네 글자 말은 근대 일본어에서 먼저 확인된다. 《일본국어대사전》은 다야마 가타이(田山花袋)의 평론 〈마사무네 하쿠초(正宗白鳥)〉(1932)를 첫 용례로 들지만,[3] 그보다 이른 메이지 시대의 산업 보고서에도 용례가 있다. 1895년의 《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 3현 연합 쌀 외 7종 공진회 보고(宮城・岩手・青森三県聯合米外七種共進会報告)》는 출품된 무명의 빛깔과 줄무늬가 “구태의연(舊態依然)”하다고 평했고, 1902년의 역사 교과서 《일본역사(日本歴史)》는 겐코 3년(1333) 왕정이 돌아온 뒤에도 “봉건의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封建の舊態依然として存せり)”고 썼다.[9]
한국 고전 번역문에서는 이 말이 원문의 다른 표현을 옮기는 데 자주 쓰였다. 《조선왕조실록》 국역문에는 ‘구태의연’이 7건 나오지만 원문에는 한 건도 없다.[6] 예를 들어 1608년(광해군 즉위년) 홍문관 부교리 이준(李埈)의 상소에 나오는 “그럭저럭 인순하는 데 빠진다(謬於荏苒因循)”는 원문은 “그럭저럭 구태의연한 데에서 오류를 답습합니다”로, 1610년 영의정 이덕형(李德馨)이 임금을 만난 자리에서 한 “인순의 바퀴 자국만 지킨다(徒守因循之轍)”는 말은 “구태의연한 인습만을 따른다”로 옮겨졌다.[10] 옛사람들이 같은 뜻으로 쓴 말은 ‘인순(因循)’, ‘인습(因襲)’, ‘구관(舊貫)’ 쪽이었다.
《성어전》이 ‘일잉구관’의 어본(語本)으로 드는 《논어》 〈선진(先進)〉의 대목도 같은 생각을 담고 있다. 노나라 사람들이 창고인 장부(長府)를 새로 지으려 하자 민자건(閔子騫)이 “옛것을 그대로 쓰면 어떠한가? 어찌 반드시 고쳐 지어야 하는가(仍舊貫,如之何?何必改作)”라고 했다.[11][5] 다만 여기서는 옛것을 그대로 두자는 말이 오히려 칭찬받는 쪽이어서, 오늘날 구태의연의 어감과는 반대이다.
- 침해 사고가 날 때마다 비밀번호 변경만 공지하는 구태의연한 대응으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
- 회의 자료는 해마다 구태의연하게 같은 틀을 복사해 쓰고 있었다.
- 그는 구태의연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구태의연하다”,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5%AC%ED%83%9C%EC%9D%98%EC%97%B0%ED%95%98%EB%8B%A4, 확인날짜=2026-10-01.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구태의연”,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searchKeyword=%EA%B5%AC%ED%83%9C%EC%9D%98%EC%97%B0, 확인날짜=2026-10-01.
- ↑ 3.0 3.1 《정선판 일본국어대사전(精選版 日本国語大辞典)》·《디지털 다이지센(デジタル大辞泉)》·《사자숙어를 아는 사전(四字熟語を知る辞典)》, “旧態依然”, 코토뱅크, https://kotobank.jp/word/%E6%97%A7%E6%85%8B%E4%BE%9D%E7%84%B6, 확인날짜=2026-10-01.
- ↑ 4.0 4.1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依然如故”,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0734, 확인날짜=2026-10-01.
- ↑ 5.0 5.1 5.2 대만 교육부 《성어전(成語典)》 2020, “一仍舊貫”, https://dict.idioms.moe.edu.tw/idiomView.jsp?ID=11206, 확인날짜=2026-10-01.
- ↑ 6.0 6.1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원문 검색 “舊態依然”, 국역 검색 “구태의연”, https://sillok.history.go.kr/, 확인날짜=2026-10-01.
- ↑ 이승휴(李承休), 〈부용전운 상죽당삼학사(復用前韻上竹堂三學士)〉, 《동안거사집(動安居士集)》 행록(行錄) 권3.
- ↑ 심육(沈錥), 《저촌유고(樗村遺稿)》,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종합DB, https://db.itkc.or.kr/, 확인날짜=2026-10-01.
- ↑ 《미야기·이와테·아오모리 3현 연합 쌀 외 7종 공진회 보고》, 1895; 사이토 히쇼(斎藤斐章) 편, 《일본역사(日本歴史)》, 1902, 일본 국립국회도서관 디지털컬렉션 전문 검색, https://lab.ndl.go.jp/dl/book/839878 · https://lab.ndl.go.jp/dl/book/771363, 확인날짜=2026-10-01.
-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 중초본 광해 즉위년 11월 6일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koa_10011006_001 ; 광해 2년 4월 23일 1번째 기사, https://sillok.history.go.kr/id/koa_10204023_001, 확인날짜=2026-10-01.
- ↑ 《논어(論語)》 〈선진(先進)〉.